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차피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일이라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더 과감한 감축을 추진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체계적인 조직(기후환경에너지부)이 필요합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제주 서귀포)은 지난달 2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온실가스감축목표에 대한 견해와 기후환경에너지부의 필요성을 밝혔다. 위 위원장은 민주당 3선 의원으로 당내 탄소중립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달 18일 기후특위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을 설정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경제2분과 기후에너지 테스크포스(TF) 팀장도 맡아 여당 내에서는 기후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핵심을 맡고 있다. 위 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원칙은 책임"이라며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개발도상국과는 다른 수준의 책임과 기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 의원장은 지난달 2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탄소중립법 개정안에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비율을 담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30년 35% 이상 △2035년 60% 이상 △2040년 80% 이상 △2045년 95% 이상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 위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산업과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만큼 에너지와 기후를 합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이 산업 부문과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지만 핵심 권한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집중돼 있어, 감축 정책 실행의 효과성이 낮은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탄소중립법 개정안과 함께 산업부의 에너지와 지하자원 부문을 환경부로 흡수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를 만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정권에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립적인 체계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개편해야 한다고 봤다. 위 위원장은 “지금의 탄녹위를 행정위원회 형태로 바꾸고, 현재 50명 이상 규모인 위원 수를 과감히 줄여 정책 의사결정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참여기구인 기후시민회의와 과학자 중심의 기후과학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기후특위를 매월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해 정부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기후재난이 빈발하고 있다.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 논의를 이어왔지만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폭염·가뭄 등 기후재난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을 논의·추진하면서, 특위 위원들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열에너지 관리,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에도 힘쓰겠다. - 기후위기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 제주는 개발과 보존 사이 늘 갈등을 겪어온 지역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환경의 소중함과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특히 대학 시절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운동 당시 지하수 보존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됐는데, 이 경험을 통해 인간의 삶이 자연환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농업 현장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목격하면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국회 활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 기후특위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 기후특위는 탄소중립기본법과 배출권거래제라는 두 핵심 법률 심사 권한과 기금 관련 의견 제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중복 상임위 구조와 여야 대립으로 실질적 논의가 부족했다.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매월 1회 이상 전체회의와 소위원회를 개최해 정부 대책을 점검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릴 계획이다. 또한 여야 위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자리도 꾸준히 이어가겠다. 아울러 2035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4차 배출권거래제, 4차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시장 기반 마련과 거버넌스 재정비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적응 역시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사업들을 통합·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겠다. - 기후에너지부 혹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전담 부처 신설을 어떻게 보나. ▲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이 산업 부문과 발전 부문에서 발생하지만 핵심 권한은 산업부에 집중돼 있어, 감축 정책 실행의 효과성이 낮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기후위기로 산불, 홍수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데, 기후재난에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 행정안전부는 재난 대응의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직 체계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 특히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기상 데이터 확보를 위해 저궤도 위성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재난 대응을 위한 민간 조직과의 상설 협력 거버넌스, 인력·장비 확충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기후재난 대응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 -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30)가 열린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어떤 자세로 참가해야 한다고 보나. ▲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원칙은 책임이다. 온실가스는 배출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하며, 이는 국가 리더십의 기본 조건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개발도상국과는 다른 수준의 책임과 기여를 해야 한다. COP30은 파리협정 이행 성과를 점검하고 2035년까지의 감축 수준을 확인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명확한 감축 로드맵과 이행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국제 협력, 기술 공유, 기후금융 지원 등 다자적 역할에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책임 있는 기여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국가 위상과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 2030 NDC 달성이 어렵다는 우려가 많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선제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더 과감한 감축을 추진해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재정과 사회적 여건의 한계를 이유로 목표 수준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조례 등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시장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장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입지를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법적 기준을 정비해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는 소규모 단위의 사업이 많지만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입지 계획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는 동시에 국내 기술과 산업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만원 밑으로 유지되고 있다. 배출권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 현재 배출권거래제는 시장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전환 부문에서 유상할당을 장기적으로 확대해야 하고, 비발전 부문도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감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기업과 감축 여력이 낮은 부문에 지원·투자가 이뤄지도록 하여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배출허용총량 자체를 줄여야 하고, 잉여 배출권은 시장에서 격리해 실질적인 수급 균형을 맞추는 개혁적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한 제도를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선제적으로 이행한 기업들에게는 인센티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탄소가격이 무역 장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기적 비용을 감내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사회 전체가 인내와 책임을 다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들이 전환 과정에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탄소감축 설비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녹색금융 지원, 연구개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들이 부담을 감내하면서도 혁신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정권에 따라 바뀐다. 정책이 흔들리지 않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 기후위기 대응은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국가적 과제다.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행정위원회 형태로 바꾸고, 현재 50명 이상 규모인 위원 수를 과감히 줄여 정책 의사결정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 참여기구인 기후시민회의를 구성하고, 과학자 중심의 기후과학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기후과학위원회가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분석·검증·예측 기능을 담당한다면 정책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정치적 변동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은 국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행동은 내일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일이고 나의 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지원하고 앞장서야 한다. 국회에서 국민과 함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길을 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위성곤 위원장 프로필 ◇약력 △1968년 전남 장흥 출신 △제주대 원예학 학사 △제주대 행정대학원 정치학 석사 △2016년 제20대 민주당 국회의원 (제주 서귀포시) △2017년 민주당 원내부대표 △2020년 제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제주 서귀포시) △2022년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2024년 제22대 민주당 국회의원(제주 서귀포시) △2025년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2025년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5-09-02 16:11 이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