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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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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맞아? 서울 530㎜ ‘평년 3배’…벼 수발아 현상

올가을 비가 너무 잦다. '가을 장마'란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 지역의 경우 평년(1991~2020년 평균)에 비해 5~6배 수준의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다음주까지 비가 이어질 경우 벼농사에도 지장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4일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서울 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모두 530㎜에 이른다. 이는 평년 같은 기간의 165.5㎜의 3배가 넘는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내린 비만 해도 160㎜에 이르는데, 이는 평년 같은 기간에 내린 25.7㎜의 6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올여름 중부지방 장마기간(6월 19일~7월 20일) 32일 동안 서울에 내린 비는 모두 357.1㎜인데 비해 9월 12~10월 13일 사이 32일 동안에는 강수량이 430㎜에 이른다. 장마철보다 더 많이 내렸다. 일강수량이 0.1㎜ 이상을 기록한 날수도 지난 여름 장마철 32일 동안에는 모두 16일이었으나, 최근 32일 동안 비가 내린 날은 모두 17일로 가을비 내린 날이 하루 더 많다. 장마 때보다 비가 더 자주 내린 셈이다. 물론 올해는 장마 기간도 짧고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장맛비가 계속 내리기보다는 6월 20∼21일, 7월 중순 한두 차례에 많은 비가 집중된 탓도 있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200.5mm로 평년(356.7mm) 대비 55.0%로 적었고, 강수일수도 8.8일로 평년(17.3일) 대비 절반 수준으로 역대 네 번째로 적었다. 그래도 최근 32일 동안 내린 비는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웃돈다. 최근 비가 자주, 많이 내린 것과 관련해 기상청은 지난달부터 북쪽 지방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고 있으나, 남쪽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높은 해수면 온도 탓에 수증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북쪽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동서로 길게 형성된 탓에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 통보관은 “장마 때와 비슷하게 정체전선이 형성되는 것은 맞지만, 시기적으로 북쪽에서 찬 공기가 확장하고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는 과정"이라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북쪽 찬 공기와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되는 여름 장마 때와는 반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초여름 장마는 강한 비가 자주 내리지만, 가을에는 비가 자주 내리더라도 강하게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정체전선이 형성된 것은 맞지만 흔히 사용하는 '가을 장마'라는 말은 기상청의 공식 용어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13~14일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린 데 이어 17일에도 수도권·충남권·호남권에, 18일에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19일 이후에는 당분간 비 예보가 없다. 이처럼 비가 자주 내리면서 농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과와 같은 경우 햇빛을 보지 못하면 제 색깔을 내지 못하게 되고, 무 같은 경우도 땅속에서 싹이 날 수가 있다. 10월 중순이면 중·만생종 벼의 경우 이미 다 익은 상태인데, 잦은 비로 논바닥에 물이 차 있으면 콤바인이 논에 진입해 작업하기 어려워 수확이 늦어질 수 있다. 박중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과장은 “벼가 익은 상태에서 비가 계속 내리고, 기온도 2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면 수발아(穗發芽)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발아는 벼 이삭을 수확하기도 전에 이삭에서 싹이 트는 현상을 말한다. 박 과장은 “30여 년 농업 분야에서 일했지만 이런 가을 기상은 처음"이라며 “최근 수발아가 잘 안 되는 벼 품종이 보급된 덕분에 그나마 다행이지, 종전 품종 같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비가 계속되고, 기온도 높게 유지된다면 개량 품종이라도 수발아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다음주까지는 기온이 20℃ 아래로 떨어질지, 비가 그칠지 등 기상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빠른 피드백 담당할 ‘정책조정위’ 설치 필요

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추석 연휴를 보내고 14일 국회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통합 부처로서의 면모를 보일 전망이다. 마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이름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라는 긴 이름으로 바꿨다. 출범 전부터 기후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물(수질·대기 등의 환경 부문)과 기름(석유·석탄·가스·원전 등 에너지 부문)이 합쳐졌으니 쉽게 융합될 수 없고 정책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후부가 '4중 딜레마(Quadrilemma, 콰드릴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중 딜레마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냐,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 것이냐,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것이냐, 자연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 등이 서로 얽혀 쉽게 풀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한 부처에서 네 가지를 모두 다루게 되면서, 어느 하나를 앞세우면 나머지 세 가지에서 반발이나 부작용이 터져나올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 “부처 내에서 갑론을박을" 주문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부의 에너지 차관, 환경 부서이자 규제부서의 환경 담당 차관 등이 한 부처 안에서 막 갑론을박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하고, 아예 독립 부처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이러는 거하고 어떤 게 낫나"고 반문했다. 