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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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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력 넘어 환태평양·EU와 통상 다각화 시급”

대미통상 현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규범 등장 등 국내외 통상환경 전반의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산업협력 수준을 넘어 환태평양·유럽연합(EU) 등을 아우르는 통상 다각화 및 협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10일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선진통상포럼 '통상 및 경제안보 정책과제와 전망' 공동세미나에서 이태규 한경연 수석연구위원은 복합위기 대처를 위한 우리나라의 '통상정책 방향과 과제' 주제발표에서 통상 다각화와 전략적 공급망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특정 지역 및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수출 다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출집중도는 더 강화되는 추세"라고 우려하며 “미국과 산업협력도 중요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통상 다각화와 유럽연합(EU)과 전략적 공급망 협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앞서 허윤 서강대 교수는 개회사에서 “주요국의 경제안보 정책 강화 속에서 미국과의 통상협상 타결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극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앞으로의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 번째 주제인 '미·중 관세전쟁: 전개양상과 대응전략'을 발표한 이승주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과)는 “트럼프 2.0 시대 관세전쟁이 세계 경제 질서의 거대한 지각 변동 일으키고 있다"며 “급변하는 국제정세 대응은 물론, 트럼프 1기부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나타난 미-중 관계의 전략적 연속성과 진화 양상을 면밀히 분석해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의 중장기 통상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안보 정책: 분석과 전망' 발표를 맡은 최석영 전 제네바 대사(법무법인 광장 고문)도 “글로벌 경제안보 경쟁이 심화로 외교·통상·산업 간 종합적인 정책 연계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현재 각 부처의 경제안보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조율하고 부처 간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애라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HBM 다음 차세대 메모리 준비”

한애라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이 인공지능(AI) 시대 본원적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한 의장은 사내 뉴스룸 인터뷰에서 “투자 및 개발 확대와 개발 속도 조절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 차세대 메모리를 준비하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SK하이닉스에 필요한 미래 전략으로 '기술'을 최우선에 꼽은 한 의장은 “SK하이닉스가 지난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HBM"이라며 “다른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기술 전문가의 목소리가 경영에 잘 반영되고 있으며,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며 “SK하이닉스 반도체가 일상의 모든 기술과 혁신의 기반이 되는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며 이사회도 최고의사결정 기관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애라 의장은 회사 설립 이래 이사회 첫 여성 의장이다. 2020년 SK하이닉스 이사회에 합류한 뒤 6년차 최선임 사외이사로 자리를 이어오기까지 주요 공급 계약, 기술 관련 법적 자문 등의 역할을 해냈다. 감사위원도 겸임하며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데 법률 전문가로서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장으로 선임된 배경으로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잘해온 만큼 현재의 긍정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자는 의미가 담긴 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 SK하이닉스 경영진과 함께 고민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한 의장은 “이사회 2.0에서는 이사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존 경영진 관리·감독, 안건 의사결정과 더불어 중장기 전략 방향 설정, 경영진 의사결정 검토, 경영 활동 사후 평가 등으로 그 역할이 한층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검증이 필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수긍이 될 때까지 자료를 요구하고 확인하며 의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 의장은 법관·변호사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조정인,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산업계 하투’ 임박…李정부 노동정책 시금석 촉각

산업계 주요 기업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달린 '하투(夏鬪)'를 앞두고 여느 때보다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 경기 침체 우려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음에도 노조가 '정년 연장' 등을 앞세워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친노동 성향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하투 협상 전개 과정이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달 중순 상견례를 열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노조는 앞서 △기본급 월 14만1300원 인상 △정년 최장 64세로 연장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의 750%→900% 확대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확정했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타결했다. 노조가 성과에 기반한 현실적인 요구안을 제시하면 사측이 이를 수용한 결과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위축, 관세 리스크 등 여파로 무리한 임금 인상이나 성과급 지급 결정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역시 연말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정년 연장 등 다소 과격한 제시안을 내놓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 상황도 비슷하다. 