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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와 시가총액이 낮아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부터 한국거래소가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을 적용하면서 12일에만 36개 종목이 관리종목 명단에 올랐다. 최근 30거래일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에 못 미치거나,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가 대상이다.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이르면 10월 첫 퇴출 사례가 나올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강수를 둔 배경은 코스닥 시장이 오랜 기간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상장사는 343개에서 1821개로 다섯 배 넘게 불었지만 지수는 600선에서 900선을 맴돌았다. 상장은 넘쳐나되 부실기업 퇴출은 더딘 '다산소사' 구조 탓이다. 동전주만 코스닥에 156개로 코스피의 세 배에 달했고, 이들은 자본잠식과 감사의견 거절을 반복하며 개인투자자를 수년간 손실 속에 붙들어놓았다. 그러나 이 칼끝은 부실기업만 겨누지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 149곳 중 30.2%가 흑자 기업이다. 실제로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늘었거나 우량기업부·라이징스타에 속한 회사까지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지정 후 주가 급락과 거래정지가 시가총액을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의 인위적 주가 부양이나 가장납입 같은 불법행위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보에서 소외된 소액주주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손실을 떠안는다는 점도 되풀이되는 우려다. 한국처럼 예외 없는 자동 산식으로만 미달 여부를 가르는 방식이 능사는 아니다. 미국 나스닥 역시 최저주가 미달이라는 정량 기준을 쓰지만, 통지 후 180일에 추가 180일까지 유예를 주고 그래도 부족하면 독립 청문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길을 열어둔다. 도쿄증권거래소도 기준 미달 기업에 '적합 계획서' 제출과 최대 1년 개선기간을 준 뒤에야 퇴출 절차에 들어간다. 같은 정량 기준이라도 회복 시간과 이의 절차를 넉넉히 준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부실기업 퇴출은 늦출 이유가 없다. 다만 그 칼끝이 일시적 위기에 놓인 흑자 기업과 소액주주의 재산권까지 겨눠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이의를 제기할 절차 자체가 없다면, 상장폐지에 내몰린 기업과 투자자는 결국 거래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답을 찾으려 할 것이다. 나스닥과 도쿄가 갖춘 유예와 이의신청 절차를 한국도 갖출 때, '신속'과 '공정'이 함께 설 수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8-20 14:38 최태현 기자 cth@ekn.kr

지난 두 달간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만 5번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나흘에 한 번꼴로 발동했다. 전례 없는 변동성이다. 원인 중 하나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꼽힌다.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 상품은 매일 목표 배율(2배)을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을 한다. 기초자산이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판다. 추세를 따라가며 추세를 증폭시킨다. 특히 리밸런싱은 장 마감 직전에 몰린다. 그 시간대 매수·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기초자산 가격까지 흔든다. 문제는 대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말 34%였던 비중은 지난 7월15일 52%까지 뛰었다. 국민주식이 리밸런싱 물량에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꼬리(ETF)가 몸통(지수)을 흔드는 '왝더독'이다. 당국이 위험을 몰랐던 건 아니다. 상품 출시 전인 5월 15일과 22일 두 차례 보도자료를 냈다. 지렛대 효과, 음의 복리효과, 괴리율 함정을 조목조목 짚었다. 해외에서 비슷한 상품에 투자했다가 하루 만에 투자금 전액을 날린 사례까지 소개했다. 다만 초점은 개인투자자였다.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력은 자료 어디에도 없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 문구는 찾기 어렵다. 왜 놓쳤을까. 시장에서는 속도전을 주목하고 있다. 1월 16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검토하라고 했다. 2주 뒤인 1월 30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넉 달 뒤 상품이 상장됐다. 전례 없는 상품치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홍콩에 같은 상품을 투자하러 떠난 개미를 국내로 되돌리고, 높은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가 앞섰다. 시장 전체를 보는 시야는 뒤로 밀렸다. 결과는 익히 알려진대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가총액은 두 달 만에 4조4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은 연율 113%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대장주가 하루에 10%씩 오르내렸다. 급기야 상장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당국은 7월 16일에야 예탁금을 세 배로 올리고 매매단위를 스무 배로 늘리는 보완책을 내놨다.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 정책 목표가 앞서면 리스크 관리는 뒤로 밀린다.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이려면 단일종목 커버드콜, 완전 액티브 ETF, 비트코인 ETF 등 새 상품은 계속 출시될 것이다. 다음 신상품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책 목표를 발표하기 전에 리스크 관리 부서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7-19 09:05 최태현 기자 cth@ekn.kr

중복상장은 어느새 한국 자본시장에서 금기어가 됐다. 계기는 분명하다. LG화학의 물적분할과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다. 당시 LG화학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던 배터리 사업이 분리 상장됐고, 주가는 한때 100만원을 웃돌던 수준에서 반년 만에 반토막났다. 투자자들은 '우리가 키운 사업의 과실을 다른 투자자들이 가져갔다'고 느꼈다. 이후 중복상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사실상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제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송아지 밴 암소를 또 시장에 내놓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중복상장 원칙 금지'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여론을 반영한 결과다. 최근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자회사 상장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괜히 정부에 낙인찍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상장을 검토하던 기업은 계획을 미루고 있다. 증시는 활황인데 IPO 시장은 좀처럼 온기를 찾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모든 중복상장은 막아야 하는가. 벤처투자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국에서 IPO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투자금 회수 수단이다. 그런데 상장 문은 좁아지고 국내 M&A 시장은 충분히 크지 않다. 회수시장이 막히면 결국 스타트업과 신산업으로 흘러갈 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복상장 규제가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성장 자본의 흐름까지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중복상장 자체가 아니다. 분할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치를 누가 가져가느냐다. LG에너지솔루션 사례에서 투자자들이 분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터리 사업이 적자를 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시절 위험을 부담한 것은 LG화학 주주들이었다. 그런데 사업이 성장해 상장 단계에 이르자 그 과실이 신규 투자자들에게 배분된다고 느낀 것이다. 중복상장 논란은 상장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배분의 문제에 가깝다. 그렇다면 예외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결국 기준은 주주가치 훼손 여부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부터 또 다른 논쟁이 시작된다. 무엇이 주주가치인지, 주주 동의는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 어떤 보호장치가 충분한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중복상장 논쟁에는 정답이 없다. 투자자 보호와 성장 자금 공급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몇몇 실패 사례를 이유로 중복상장 자체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허용과 금지의 이분법이 아니라, 기존 주주가 정당한 몫을 보장받으면서도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교한 기준이다. 그 답은 결국 시장의 경험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6-15 14:39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