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기간 ~

보이스피싱에 대한 전체 검색결과는 1건 입니다.

“시간외 대량매매(이하 블록딜)는 수익성이 크지만 거래 기회 자체가 아주 제한적입니다. 이번 블록딜을 위해 저희가 오랜 기간 철저히 준비해 왔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계실겁니다.", “블록딜이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기관계좌 개설 회원만 참여 가능합니다.", “이번 플랜은 참여 횟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놓치면 다음 분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코스피 강세장이 이어지자 불법 주식 리딩방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텔레그램 메신저 등 비공개 채팅방에서 '수조원대 블록딜 참여', '기관계좌 개설', 'AI 매매전략' 등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를 사칭한 '교수'가 등장해 회원을 안심시키고, 이를 믿은 투자자들이 가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며 자금 피해가 발생한다. 교수의 프로필 사진은 생성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인물이지만 현실 인물과의 구분이 쉽지 않다. 최근 텔레그램 채팅방 'A1ㅇㅇㅇ주식전략'에는 이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방 운영자는 스스로를 '교수'로 칭하며 회원들에게 블록딜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독려했다. 대화창에는 “오늘은 로봇 테마주가 상한가 갔네요", “교수님 믿고 갑니다" 등 회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방의 구조는 철저하게 짜여 있었다. 우선 매니저로 불리는 운영자 A가 방을 개설한 후 회원들을 유인해 B교수에게 넘긴다. 이후 교수 B가 직접 등장해 시장 전망과 블록딜 정보를 흘린다. 운영진은 'OO플랜'이라는 명목으로 분기별 블록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며 회원을 모았다. “이번 분기를 놓치면 다음 분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관계좌 정원이 한정돼 있다"는 식의 문구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거래 자금을 '보고된 자금으로 매수해달라'며 실시간 지시하고, 과도한 중복매수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개인 계좌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는 구글 폼을 통해 회원정보를 입력하게 하거나, 가입자별 전용 계좌를 개설해준다고 속였다. “15시30분에 교수님이 종목을 공개하신다"는 식의 예고가 나오면, 바람잡이로 추정되는 조직원들이 “오늘은 참여 기회 얻을 것 같다", “저도 승인 기다리고 있다"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후 교수는 '거래종목: HMM, 매수가 00원'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매수를 지시한다. 이들은 일정 투자금액이 모이기 전까지는 비교적 알려진 종목을 추천해 '수익 경험'을 제공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이후 교수와 매니저는 링크를 통해 '블록딜 참여 전용 앱' 설치를 유도한다. 이 앱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을 모방했지만 실제로는 피싱앱으로, 이곳에 송금된 돈은 모두 범죄조직으로 흘러들어간다. 문제의 B 교수라는 인물은 실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프로필 사진은 AI 인물 생성 프로그램으로 만든 합성 이미지였다. AI 분석 결과 피부결과 눈동자가 비정상적으로 균일하고, 귀 모양과 배경의 왜곡이 뚜렷했다. 이미지 추적 결과, 해외 AI 인물 생성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샘플 구조와 일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방은 금융 전문가를 가장해 신뢰를 쌓고, AI 이미지를 활용해 실체를 감춘 신종 디지털 사기 방식으로 의심받고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 로맨스스캠, 등 범죄 조직이 대규모로 검거된 후 국내 주식리딩방에서 사기성이 의심되는 사례가 이어진다"며 “투자 규모에 따라 우선 내사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식리딩방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 2년간 경찰에 접수된 불법 투자리딩방 피해가 1만5000건에 육박, 피해액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이 이 같은 불법 투자조직과 연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올 9월까지 2년간 신고된 불법 리딩방 관련 사건은 총 1만4629건, 누적 피해액은 1조2901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으로도 매달 약 580건의 사건이 발생하고, 월평균 피해 규모가 500억원을 웃도는 셈이다. 같은 기간 검거된 사건은 1만2000여건, 검거 인원은 5181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경찰이 지난해 2월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로맨스 스캠(온라인 연애사기)' 피해는 1년 8개월 동안 2830건, 피해액은 1675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SNS나 메신저를 통해 접근 받아, 연애 감정을 이용한 송금 유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허 의원은 “조직 규모와 범행 수법을 볼 때 단순 사기가 아니라 체계적인 조직범죄로 확산된 양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3년 9월부터 금융감독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불법 리딩방에 대한 전국 단위 특별단속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라오스·태국·필리핀 등 해외 거점에서 한국인을 현지로 유인해 감금·가담시키는 대형 범죄조직이 등장하는 등 피해는 오히려 확산되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사나 처벌이 강해지고 있지만 불법 리딩방 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수법이 점차 지능화·조직화되면서 피해자도 늘어나는 것 같다. 결국 투자자가 스스로 경계심을 높이는 것만이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블록딜' '자사주 매입' 등에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투자금을 편취하는 주식 리딩방이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활개치고 있다./CRAISEE(크레이시)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5-11-05 15:28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