노조가 △임금 8.25% 인상 △연봉 상한선 상향 △초과이익분배금(PS) 배분율 상향 등 다소 파격적인 금전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의 작년 기준 평균 연봉은 약 1억1700만원이다. 철수설에 휩싸인 한국지엠 노사는 시한폭탄을 들고 있다. 노조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당기순이익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 지급 등 수용하기 어려운 안을 선보이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철수설 종식을 위한 신차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들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선·철강 업계는 기본급 인상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안을 사측에 각각 제안했다. 정년도 65세로 늘리자고 언급했다. 포스코는 기본급 7.7% 인상 등을 핵심으로 한 요구안을 내놨다. 산업계는 올해 임단협에서 '노동조건 개선'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전개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가시화될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과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을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정년 연장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현대차,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대표적이다.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단축하자는 현대차 노조의 주장은 이 대통령의 '주 4.5일제' 공약도 닮았다. 일각에서는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된 이후 산업계에 하투(夏鬪) 기류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기업들은 임단협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노조가 '묻지마 파업'을 벌이거나 2·3차 협력업체가 단체행동에 나타나는 현상 등을 걱정하고 있다. 임인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최근 기고문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으리라 전망된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노사관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구광모 LG회장, ‘배터리 캐즘’ 돌파구 해외서 찾다

“배터리 산업을 미래국가 핵심산업이자 그룹 주력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키겠다." 지난 3월 그룹 지주사 ㈜LG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천명한 '배터리 굴기(崛起)' 선언이다. 실천 의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구 회장은 '배터리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인도네시아 등 주요 해외 사업장을 찾아 직접 시설을 점검하며 파트너 기업과 연대·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출장길에 올라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HLI그린파워'을 방문, 전극·조립·활성화 공정 등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임직원들에게는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LG 웨이(Way)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해 달라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HLI그린파워는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있는 배터리셀 공장이다. 총 32만㎡ 부지에서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15만대 가량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 공장은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해 4개월만에 수율 96%를 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전기차 및 배터리 캐즘 돌파를 위해 파트너와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LG는 전했다. 구 회장은 그동안 전 세계의 생산시설을 직접 방문하며 '배터리 현장 경영'을 펼쳐오며 '배터리 굴기'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2022년 10월 미국 오하이오주 출장길에 올라 LG-제너럴모터스(GM) JV 얼티엄셀즈 제1공장을 둘러봤다. 2023년 4월 청주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찾았고, 지난해 6월 미국 테네시의 LG-GM 조인트벤처 얼티엄셀즈 제2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구광모 회장이 이처럼 적극적인 글로벌경영 발걸음을 펼치는 배경에는 배터리업계 캐즘의 장기화가 작용한 탓이다. LG엔솔의 생산 공장 평균 가동률은 2023년 69.3%에서 지난해 57.8%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51.1%까지 더 내려왔다 실적도 기대이하다. LG엔솔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747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금액(4577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회사는 올해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성장 모멘텀을 지속하기 위해 운영 효율화, 전략적 사업 기회 발굴, 관세 영향 최소화 및 비용 절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경쟁사들의 추격도 걱정거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포함) 배터리 총사용량은 308.5 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40.2%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LG엔솔·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빅3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동기 대비 4.6%포인트 하락한 17.9%로 고전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중국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포스트 캐즘'을 준비하겠다는 게 구 회장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LG전자 찌비뚱 생산·연구개발(R&D)법인과 현지 가전유통매장을 찾아 밸류체인 전반 경쟁력을 점검하면서 전자 등 기존 주력사업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LG는 전했다. 자카르타 LG전자 판매법인을 방문해 현지 경영진 등과 만나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의 고객·유통·경쟁 관점에서의 시장 변화 트렌드 및 사업현황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현재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미래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당부해 '포스트 캐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총 10개 법인, 생산공장 4개를 운영하고 있다. 1990년 LG전자가 첫 발을 내디딘 이후 LG이노텍(2000년), LG CNS(2006년), LG엔솔(2021년) 등이 진출해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재명 당선] 韓 ‘경제 기둥’ 반도체 업계 ‘기대 반 우려 반’