기후부 내에서 격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조직의 우두머리인 장관이 '재생에너지 우선', '화석에너지 감축 속도 조절', '원자력 진흥', '생태계 보존'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싣는 발언 한마디에 조직 전체가 한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민간 조직도 아니고,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공무원 조직에서 인사권자의 생각에 반하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겠다고 나서는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 한두 번은 있을 수 있지만, 계속 반복하기엔 개인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장관이 모든 의견을 충분히 다 듣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장관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물과 물이 만난 지 7년이 지났지만 기후부 공무원, 환경부에서 온 공무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온 공무원들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깊이 있게 토론해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나온 길을 보면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던 하천·수자원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넘어왔는데, 7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세미나 주제가 '통합물관리 2.0시대의 물시설·정보·산업의 통합 연계'였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도 기존의 물관리 시설, 물정보, 물산업은 개별 구축·관리되고 있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어 분절된 시스템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과 기름이 아닌, 물과 물이 만났지만, 7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통합이 안 됐다는 얘기다. 물 관련법 정비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사실 두 조직이 만났을 때는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으로 통합을 이뤄내야 완전하게 통합될 수 있다. 두 조직 구성원을 가까운 곳에, 혹은 한 공간에 밀어 넣는 것이 물리적 통합이라고 하면 그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 더 노력하면 사람들을 뒤섞을 수 있다. 인사 발령을 통해 조직을 뒤섞을 수 있다. 그게 생물학적 통합이다. 최종적으로는 법과 제도,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합하는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내야 한다. 물과 기름이 만났으니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레드팀' 있었지만 댐 건설 정책 강행 이 대통령의 답변처럼 부처 내에서 융합이 되지 않더라도 갑론을박은 가능하다. 지난 2023년 환경부에서는 차관이 젊은 사무관을 중심으로 '레드팀'을 구성해 운영한 적이 있다. 업무혁신 아이디어와 환경 이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전담 조직(TF)이었다. 탁월한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 파격적인 승진까지 제시했지만, TF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런 레드팀이 있음에도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반대하는 14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을 밀어붙였다. 김성환 장관은 환경부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14개 댐 가운데 7개 댐의 건설을 취소했고, 나머지 7개 댐은 공론화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나아가 신규 댐에 붙였던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도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애초에 이런 정책이 왜 추진됐는지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시행착오는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기후부에서 이런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차관의 노력이나 레드팀의 노력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형태의 부처 내 거버넌스 필요 환경부 고위관료 출신인 한 인사는 “섣부른 정책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처에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미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업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기후부 내에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 후 외부로 공개한 뒤 사회 여론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 긴 주기의 의견수렴 과정이 아닌, 부처 차원의 정책 결정 전에 짧은 주기로 빠른 피드백을 받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때인 지난 2000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지속위)라는 게 만들어졌다. 재정경제·외교통상·행정자치·건설교통·환경 장관 등 11개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미니 내각' 수준의 거대한 위원회였는데, 환경보전과 개발을 조화시키는 게 위원회의 목표였다. 이 위원회는 이명박 정권 때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환경부 소속 위원회로 강등돼 운영돼 왔다. 다양한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환경부 내의 지속위가 새로 출범한 기후부 내에서 의견 조정 역할을 맡으면 좋겠지만, 지속위는 지난해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바뀌었다. 다만 김대중 정부 때처럼 큰 역할은 없어지고, 유엔에 제출할 지속가능발전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형식적인 자문위원회로 그쳐서는 안 돼 이에 따라 기존 환경부에 있던,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문위원회 같은 것을 고쳐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새 거버넌스는 기존 위원회와는 달라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제가 생길 때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만드는 일회성, 이벤트성 자문회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그리고 정책결정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곳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작은 노사정위원회 같은 것을 기후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과도 같다. 