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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성 기아 사장, PBV에 ‘올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17 07:44

첫모델 PV5 국내계약 시작 “2030년 25만대 판매 목표”

상용차 영향력 키우기, 中기업 진출확대 견제 ‘이중포석’

송사장, 전기차·픽업 함께 ‘신차종 3개축’ 설정 전폭지원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지난 4월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회사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송 사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 PBV 판매 목표를 2030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지난 4월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회사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송 사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 PBV 판매 목표를 2030년 25만대로 정했다고 밝혔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승용 대비 빈약한 상용차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관련 분야에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CATL 등 중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미 일정 수준 경쟁력을 확보한 승용 전기차(EV)와 플랫폼을 일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원가 절감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브랜드 첫 PBV 'PV5'를 선보이고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가족용으로 사용이 적합한 '패신저'와 넓은 화물 공간을 갖춘 '카고'가 우선 출시된다.


PBV는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로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제조사가 차량을 만들어 팔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맞춤형 차' 제작이 가능한 셈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점은 기아가 PBV 시장 공략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무대에서부터 PBV는 회사 홍보·마케팅 우선순위 1순위 자리를 꿰찼다. 기아는 이후 국내외 모터쇼와 전기차 박람회 등에 수차례 참가하며 PV5 등 차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PBV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만 100여개에 이른다.




송 사장 역시 PBV 역량 강화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CES 2024'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기아가 CES에 5년만에 왔는데 PBV에 대한 기술과 비전을 더욱 구체화해 발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 사장은 올해 4월 'CES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PBV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EV, 픽업과 함께 PBV를 '신차종 3개 축' 중 하나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연간 판매량을 25만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올해 PV5, 2027년 PV7, 2029년 PV9 등 신차 출시 일정도 확정한 상태다.


송 사장의 이같은 행보는 PBV 시장 확대에 대한 확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경상용 전기차 및 PBV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경상용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66만대로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경상용 전기차의 대부분은 PBV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아가 최초로 선보인 PBV 'PV5 패신저' 제품 이미지. 차박, 피크닉 등 레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실내·적재 공간을 대폭 넓힌 게 특징이다.

▲기아가 최초로 선보인 PBV 'PV5 패신저' 제품 이미지. 차박, 피크닉 등 레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실내·적재 공간을 대폭 넓힌 게 특징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랜스포트는 총소유비용(TCO)을 분석한 결과 2027년에는 전기 상용차가 디젤과 가격경쟁력이 비슷해질 것으로 봤다. 배터리 가격 하락,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보조금 및 세금 지원 정책 등을 고려한 결과다.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르노와 볼보는 물류기업 CMA와 합작해 전기 사용차 전문기업 'Flexis'를 설립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해 도심 내 라스트마일 배송용 PBV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CATL은 경상용 전기차 섀시 'Kunshi'를 개발한 상태다. 송 사장이 경쟁사 견제를 위해 PBV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PBV 시장이 커지면 기아가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아가 PV5 등 모델에 적용한 플랫폼 'E-GMP.S'가 기존 현대차그룹이 사용하는 전기차 전용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추가로 개발하더라도 승용 모델들과 호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E-GMP에 편평한 바닥과 넓은 실내·화물 공간, 다양한 바디 탑재가 용이한 구조를 적용해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일 방침이다.


기아는 일단 PBV 국내 생산 로드맵을 '글로벌 판매 30만대 달성'으로 보고 있다. 송 사장은 앞서 “PBV 투자나 공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30만대까지는 화성공장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KAMA는 보고서를 통해 “PBV는 자율주행 시대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향후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 시 무인 배송, 도심내 셔틀, 이동형 상점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수요와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PBV 보급을 위한 정부의 중장기적인 정책 지원 및 제도 정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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