우리나라 '경제 기둥' 역할을 하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 육성'을 약속한 만큼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과 각종 반기업 성향 정책 추진으로 오히려 경영 보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4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가장 먼저 '1등 반도체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도체를 지키는 것은 우리 미래를 지키는 것"이라며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보조금 및 세액공제 지원을 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제정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호재다. 그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정부 투자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100조원 규모 펀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후보 선출 이후 첫 경제 일정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K-반도체 AI 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기업들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이 대통령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친기업 성향'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반도체특별법 도입 찬반 논의가 뜨겁던 지난 2월에는 당 대표 신분으로 직접 관련 토론회를 열어 좌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특정 산업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연구진 등을 대상으로 주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한 셈이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 및 산업생태계 육성, 종합 반도체 생태계 허브 구축을 위한 시스템반도체 및 첨단패키징 지원 강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얼마나 적극적일지 예단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양한 방식으로 공약을 내놓으며 산업 지원을 위한 큰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세부적인 지원 방법은 거론한 적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 관련 이 대통령이 미온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토론회 당시에도 “총 노동시간은 늘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대전제"라며 “(주52시간 예외를) 한다 해도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대표였던 지난 4월 52시간 예외 제도를 명시하지 않고 산업 지원 내용만 담은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반기업 성향 정책'이 다수 추진되는 상황도 걱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다. 개정안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게 골자다. 기업들은 법안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를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재추진을 공식화한 상법 개정안 역시 변수로 꼽힌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조항을 넣는 게 핵심이다. 이를 두고 재계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과 행동주의 펀드 공격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것은 글로벌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시장에서 '관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주요국에서 소비 위축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도 신경쓰인다.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경쟁국 수준의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새 정부에 바란다] “새 정부 최우선 경제 과제는 ‘일자리 창출’···청년고용에 사활 걸어야”

“새 정부는 최우선 경제 과제로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를 위한 투자 확대 정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청년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새 정부는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법인세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청년 일자리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 실업은 단순히 개인 생계 문제를 넘어 국가 성장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며 “이른바 '니트족' 비율이 18%에 육박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 수준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일자리의 90% 이상을 민간 기업이 만드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기업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차기 정부의 핵심 책무"라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법인세 인하와 노동 시장 유연화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한국 법인세를 21%로 인하해 기업의 국내 투자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며 “경쟁 국가들이 감세를 통해 투자 유치를 도모하는 가운데 한국만 고세율을 유지한다면 기업들은 당연히 외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법인세는 최고 26%이며 이는 OECD 평균 21%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법인세를 낮추면 해외 기업 유입이 증가하고 투자 환경이 개선되며, 궁극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시장 유연화도 시급하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34위로 꼴찌"라며 “강성 노조의 기득권 보호를 넘어서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정규직 해고 요건을 명확히 하고, 직무 기반 임금체계로 전환하며, 노동조합의 과도한 특권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사람을 뽑고 키우고 활용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외국인 투자 유치 전략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봤다. 