회의도 가능하면 월 1~2회로 자주 열어야 한다. 회의를 비공개로 하더라도 회의록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한다. 모든 중대 정책은 이 위원회에서 먼저 심의를 거친 다음, 그 심의 결과가 장관에게 보고된 다음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태훈 전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장(중앙대 명예교수)은 “프랑스의 생태환경부 같이 대부처의 운영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고, 자문위에서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2025년, 태양과 바람의 시대가 활짝 열리다

글로벌 전력 시장이 대전환점을 맞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에너지 분석기관 엠버(Ember)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전력 2025년 중간 분석(Global Electricity Mid-Year Insights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석탄을 넘어섰다. 태양과 바람이 이끄는 '청정전력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석탄 넘어선 역사적 전환점 올해 상반기 세계 전력 수요는 전년 대비 2.6%(+369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 늘었지만, 태양광(+31%)과 풍력(+7.7%)의 발전량 증가분이 이를 모두 상쇄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이 전체 수요 증가분의 83%(+306TWh)를 단독으로 감당했다(엠버 보고서).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072TWh로 석탄(4896 TWh)을 앞질렀고, 전 세계 전력 믹스(mix)에서의 비중은 34.3%로 상승했다. 석탄은 33.1%로 밀려났다. 소니아 던롭(Sonia Dunlop) 글로벌태양광협의회(GSC) 회장은 엠버 보고서를 통해 “이제 태양과 바람은 더 이상 주변 기술이 아니라 전력 시스템을 이끄는 주축"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지금의 전환 흐름을 정책·투자로 굳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세계에서 가장 싼 전력원'으로 등극 영국 서리대학교(University of Surrey)의 연구 결과(Energy and Environment Materials, 2025년 8월 게재 예정)에 따르면,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태양광 1단위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단 0.02파운드(약 34원)에 불과하다. 이는 석탄·가스·풍력으로 생산한 전력보다도 저렴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블룸버그NEF가 집계한 태양광의 글로벌 평균 균등화 발전단가(LCOE)는 2025년 기준 kWh당 0.03~0.07달러로, 석탄(최대 0.12달러), 천연가스(0.05~0.11달러)보다 확실히 낮다. 2010년 kWh당 0.46달러였던 태양광 LCOE 가중 평균값은 올해 0.045달러로 급락했다. 서리대 고급기술연구소(ATI)의 라비 실바 교수는 “태양광은 더 이상 '달 착륙급 도전'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저탄소 사회의 핵심 인프라"라며 “북위 50도 위도에 위치한 영국조차 대규모 전력 생산에서는 태양광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혁신이 만든 '신뢰할 수 있는 태양광'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이라는 한계는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보완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89% 하락하면서, '태양광+저장(solar-plus-storage)' 시스템은 천연가스 발전소와 맞먹는 수준의 비용 효율성을 확보했다. 서리대의 공동 연구자인 에흐산 레자이 박사는 “에너지 저장과 스마트 그리드 기술의 결합으로 태양광은 이제 '신뢰할 수 있는 전력원'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 혁신이 상용화되면 출력이 최대 50%까지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엠버 보고서도 “배터리의 급속한 가격 하락은 재생에너지의 확장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세계 전력 부문 탄소 배출이 2025년 상반기에 12MtCO₂, 즉 1200만톤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주도, 미국·EU도 가속페달 엠버 보고서의 지역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태양광 발전량 증가분의 55%는 중국에서, 14%는 미국, 12%는 유럽연합(EU), 6%는 인도에서 발생했다. 중국은 상반기에만 380GW의 신규 태양광 설비를 추가하며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64% 급증한 규모로, 국가 에너지전환 계획('14차 5개년 계획')의 핵심 성과로 평가된다. 미국은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덕분에 유틸리티급 대형 프로젝트가 급증했고, 저소득층 대상 커뮤니티 솔라 프로그램도 확산됐다. EU는 'REPowerEU' 계획에 따라 독일·스페인 중심으로 연간 70GW 이상의 신규 설비를 보급 중이다 한편 일본과 베트남은 송전망 포화로 일부 발전량이 출력 제한(curtailment)되는 '계통 과잉' 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태양광 성장의 다음 과제인 전력망 통합(Grid Integration)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전력망이 새 과제… “스마트 그리드와 AI 예측이 해법" 서리대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면서, 기존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한 기술적 도전이 가장 큰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중국 서부 지역에서는 낮 시간대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출력제한이 발생했다. 레자이 박사는 “스마트 그리드, 인공지능 기반 수요 예측, 지역 간 전력 연계가 필수적"이라며 “전력망이 유연하게 진화해야 태양광이 안정적인 주력 전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IEA 역시 올해 중간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예측·분산형 저장·전력시장 유연화가 결합될 때, 태양광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IEA, Electricity Mid-Year Update 2025). ◇기후·경제 모두 잡은 '태양광 시대'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 대응뿐 아니라 경제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100개 이상의 국가가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줄였으며, 영국·독일·칠레는 2010년 이후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약 3분의 1 줄였다. 