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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졌다. 비명을 가장 크게 지른 시장은 국장이다. 중동 전쟁이 벌어진 뒤 8일까지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오르내린 날은 27거래일 동안 9거래일이다. 매수·매도 사이드카는 10번 울렸다. 코스피가 8% 이상 급락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도 두 번 발동했다. 로이터는 한국 증시를 이번 전쟁 국면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시장으로 지목했다. 글로벌 증시는 같은 악재를 겪었지만, 한국 증시만큼 진폭이 크진 않았다. 전쟁 직후 이틀간 일본 닛케이와 대만 증시는 각각 4%대 하락했다. 코스피는 이틀간 19% 가까이 하락했다. 전쟁 이후 미국 S&P500은 2% 이상 등락률을 보인 날이 하루뿐이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다. 코스피는 다시 6000선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휴전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돌아봐야 할 건 왜 한국 증시는 중동 전쟁 뉴스 한 줄에 이렇게까지 크게 흔들렸느냐다. 시장에선 '가장 많이 오른 시장에서 가장 먼저 차익실현이 일어났다'고 본다. 코스피는 전쟁 전까지 1년간 100% 넘게 올랐다. 연초 이후에도 주요국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많이 오른 시장일수록 악재가 닥쳤을 때 되돌림 폭도 크다. 한국 증시 특유의 반도체 편중 구조도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초대형주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자 지수 전체가 통째로 흔들렸다. 지수는 커졌지만 충격을 분산할 내부 체력은 그만큼 두터워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은 원유의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한다. 전쟁이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면 곧바로 물가와 기업 비용, 환율 불안이 동시에 자극된다. 주가 하락 위험에 환차손 위험까지 겹치니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다. 이번 장세는 국장이 지정학 리스크 자체보다 에너지와 환율, 특정 업종 쏠림에 더 취약한 시장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외부 충격은 피할 수 없다. 충격을 키우는 시장 구조는 바꿀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 때 완충 역할을 할 연금·보험 등 장기 자금을 더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환율 급등이 곧장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환·채권·주식시장을 함께 보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국 국장 체질 개선은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일이 아니다. 전쟁 같은 충격이 와도 시장이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복원력을 키우는 일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4-08 14:49 최태현 기자 cth@ekn.kr

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지분 규제' 논쟁이 격렬하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를 단순한 민간 플랫폼이 아니라 금융시장 인프라에 가까운 공공적 성격의 기관으로 보고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문제의식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순히 매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어떤 코인을 상장할지 결정하고, 거래를 체결하며, 투자자 자산을 보관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사실상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장 심사나 내부 통제가 부실하면 투자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 논의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지분 규제'여야 하느냐다. 현재 논의되는 안은 대주주 지분을 20% 안팎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분율을 낮춘다고 해서 거래소의 공공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지배구조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창업주나 최대 주주의 지분이 분산되면 경영책임이 희석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대주주 지분율을 직접 규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주주의 '지분 규모'보다 '적격성'을 중심으로 규제한다. 자금 출처가 투명한지, 법 위반 이력이 없는지,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대주주를 심사하는 방이다.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하지 않기 위한 균형 장치다.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진화하는 산업이다.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규제 수단이 반드시 지분 제한일 필요는 없다.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거나 내부 통제와 자산 보관 규제를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공공성을 확보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책임성과 혁신을 동시에 살리는 균형이다. 지분율이라는 단일한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무엇이 진정으로 거래소의 공공성을 높이는 길인지 다시 한번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3-12 14:41 최태현 기자 cth@ekn.kr

연초부터 증시는 멈출 기색이 없다. 42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단숨에 5300선에 도달했다. 지수는 조정을 겪어도 빠르게 회복한다. 2일 코스피는 5% 급락했다가 다음날 7% 올랐다. 장중 변동성마저 상승 흐름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런 장세에서는 위험보다 기회가 먼저 보이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시장에 들어가는 게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 신용거래다. 자기 자본만으로 체감 수익이 작다고 느껴질 때, 레버지리를 활용해 더 큰 돈을 벌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이른바 '빚투' 지표로 쓰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30조5397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빚투가 늘면서 대출 한도를 다 쓴 증권사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신용거래에서 가장 위험 요소로 꼽히는 건 반대매매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스스로 매도 결정을 내리는 거래가 아니다. 신용거래 계좌의 담보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고, 추가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한다. 투자자의 의사와 반대되는 매매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문(Forced Sale)으로는 강제 매도, 강제 청산에 가깝다. 급등락장에서 이 구조는 특히 빠르게 작동한다. 주가가 조금만 밀려도 신용 비중이 높은 계좌는 곧바로 담보 압박을 받는다. 한 종목의 하락이 계좌 전체의 담보비율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다른 종목까지 함께 매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발생한 매도 물량은 다시 가격을 누르고, 이는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른다. 급락이 더 큰 급락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반대매매가 반드시 시장의 고점이나 바닥에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방향이 틀려서라기보다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였는지가 결과를 가른다. 시장이 중기적으로 상승 흐름을 유지하더라도, 중간에 나타나는 큰 조정은 신용 계좌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급등락장은 결국 지나간다. 그러나 그 사이 빚투가 빠르게 늘고, 그 빚이 시장의 작은 흔들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반대매매는 그 구조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예측의 실패라기보다, 변동성 앞에서 계좌가 허용한 한계가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 시장은 여전히 달릴 수 있지만, 레버리지를 쓴 투자자에게 조정은 곧 낙마 신호가 될 수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2-05 14:34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