기술과 자본이 함께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는 청년고용 확대의 또 다른 축인만큼 세제 혜택, 규제 완화, 인프라 지원 등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100만명 인공지능 인재를 만든다면 일자리도 생기고 해외로 취업하게 된다"며 “영국은 초등학교 입학부터 코딩을 교육한다. 한국도 실질적인 코딩과 컴퓨터를 가르쳐 4차산업혁명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불필요한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차례 피력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각종 낡은 법령과 기득권 보호 논리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는 수십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택시 산업과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금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는 우버, 에어비엔비, 타다 등 신산업을 허용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호주는 우버를 허용해 우버수입 10%를 기존 택시산업에 기부하고 있다. 신산업과 구산업이 상생해야 경제가 성장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논란이 된 '전기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주요 연구실과 제조업 공장들이 전기 부족으로 일시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 제조업 경쟁력,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경고"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전력망 강화와 송배전 시스템의 첨단화를 국가 안보 수준의 우선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수도권과 서울의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간 전력 균형 조정, 스마트 그리드 구축, 송전 인프라 확충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며 “송전망 구축을 둘러싼 지역 반대와 갈등은 대화와 상생 모델을 통해 적극 해소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전력 공동체'라는 인식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를 54개에서 200개로 4배 늘이기로 한 만큼 한국도 원전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전기생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 미국발 관세전쟁 등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대응할 해결책도 내놨다. 김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 수출을 집중해 왔다. 고관세 장벽이 본격화되면 이들 국가의 수입 규제가 강화될 것이며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저하된다"며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과의 무역 강화가 시급하다. 디지털, 그린 에너지, 바이오헬스 같은 미래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진출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산업 구조의 고도화도 필요한데 한국은 중간재 생산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AI, 반도체, 친환경차, 이차전지 같은 분야에서 기술 독립성과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성장보다 안정을 외칠 때가 아니다. 성장으로 안정을 추구해야 할 때"라며 “경제를 살리는 데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과감한 정책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대차 아반떼·투싼 등, 美 ‘10대를 위한 최고의 車’ 선정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시사 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뽑은 '10대를 위한 최고의 차량'에서 신차 부문 8개 중 4개, 중고차 부문 4개 중 3개 등이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2022년부터 4년 연속 최다 수상 기록이다. 1948년 창간한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각 분야별 순위 조사 전문 매체다. 현대차는 신차 부문에서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가 2만5000~3만달러 가격대 최고의 자동차, 투싼이 2만5000달러~3만달러 가격대 최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하이브리드가 3만달러~3만5000달러 가격대 최고의 SUV로 선정됐다. 기아는 쏘울이 2만달러~2만5000달러 가격대 최고의 SUV로 뽑혔다. 투싼의 경우 2022년부터 4년 연속 최고의 SUV 자리를 꿰찼다. 중고차 부문에서는 2022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최고의 소형차, 2022 투싼 하이브리드가 최고의 소형 SUV, 2022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최고의 중형 SUV로 각각 선정됐다. 10대를 위한 최고의 차량은 신차 부문에서 △신뢰도 △충돌 안전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업계 전문가들의 호평, 중고차 부문에서 2020~2022년 모델 중 △안전성 △낮은 유지비용 △긍정적인 전문가 평가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다. 잭 도엘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차량 테스트 에디터는 “현대차그룹의 최다 수상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차량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올해의 수상 차량은 모두 최고의 충돌 안전 등급과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운전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해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올라비시 보일 현대차 북미법인 상품기획 및 모빌리티 전략 부문 전무는 “이번 수상은 단순한 사양 비교를 넘어 신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LG전자 ‘年 15조원’ 러시아 가전 시장 재진출 카드 ‘만지작’