엠버 보고서는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전력 부문 CO₂ 배출량이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며 “태양광·풍력 성장 덕분에 236Mt(2억3600만톤)의 추가 배출이 억제됐다"고 분석했다. 2025년은 인류의 전력사(史)에 길이 남을 해가 될 수도 있다. 태양광은 세계에서 가장 싸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가장 확장 가능한 에너지원이 됐다. 글로벌 흐름은 명확하다. 석탄 중심의 전력 구조가 무너지고, 태양과 바람이 주도하는 '탈탄소 전력경제'가 세계 표준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송전망 수용 한계와 주민 수용성 문제가 여전히 과제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은 단순히 '기후비용'을 줄이는 수단을 넘어, 전력요금을 낮추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높이는 전략 자산이 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처럼 산업기반이 강한 국가가 이 흐름에 적극 동참한다면, 에너지 안보와 수출 경쟁력 모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중국, 새로운 글로벌 기후 리더로 부상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글로벌 리더십의 지각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오랫동안 기후 행동을 주도해 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정치적·경제적 난관에 부딪혀 정책의 후퇴와 정체를 겪는 사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하며 새로운 '녹색 리더십'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으로 향후 전 세계 기후 대응 체제의 방향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기점에 국제 사회에 서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미국: “녹색 사기극" 주장에 정책 기반 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은 글로벌 기후 대응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green scam)"이라고 비판하며, 유럽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정책 때문에 “파멸의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때 복귀했던 파리기후협정에서 다시 탈퇴하는 행정명령을 재집권 직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제출했던 미국의 2035년 국가 감축목표(NDC)는 현재 무효화된 상태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에너지부·내무부는 석탄 채굴 및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를 이유로 퇴역 직전이거나 퇴역 예정인 석탄발전소를 개조·재가동하는 데 3억50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6억2500만 달러(약 8800억원)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무부는 또 1300만 에이커(5만2600㎢ ) 이상의 연방 토지를 석탄 채굴에 개방하고,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부 관리들은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는 배터리와 결합하더라도 불안정하다"며 “AI 및 산업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석탄을 포함한 기저전력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결과로 2005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5년 일시적으로 반전돼 총 배출량이 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후퇴는 단순한 방향 전환을 넘어, 기후 정책의 기반 자체를 해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EPA는 오염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던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GHGRP)'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이 배출량을 추적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근간(backbone)' 역할을 해온 제도인데, 이것이 중단되면 정부의 기후정책 수립 역량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사회단체(NGO)나 민간 부문(예: Climate TRACE, RMI)이 이 공백을 메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EPA의 법적 강제력과 데이터 표준화, 중앙 저장소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연방 차원의 퇴보는 넷제로(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를 선언한 나라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과거에는 넷제로를 공약한 나라를 다 합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3% 수준에 이르렀으나 이제는 77%에 머물게 됐다. ◇ 유럽연합(EU): 내부 분열로 흔들리는 리더십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손을 떼는 동안, 가장 헌신적으로 기후 행동을 이끌던 EU 역시 내부적 난관에 봉착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EU는 2022년 기준으로 1990년 대비 배출량을 37% 감축하는 등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탈탄소화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감축 목표를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이 커지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5년마다 새로운 NDC를 제출해야 하지만, EU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9월 말 유엔 마감 시한을 넘겼다. 