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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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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승환 자원열분해협회 회장 “분리수거 잘해도 선별 잘 안돼…‘도시유전’ 자원 부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4 09:57

폐비닐 나프타 추출기업 씨오콤 대표 “양질 폐기물 SRF 시멘트 연료로 신분세탁”
“폐플라스틱,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어야 순환경제 달성 가능…대기업도 넘본다”
“순환자원유통센터 선별업체 관리 제대로 안돼…폐비닐에 음식물·철근 딸려 들어와”

박승환

▲박승환 한국순환자원열분해협회 회장이 지난달 31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를 잘해도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과정에서 선별이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품질이 좋은 폐기물이 시멘트업계로 흘러들어가 '도시 유전'으로 쓸 자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박승환 한국순환자원열분해협회 회장(씨오콤 대표)은 지난달 31일 강원 홍천 씨오콤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도시유전' 사업의 현 상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폐플라스틱 중 폐비닐을 열분해해 원유 중 하나인 나프타의 원료를 생산하는 기업인 씨오콤 대표이기도 하다. 나프타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된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사업은 환경부가 폐플라스틱 순환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육성하고 있는 사업이다.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1년 기준 0.1%에서 2030년까지 10%로 100배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회장은 15년 전인 2009년부터 열분해업계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준비했다. 그는 지난달 설비를 추가 증설했다. 이제부터 폐비닐에서 나프타 원료를 열심히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최근 사업을 하다 보니 폐비닐이 선별업체로부터 제대로 오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폐비닐 물량이 충분히 오지 않을 뿐 아니라 폐비닐과 같이 오면 안 되는 음식물쓰레기와 심지어 철근 등이 딸려 오는 걸 인지했다.


박 회장은 물량 부족 문제에 대해선 폐비닐과 같은 양질의 폐기물이 선별업체로부터 시멘트 업체로 대량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에 들어온 폐비닐 물량이 336톤이다. 한 달 동안 폐비닐을 900톤 정도 사용했는데 당장 이달부터 가동률이 확 떨어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비성형 고형폐기물(SRF)이라는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유연탄 대신 비성형 SRF를 연료로 사용한다"며 “선별장에서도 선별을 열심히 해봐야 비용만 더 들 뿐 수익성이 없으니 대충 선별해서 파쇄하고 비성형 SRF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SRF를 크게 성형과 비형으로 나눠서 설명했다. 비성형 SRF은 성형 SRF보다 제조 과정이 더 단순하다.


폐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원료가 아닌 비성형 SRF로 신분 세탁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그는 열분해업계를 대표해 물질재활용업계, 소각업계, 고형연료업계 등 원래 경쟁상대였던 업계와 환경자원순환업으로 뭉쳤다.


환경자원순환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업계로 흘러가는 폐기물량은 지난 2019년 기준 136만6000톤에서 2022년 252만1646톤으로 3년 만에 1.8배 늘었다.


환경자원순환업계는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을 중심으로 시멘트업계의 폐기물 처리과정이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시멘트업계에서 쓰레기를 연료로 많이 처리해주면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폐플라스틱을 플라스틱 원료로 만드는 게 연료로 태우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재활용 방식이라 강조했다.


폐플라스틱이 제대로 선별되고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어져야 하는 게 순환경제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환경부가 열분해율을 0.1%에서 2030년까지 10%로 높이겠다고 계획을 세운 배경이다.


박 회장은 “5년 전만 해도 환경부는 열분해 사업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업체 수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환경부가 열분해율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세우면서 업체도 우후죽순 20개 넘게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폐플라스틱 처리 시장에서 패트병은 석유화학 관련 대기업들이, 폐비닐은 중소업체들이 처리하는 구조로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부 산하기관이 제대로 폐기물을 선별하도록 선별업체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폐비닐 큐브에 다른 쓰레기들이 딸려오면 나프타 원료 수율(품질)을 떨어뜨리고 설비 고장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선별업체에 대해서는 “한국환경공단에서 분기별로 선별업체를 무작위로 찾아가 선별을 잘하는지 조사하는데 조사방식에 큰 오류가 있다"며 “선별업체 조사는 선별업체에서 진행된다. 선별업체는 선별장에 선별이 잘된 폐기물을 전시해 잘하고 있는 척을 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선별업체로부터 재활용업체가 받은 폐기물을 대상으로 조사해야 선별이 정말 잘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현재는 조사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선별업체로부터 저등급 폐기물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어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EPR에서 전체 재활용의 30%를 열분해를 포함해 물리적 재활용(MR)으로 반드시 채우도록 했다. 만약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부가금를 부과한다"며 “다만 이 의무를 선별업체가 아닌 재활용업체에만 부과한다. 선별업체는 MR에 물량을 30%를 보내지 않아도 어떤 제재를 받지 않고, 재활용업체만 MR 30%를 달성하지 못한 죄로 부가금을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재활용업체에 오는 폐기물을 기준으로 선별업체를 조사하고 선별업체도 MR 30%를 달성하는데 동참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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