삼성·LG전자가 전쟁 여파로 철수했던 러시아에 재진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공장 재가동을 추진하고 마케팅 활동 재개 방안을 고민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한국 기업 빈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채운 상황이라 연간 15조원 규모에 달하는 현지 가전 시장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는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러시아 시장 재진입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고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러 성향을 지닌데다 후보 시절 “전쟁을 당장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한 영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서 종전 또는 휴전에 대한 언급이 나온 올해 들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재진출 시기·방법을 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다. 코메르산트 등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광고·마케팅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연초 게재된 광고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모스크바주 루자에 있는 가전 공장 생산을 일부 재개했다. 생산설비 노후화 방지 차원에서 일부 물량을 만들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보유 재고를 활용해 세탁기, 냉장고 등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에서) 당장 공격적으로 뭔가 하는 것은 아니고 규제가 해제되거나 하면 다시 (공장 가동 및 영업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러시아 칼루가주에 47만㎡ 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만들어오다 2022년 가동을 중단했다. LG전자 역시 2006년 모스크바주 루자 지역에 가전·TV 공장을 지었다. 연간 100만대 생산 목표로 1억달러를 투자했지만 2022년 생산을 멈췄다. 전쟁 이전인 2021년 양사 현지 법인의 매출액은 각각 4조4000억원, 1조원 수준이다. 삼성·LG전자가 제품 생산을 멈춘 사이 가전 시장 지배력은 중국 업체들이 가져간 상황이다. 코메르산트는 2022년 25%가 넘던 삼성전자의 TV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이 2023년 5% 가량으로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LG전자 역시 2021년 세탁기·냉장고 등 분야 점유율이 2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다. 스마트폰 역시 1위 삼성전자 지배력이 30%대에서 한 자릿수로 내려간 상태다. 중국 영향력이 커졌다고 인구 1억4000만명의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현지에서 전쟁 이후에도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부는 만큼 소비재 판매 기업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의 한국산 음반 수입액은 약 139만달러(약 19억원)다. 국가별로는 독일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K-POP 그룹 러시아 공연도 작년부터 재개됐다. 'W24' 등 5개 팀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7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 작년 11월 열린 'X:IN'은 총 6000장 이상 티켓을 판매하며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한류를 매개로 형성된 콘텐츠 소비가 브랜드 가치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한류와 함께 러시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종전이 언제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 협상 내용·방식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상보다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식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신경 쓸 여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일각에서 나온다. 시장조시기관 Mordor Intelligence는 러시아 가전 시장 규모가 올해 115억달러(약 15조7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크기는 연평균 3.4% 커져 2030년 135억9000만달러(약 18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 법인 인력 등은 그대로 유지 중"이라며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디스플레이 업계 ‘불확실성 파도’ 기술력으로 넘는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관세 전쟁, 중국 저가 공세, 공급망 리스크 등 '불확실성 파도'를 넘기 위한 돌파구로 '기술력'을 택했다.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일(이하 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참가해 차세대 기술인 '울트라씬 원'(UT One)을 최초로 공개했다. UT One은 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최초로 '1헤르츠 가변 주사율'이 가능한 차세대 저전력 기술이다. 기존 패널 대비 소비전력을 30% 더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UT One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경우 줄어든 무게만큼 노트북 등의 배터리 용량을 늘리거나 휴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15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행사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5'에서 성능이 개선된 '전계발광 퀀텀닷'(EL-QD)을 공개하기도 했다. EL-QD는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이용해 적녹청(RGB) 픽셀을 구현한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00니트(nit, 1니트는 촛불 한 개의 밝기) 고휘도 제품과 264PPI(1인치당 픽셀 수) 고해상도 제품 등을 소개했다. 고휘도 제품은 작년 대비 화면이 50% 이상 밝아진 게 특징이다. 고해상도 제품도 기존 202PPI 제품보다 픽셀 밀도를 더 높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센서 OLED 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특정 부분이 아닌 화면 전체에서 지문을 인식하고 빛으로 혈류량을 측정해 심혈관 건강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라인업 확대와 기술 고도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4세대 OLED 패널에는 RGB 소자를 독립적으로 쌓아 빛을 내는 독자 기술인 '프라이머리 RGB 탠덤' 구조를 넣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이 제품은 이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휘도 4000니트를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 4세대 OLED 패널 신기술 연구 논문은 SID에서 '올해의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휘도, 색 표현력, 에너지 효율 등 측면에서 기존 대비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4세대 OLED 패널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세계 최초로 양산 라인에서 청색 인광 OLED 패널 제품화 성능 검증에 성공한 것도 LG디스플레이 기술 리더십 확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OLED 패널의 발광 방식은 크게 형광과 인광으로 나뉜다. 형광은 전기가 들어오면 바로 반응해 빛을 내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발광 효율은 25%에 그친다. 인광은 전기를 받은 뒤 잠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빛을 내는 방식이다. 