환경장관들은 목표 수준에서 합의에 실패했고, 결국 공식 NDC 대신 '의향 성명서(statement of intent)'를 채택해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6.25~72.5% 감축'이라는 범위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스페인 등은 2040년까지 90% 감축을 주장했으나, 헝가리·체코·폴란드 등은 “산업 경쟁력을 해친다"며 반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무역 긴장으로 EU의 관심이 국방과 산업 쪽으로 옮겨가면서 기후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EU의 이번 타협이 “위로상(consolation prize)"에 불과하며, “EU가 기후 리더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비판한다. EU는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이전에 공식 NDC를 제출하기로 약속했지만, 리더십의 타격은 이미 불가피해졌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영국의 경우도 기후 리더십이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야당인 보수당의 케미 바데녹 대표는 이달 초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폐지를 공약했다. 이 법은 2008년 초당적 합의 아래 만들어져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50% 줄이고, 안정적인 정책 틀과 독립적 감시기구를 통해 장기적 기후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해왔다. 법이 폐지될 경우 영국의 기후 정책에 대한 국내외 신뢰를 훼손하고, 재생에너지 투자와 국민의 경제적 이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 중국: '녹색 기술 초강대국'으로 부상 미국이 책임을 외면하고 EU가 분열로 흔들리는 가운데,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전 세계 배출의 약 1/3)은 새로운 감축 목표를 제시하며 '녹색 리더십'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딜 24일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2035년까지 중국 경제 전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점 대비 7~1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CO₂뿐 아니라 메탄·아산화질소 등 모든 온실가스를 포괄한 최초의 절대적 감축 목표다. 이전까지 중국은 “2030년 이전 배출 정점 도달"만을 약속했다. 이번 목표는 중국의 '정점 이후(post-peaking)' 계획을 공식화한 것으로, 중국의 배출량 감소는 곧 전 세계 배출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비(非)화석연료 소비 비중을 2035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풍력·태양광 발전 용량을 총 3600GW(기가와트)로 늘리며, 신에너지 자동차를 신규 판매의 주류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7~10% 감축은 파리기후협정의 1.5℃ 목표(2035년까지 최소 30% 감축 필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략을 “낮게 약속하고 과도하게 이행(under-promise, over-deliver)"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중국은 목표를 '정치적 약속'으로 간주하며 실제 이행을 중시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계를 갖고 있다. 실제로 2030년까지 1200GW 달성을 목표로 했던 풍력·태양광 발전 용량은 이미 6년 앞당겨 달성한 바 있다. 영국 리즈대학 피어스 포스터 교수는 “중국이 2035년까지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 절대량은 영국 3개국이 완전히 탈탄소화하는 규모에 맞먹는다"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은 오염 배출국이면서도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등 청정 기술의 세계 선도국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미국의 이탈에도 국제사회는 에너지 전환을 지속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 글로벌 기후 대응의 새로운 동력 미국과 EU의 정책 불안정 속에서도, 글로벌 기후 행동은 완전히 붕괴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후퇴로 전 세계 GDP 기준 넷제로 목표를 제시한 국가 범위는 줄었지만, 미국 내 주(州) 단위 목표를 포함하면 다시 83%로 늘어난다. 현재 미국 19개 주가 넷제로를 약속하고 있고, 넷제로를 공약하는 미국 기업 숫자도 증가 추세다. 넷제로는 이제 정치 논쟁이 아니라 미래 시장과 투자, 일자리 확보를 위한 '경쟁의 영역'이 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전 세계 GDP의 77%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넷제로 목표를 유지하고 있고, 글로벌 상장기업 대부분이 이를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과학적 요구에 못 미친다. 현재 각국이 제출한 NDC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를 1.5℃ 이내로 억제하기 어렵다. 특히 기후 목표와 화석연료 생산 계획 사이의 불일치가 심각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30년 예상되는 화석연료 생산량은 1.5℃ 목표치보다 120% 이상 많고, 2℃ 목표와 비교해도 77%를 초과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20대 생산국 중 17개국이 2030년까지 생산 확대를 계획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의 85%를 차지하는 G20은 이 격차를 해소할 핵심 주체로 꼽히고 있다. 기후변화를 포함한 글로벌 거버넌스 전반에 대해 정책 제언을 담당하는 싱크탱크 네트워인 '씽크20(Think20)' 그룹은 기후 대응과 관련해 긴급 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기후 적응자금 확대 및 재정 개혁 ▶핵심 광물 공급망의 공정·포괄적 거버넌스 구축 ▶모든 사회계층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추진 ▶생물다양성·기후·개발을 통합하는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 확립 등이 포함됐다. ◇ 불안한 리더십 속 중국의 '이행 능력'에 주목 지금의 글로벌 기후 리더십은 불안정하고 복잡한 전환기를 겪고 있다. 미국은 국제협력을 외면하며 후퇴하고, EU는 내부 분열로 리더십 공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막강한 청정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녹색 리더'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비록 중국의 목표가 과학계의 권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의 목표 설정 방식(이행 가능성을 중시하는 하향식 정치문화)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는 “약속한 그 이상을 이행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결국 향후 글로벌 기후 대응의 향방은 선진국의 정치적 의지(특히 미국의 복귀 여부와 EU의 단합) 그리고 중국의 감축 속도라는 두 축에 달려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감축 목표를 '최대치(ceiling)'가 아닌 '최저선(floor)'으로 삼고 이를 초과 달성하며, 다른 국가들이 화석연료의 '생산 격차'를 좁히는 데 동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헬싱키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에너지 및 청정 대기 연구 센터(CREA)의 중국 분석가 벨린다 셰페는 “중국의 배출량이 감소하면 전 세계 배출량도 감소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덕분에 인류는 1.5℃ 목표를 향한 좁고 도전적인 길을 계속 갈 수 있고,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기대가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나타내는 그래프 모양을 만드는 데 중국이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의 주도권 역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국이 쥐게 됐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와 에너지 문제에 ‘분자 스펀지’로 답하다 – 올해 노벨 화학상

