연간 1조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과 유럽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로봇청소기 시장이 커가고 있지만 국내 대표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는 사이 중국은 물론 영국 브랜드까지 국내 수요를 나눠먹기 위해 속속 진출하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드론 기업 DJI에 이어 영국 다이슨까지 국내에 로봇청소기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DJI는 지난달 20일 자사 첫 로봇청소기 시리즈 '로모(ROMO)'를 출시하고, 이를 한국 시장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로모는 플래그십 드론에 적용된 정밀 감지 기술과 매핑·내비게이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설계한 제품"이라며 “고성능 센서와 스마트 알고리즘, 강력한 흡입력을 결합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다이슨도 지난달 한국 시장에 로봇청소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동안 스틱형 무선청소기 시장을 주도해온 다이슨은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다이슨의 로봇청소기는 외형부터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물통을 투명하게 디자인해 청소 중 물이 급수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다이슨 관계자는 “AI 기술로 다양한 얼룩과 액체 유형을 식별하고, 최대 15회까지 청소 과정을 반복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다이슨이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와 차별화된 사용 경험을 로봇청소기 분야로 확장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 내 존재감을 빠르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경쟁은 이미 치열한 양상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2020년 15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6배 이상 몸집이 커졌다. 가사 노동을 줄여주는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로봇청소기가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과 함께 이른바 '3대 이모님'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 중국 브랜드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로보락을 필두로 에코벡스·드리미 등 중국 브랜드가 관련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영국 브랜드까지 가세해 시장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국내 기업의 대응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무게추가 해외기업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기술력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로보락은 세계 최초로 2륜 다리를 적용한 로봇청소기 '사로스 로버'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문턱을 넘는 수준을 넘어 계단을 오르내리며 청소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드리미 역시 타원형 바퀴를 적용해 계단 주행이 가능한 '사이버X'를 선보였다. 아울러 중국 업체들은 40만원대부터 20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촘촘하게 배치하며 폭넓은 라인업을 구축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보 유출 우려의 중심에 있던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들이 보안 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로보락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트러스트 센터'를 개설하고 제품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공개했다. 소비자들이 로보락 제품에 적용된 보안 기술과 운영 정책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드리미 역시 지난해 말 한국 사용자 데이터가 저장된 서버를 국내로 이전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향후 수집되는 한국 사용자 데이터도 서울 내 데이터센터에서 저장·관리할 계획이다. 이는 꾸준히 제기돼 온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데이터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 대응에 늦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둘 다 지난해 IFA와 올해 CES에서 차세대 로봇청소기를 공개했지만 실제 출시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2024년 초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선보인 이후 약 2년 가까이 차기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브랜드의 국내 시장 공세가 거세진 만큼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율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 재편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접근이 오히려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로봇청소기는 단순한 생활가전을 넘어 스마트홈 및 AI 서비스와의 연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용자 데이터와 가전 생태계를 연결하는 접점이라는 점에서, 시장 주도권 변화가 향후 AI 가전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사이 시장 주도권을 해외 업체에 내주는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차기작을 통해 반전을 만들지 못할 경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장기간 해외 기업 중심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6-02-03 15:51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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