기술 난도는 높지만 발광 효율이 100%에 달한다. 빛의 삼원색(적녹청)을 모두 인광으로 구현한 OLED 패널은 '꿈의 제품'으로 불린다. 다만 청색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 인광 구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LG디스플레이는 아래층에 청색 형광 물질을, 위층에는 청색 인광을 쌓는 '하이브리드 투스택 탠덤' 구조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OLED 패널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을 15% 가량 절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불확실성 파도'를 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통상 갈등,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공세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자 시야를 더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패널 출하는 어느 정도 수요가 있었지만 세트 부문에서 좋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관세 변수로 인한 고객사 '선구매 효과'로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애플의 폴더블폰 시장 진입 등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지만 추세적인 업황 반등을 이끌 소재로 작용하기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에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중국 업체들 견제를 위해 '기술 장벽'을 쌓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OLED 시장 내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금액 기준 점유율은 2022년 81.3%, 17.9%로 격차가 컸지만 지난해에는 67.2%, 33.3%까지 좁혀졌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차별화'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로 꼽힌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계) 대외환경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전체적인 수요 증가를 가정하기는 어렵다"며 “외부 환경에 적게 영향을 받는 동시에 구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업체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물러설 곳 없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두뇌’ 개발 총력전 이유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AP 매입액이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영업이익을 넘어서고 있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술 자립'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공들여 개발한 '엑시노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부 일감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7월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 7' 일부 모델에 자사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할 계획이다. 플래그십 라인업인 Z플립에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AP 분야 경쟁에서 퀄컴, 미디어텍 등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5년(갤럭시 S6) 당시만 해도 전세계 판매 제품에 모두 엑시노스를 넣기도 했지만 이후 북미와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스냅드래곤 사용 빈도가 늘었다. 2020년(갤럭시 S20) 발열·성능 논란 등을 겪으며 2023년(갤럭시 S23)에는 엑시노스 탑재를 완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나온 '갤럭시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2500 탑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수율과 성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탓이다. 회사는 이후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AP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MX사업부장)도 해당 작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차세대 제품인 엑시노스 2600 역시 수율을 안정화하는 수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두뇌'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액은 10조9326억원에 이른다. DX부문 전체 원재료 매입액(67조7958억원)의 16.1%에 해당한다. 작년 삼성전자 MX부문 영업이익(10조6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기도 하다. 매입처는 퀄컴, 미디어텍 등 해외 기업이다. 원재료 가격도 상승 추세다.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 가격은 전년 대비 약 7%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연간 평균 대비 가격이 19% 가량 뛰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1~3월 모바일 AP 매입액은 4조7891억원까지 상승했다. 엑시노스 개발을 통해 퀄컴 등 의존도를 낮추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AP 자립은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엑시노스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탁 생산하기 때문이다. 엑시노스 2500의 경우 최첨단 라인인 3나노미터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D램 가격 상승 등으로 메모리 분야에서 3조원 이상을 벌었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2조원 안팎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AP 독립 행보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는 성격도 있다. 샤오미는 최근 신제품 발표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칩 '쉬안제O1'을 공개했다. 대만 TSMC가 만드는 3나노 공정급 제품이다. 중국 업체들이 자체 재발 AP를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저가 공세'를 할 수 있는 체력을 쌓는 셈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AP 역량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글로벌 성능실험 사이트 긱벤치 등은 샤오미 쉬안제O1이 일부 성능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등을 앞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 Z폴드7과 내년 출시되는 S26 시리즈에서 성능이 검증되면 (삼성전자 제품 중) 엑시노스를 탑재한 스마트폰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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