올해 노벨 화학상은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에너지·환경 문제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를 연 연구에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 일본 교토대 기타가와 스스무, 호주 멜버른대 리처드 롭슨, 미국 UC버클리대 오마르 M. 야기 교수에게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이들이 수상하게 된 것은 금속과 유기 분자를 결합한 새로운 결정 구조, 바로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 MOF)를 만든 공적 때문이다. MOF는 겉보기엔 단단한 결정이지만, 내부는 미세한 구멍으로 가득하다. 이 다공성 구조 덕분에 각설탕 한 조각 크기의 MOF가 축구장 여섯 개 면적의 표면적을 지닐 수 있다. 그만큼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표면이 늘어나, 소량으로도 막대한 양의 가스나 액체를 흡착·저장할 수 있다. 이 독특한 '분자 스펀지'는 기후위기 대응, 물 부족 해결, 청정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하이너 링케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수상 발표 자리에서 “MOF는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기능을 지닌 맞춤형 물질을 만들 기회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탄소 포집과 오염 정화 – '기후 스펀지'의 시대 MOF의 가장 큰 잠재력은 온실가스 포집(Carbon Capture) 이다. 기타가와 교수는 1997년 MOF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간단히 방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Bulletin of the Chemical Society of Japan』, 1998, DOI: 10.1246/bcsj.71.1739). 이후 UC버클리의 야기 교수는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안정적 구조로 발전시켰다. 실제로 캐나다 기업 스반테(Svante)는 MOF 'CALF-20'을 활용해 시멘트 공장의 배기가스에서 CO₂를 제거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산업 배출가스 감축의 실질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Nature, 2025.10.8). 또 다른 응용은 환경오염 정화다. 미국 연구진은 MOF를 이용해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는과불화화합물(PFAS)을 물에서 분리하고, 사린가스 등 독성 물질을 흡착·분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3년 포스텍-버클리 공동연구팀은 MOF를 이용해 대기 중 수분을 포집하는 시스템을 개발,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발표하기도 했다. ◇사막의 공기에서 물을 — '분자 공기청정기'가 빚은 기적 야기 교수팀은 2018년 MIT의 에블린 왕 교수와 함께 미국 애리조나 사막의 공기에서 식수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Nature Communications, 2018, DOI: [10.1038/s41467-018-03162-7]). 습도 20% 이하의 건조한 공기에서도 MOF는 공기 중 수증기를 흡착했다가 낮에 햇빛으로 가열되면 수증기를 방출하고 이를 응축해 물로 만든다. 이는 전기나 에너지원 없이 햇빛만으로 물을 얻는 친환경 기술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물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 야기 교수는 “공기 속 물 분자를 '보이지 않는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Science, 2025.10.8). ◇청정연료와 에너지 저장 — 수소사회로 가는 관문 MOF는 수소(H₂)와 메탄(CH₄) 같은 기체 연료를 고밀도로 저장할 수 있다. 기존의 고압·극저온 방식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2023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Hydrogen Storage in Microporous Metal-Organic Frameworks", DOI: 10.1126/science.1083440)에 따르면, MOF는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량이 기존 탱크 대비 최대 2.5배에 달한다. 이 기술은 연료전지 자동차 등 차세대 수소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MOF 내부 공동(cavity)은 촉매 역할을 해,온실가스를 유용한 연료나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탄소 재활용 촉매 반응에도 쓰일 수 있다. ◇ '망상화학(Reticular Chemistry)'이 여는 맞춤형 물질 시대 야기 교수는 MOF 개념을 확장해 '망상화학(Reticular Chemistry)'이라는 새로운 화학 체계를 정립했다(Nature, 1995, DOI: 10.1038/378703a0). 이는 분자 단위의 블록을 조립해 원하는 구조와 기능을 구현하는 개념으로, 에너지 저장소재·촉매·의약품 전달체 등 다양한 맞춤형 신소재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합성된 MOF는 10만 종 이상, 매달 500종이 새로 발표되고 있다(University of Cambridge MOF Database, 2025). AI를 활용해 특정 목적에 맞는 구조를 예측·설계하는 연구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산업 전환과 녹색경제의 촉매 MOF는 탄소중립 산업 전환의 '촉매'로도 평가받는다. 특히 시멘트·철강 등 탄소 다배출 산업에서 배출가스를 선택적으로 분리·저장할 수 있어 순환형 탄소경제(Circular Carbon Economy) 구축의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킴 젤프스 교수는 “이 구조는 화학적으로 제어 가능한 분자 여과망으로, 산업 공정의 탈탄소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공기에는 탄소·수소·산소·질소가 모두 있다. 이 단순한 원소들로부터 단백질·식량·연료를 만들 수 있다면 공기는 곧 '보이지 않는 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F가 그 '보이지 않는 금'을 현실로 만드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탄소 포집에서 수소 저장, 물 생산까지, 세 과학자가 설계한 이 '분자 스펀지'는 기후위기 시대의 가장 작고 가장 강력한 인류의 도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벽·가구가 ‘숨은 오염 저장소’…실내공기와 건강 위협한다

집 안 벽과 가구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화학물질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페인트칠 된 벽, 목재 가구, 콘크리트 등은 마치 거대한 스펀지처럼 유해 화학물질을 흡수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방출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예상보다 수백~수천 배 더 큰 저장 능력 캐나다 토론토대학 화학과 연구팀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의 실험 주택에서 다양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공기 중에 주입한 뒤, 이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지를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표면 유기물질 막(두께 수십 나노미터, nm)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실제로는 집안 벽과 가구 속에 평균 약 8마이크로미터(μm) 두께에 해당하는 거대한 저장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두께가 수백~수천 배에 이르는 값이다. 그 만큼 많은 양의 화학물질이 벽이나 가구 표면에 저장돼 있다는 의미다. ◇환기로는 제거되지 않는 물질들 저장 능력이 크다는 것은 곧, 일부 화학물질은 환기를 해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옥탄올-공기 분배계수(K_OA)'라는 지표로 물질의 특성을 평가했는데, 이 값이 5 이상인 살충제 성분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사라져 벽 등 표면에 흡수됐다. 특히 K_OA 값이 9 이상인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A(BPA)는 환기를 수십 번 해도 사실상 제거가 불가능하고, 벽과 가구에 수년 이상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진공청소기 사용이나 걸레질 같은 물리적 청소가 병행돼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에 미치는 파급 효과 이 같은 실내 '화학물질 저장소' 현상은 건강과 일상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기 중 농도가 낮아지더라도 벽과 가구에 달라붙은 화학물질을 만질 때 노출되는 경로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또, 피부를 통해 흡수되거나 먼지와 함께 섭취할 위험도 커진다. '3차 흡연' 위험도 생긴다. 담배 속 니코틴은 벽과 가구에 흡수됐다가 다시 방출되면서, 흡연자가 떠난 뒤에도 냄새와 유해 성분이 남는다. 이것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3차 흡연'이라고 하는데,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더 큰 위험 요인이다. 산불·화재 피해도 장기화될 수 있다. 산불 연기 속 글루타르산, 카테콜 같은 물질은 벽에 달라붙어 수개월~수년간 남아 지속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물걸레질로 표면 청소를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실제 주거 환경에서 실내 표면의 총 저장 능력을 실험적으로 정량화한 최초 사례 중 하나"라며 “실내 공기질 모델과 인체 노출 위험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은 ▶정기적인 환기와 함께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 사용 ▶진공청소·물걸레질을 통한 표면 청소 ▶저휘발성 친환경 자재와 가구 사용 등을 권장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검독수리 둥지 찾아 77년 전 남양주 예봉산 절벽 올랐던 미군 장교

지난달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제주도 한라산 절벽에서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를 발견했다면서 검독수리 번식 둥지가 국내에서 확인된 것은 77년 만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해(2024년) 7월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한라산 북쪽 인근에서 어린 검독수리 1마리를 구조했던 사건과 지역 주민의 목격담을 토대로 검독수리 조사에 들어갔다. 종복원센터는 지난 4월 한라산 북쪽 지대 약 90m 절벽의 1/3 지점에서 지름 약 2m, 높이 약 1.5m 추정되는 검독수리의 둥지를 발견했다. 검독수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대형 맹금류다. 겨울철 북쪽에서 한반도로 내려오는 철새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텃새로 국내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양구 등지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동안 번식 둥지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종복원센터가 77년 만에 둥지를 발견했다고 한 근거는 1950년 10월 미국의 저명한 조류 학술지인 '디 오크(The Auk)'에 게재된 논문이다. 논문 제목은 '한국의 조류 기록(Notes on the birds of Korea)'이다. ◇1950년 발표 논문 “1948년 예봉산에서 관찰" 이 논문은 1947년부터 1948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복무한 미국 육군 장교 로이드 레이몬드 울프(Lloyd Raymond Wolfe)가 작성한 것이다. 울프는 1947년 3월 10일 인천 남쪽에서, 3월 25일 수원 근처에서 각각 검독수리 한 마리가 목격됐다는 내용을 논문에 적었다. 또 같은 해 10월 19일 천마산에서 검독수리 두 마리를 직접 목격했다고도 했다. 울프는 1948년 4월 4일 가이드의 안내로 경기도 남양주 예봉산을 찾았고, 안내원은 정상 부근 협곡 벼랑에 둥지가 있다고 알려줬다. 이에 울프가 총을 쏘았고, 그 소리에 놀란 검독수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울프 일행은 바위 절벽을 올라 검독수리 둥지를 찾아냈다. 둥지에는 곧 부화할 알 한 개와 갓 부화한 새끼 한 마리가 있었다. 울프는 알과 새끼 둘 다 가져왔다. 논문에서 알은 울프 개인이 소장하고 있고, 새끼의 박제는 미국 국립 박물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울프는 1948년 4월 16일 천마산 절벽 꼭대기에서 또 다른 독수리 둥지를 발견했는데, 이 때는 밧줄이 없어서 둥지까지 내려갈 수 없었지만, 둥지 가장자리에 있던 배설물로 보아 어린 새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지금은 사라진 크낙새 관찰 내용도 울프는 장교로 근무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사냥을 겸해 조류 관찰 여행을 계속했다. 그는 논문에서 “1947년 2월부터 7월까지는 인천에서, 1947년 7월부터 1948년 12월 말까지는 서울에 주둔했다"고 밝혔다. 그는 “열악한 도로 사정, 교통난, 그리고 다른 이유로 야외 활동은 주말이나 휴일로 제한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조사 활동은 주로 경기도와 강원도 서부 지역으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울프는 일본으로 근무지를 옮긴 다음인 1950년에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에는 검독수리를 포함해 150여 종의 새를 기록했고, 125점의 박제를 확보해 미국 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논문에 기록된 새 중에는 지금은 사라진 광릉 크낙새도 포함돼 있다. 울프는 논문에서 크낙새를 '거대한 딱따구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새는 매우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되었지만, 저는 다행히 번식하는 세 쌍을 발견했다"면서 “이 세 쌍 중 두 쌍은 서울 북서쪽의 다른 지역에 있었고, 다른 한 쌍은 서울 북동쪽의 거대한 가문비나무(전나무숲을 말하는 듯)가 있는 숨겨진 계곡에 있었다"고 밝혔다. 크낙새는 수백 년 동안 나무를 보호해온 왕릉 주변의 벌목 제한 구역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수컷은 특히 경계심이 강해 관찰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울프는 “1948년 10월 31일 금천리 서쪽 소나무 숲에서 붉은 볏을 가진 수컷 크낙새 한 마리가 목격됐다"면서 “(이에 앞서) 1948년 5월 31일 어린 수컷 한 마리가 둥지를 떠나자 마자 사살됐다"고 보고했다. 논문에서는 울프 자신이 어린 수컷 크낙새를 직접 사냥했는지, 크낙새 박제를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 조류학 연구를 이어주는 역할 울프는 해방 직후와 한국전쟁 당시 침체됐던 한국의 조류학 연구의 명맥을 있는 중간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조류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국내 원로 조류학자인 고(故)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1929~2020)는 개성 출신으로 한국전쟁 전에 남한으로 내려온 다음 포병장교로 전쟁을 겪었고, 전쟁 후에야 경희대 생물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원 교수는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유학한 후 1961년 경희대 생물학과에 교수로 부임한 뒤 국내 조류학을 이끌었다. 원병오 교수의 부친이자 국내 1호 조류학자인 고(故) 원홍구 박사(1888~1970)는 평북 삭주에서 태어나 일본의 가고시마(鹿兒島)고등농림학교로 유학을 갔다온 후 교사 생활을 했고, 1947년 김일성종합대 생물학부 부교수로 취임, 북한의 조류학 연구를 이끌었다. 울프는 사냥과 조류 연구를 병행했다. 77년 전의 조류 연구 방법과 멸종위기종 개념이 지금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에 알을 채집하고, 박제 표본을 제작해 미국으로 반출한 그의 행적을 지금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렵다. 제주도에서 검독수리 둥지를 확인한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강승구 박사는 “울프는 일본을 거쳐 필리핀으로 근무지를 옮긴 후에도 필리핀의 조류를 연구해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울프가 기증한 검독수리 새끼 박제 표본이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생선 내장과 한약 팩에도…미세플라스틱에 매일 노출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 건강에 보탬이 되기 위해 먹는 한약이 사실은 미세플라스틱의 '숨은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국과 국내 연구진이 각각 발표한 두 건의 연구는, 생선 섭취 방식과 액상 한약 팩(파우치)의 가열 과정에서 우리 몸속으로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선, 살코기는 안전해도 내장·아가미는 위험 중국 칭다오 해양과학기술센터 해양생태환경과학연구실 연구팀은 지난 8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잡힌 생선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어류 37종, 모두 1075마리를 분석했는데, 생선 살(근육)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장에서는 39.6%, 아가미에서는 36.3%라는 높은 비율로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즉, 회나 구이처럼 살코기 위주로 먹을 때는 위험이 낮지만, 한국·일본·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즐겨 먹는 내장 발효 젓갈이나 아가미·내장을 넣은 찌개류는 직접적인 노출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전 세계인이 생선을 통째로 소비할 경우, 1인당 연간 약 5만6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표층수에 사는 작은 물고기일수록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았고, 반대로 깊은 바다의 큰 어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대형 어종은 수은·납 같은 중금속과 유기 오염물질 축적 위험이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데운 한약, 미세플라스틱 최대 3배 증가 일상 속 또 다른 위험은 한약 파우치 가열이다. 고려대 보건안전융합과학과 서지훈 교수와 한국분석과학연구소 정재학 소장 등 연구팀은 지난달 '환경독성학 및 환경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연구팀은 시판 액상 한약 5종을 골라 분석을 진행했는데, 상온 섭취 시에는 한 팩당 평균 3.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같은 한약 팩이라도 전자레인지(700W, 1분) 가열 시에는 5.5개, 중탕(끓는 물, 5분) 가열 시 무려 10.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연구팀은 “가열 과정에서 파우치 내벽(폴리프로필렌·폴리에틸렌 재질)이 손상되면서 미세한 입자가 떨어져 나오는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3팩씩 꾸준히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상온 섭취 시는 연간 3200개, 전자레인지 가열 시 5900개, 중탕 가열 시 최대 1만13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되는 셈이다. ◇현명한 소비와 제도적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소비자 차원에서 ▶생선은 가급적 살코기 위주로 섭취할 것 ▶내장·아가미 활용 요리 줄이기 ▶한약 파우치는 가급적 상온에 보관하면서 섭취하기, 꼭 데운다면 전자레인지 활용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 포장재 자체의 개선이다. 정부와 기업이 내열성 강화 포장재 개발, 생분해성 소재 대체, 안전 기준 마련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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