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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핵폐기물] 베사 에우라요키시장 “온칼로 성공 비결은 일자리·주민소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2 10:47

③ 해외사례 - 핀란드 / 베시 라까니에미 시장 인터뷰



"주민 53% 원전산업 종사…매년 4∼5번 공개토론 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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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에우라요키시의 베사 라까니에미 시장이 지난 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오세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 에우라요키(핀란드) = 오세영 기자] "최종 처분장을 짓기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이 핵심요소입니다. 특히 주민들과 안전에 기반한 믿음을 구축해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원전사,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주민들에게 원전과 최종 처분장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활발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에우라요키 주민 대다수가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장 시설 설립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원전이 지어진 1979년부터 지금까지 45년 넘게 주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해 온 결과입니다."

세계 최초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장인 ‘온칼로’(ONKALO)가 들어서는 에우라요키의 베사 라까니에미 시장은 핀란드 현지 취재차 에우라요키 시청을 방문한 기자에게 "전 세계적으로 미래에는 원전이 더 필요할테고 한국도 관련 산업이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원전과 최종 처분장 시스템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온칼로가 들어서는 에우라요키시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250㎞ 떨어진 해안 지역이다. 지난 9일 헬싱키에서 차를 타고 자작나무 벌판을 지나 북서쪽으로 3시간 30분 정도 이동해 한적한 시골 마을인 에우라요키에 도착했다.

에우라요키에는 925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53%의 주민들이 원전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한다. 원전은 에우라요키의 대표 지역 산업이기도 하다. 핀란드 내 발트해 지역에 가동중인 5개 원전 중 3개 호기가 에우라요키의 올킬루오토 섬에서 운영되고 있다. 가장 최근 가동되기 시작한 올킬루오토 3호기는 1600MW 설비용량으로 유럽 최대이자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베사 시장은 "에우라요키 주민들은 감자를 캐고 베리류를 채집하는 등 농사를 지으면서 원전 산업에도 종사한다"며 "정부, 지자체, 원전사들이 안전을 가장 중요한 기조로 삼고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들도 특별히 위험한 일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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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에우라요키시 온칼로 방문자 센터에서 바라본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 사진=오세영 기자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장인 ‘온칼로’가 에우라요키에 세워지기로 결정되기 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핀란드 정부가 부지 조사부터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장의 후보 지역을 선정하기까지 만 17년이 걸렸다.

온칼로가 들어서는 올킬루오토 섬의 부지 조사는 1983년부터 시작됐다. 핀란드는 최종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1997~1999년까지 4개 후보지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실시했다. 올킬루오토가 부지로 선정된 건 2000년이다.

핀란드 고용경제부는 부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지자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올킬루오토 섬이 영구처분시설 부지로 선정될 때에는 에우라요키 시의회의 표결을 거쳤다. 그 결과 찬성 20, 반대 7로 최종 처분장 부지로 결정됐다.

베사 시장은 "의회에서는 주민들 대다수가 원전 산업에 종사하면서 경제 활동에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종 처분장이 생기면 더 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지자체에서도 우리 주민들이 가장 원전에 관련된 일을 잘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많아지면 세금도 많이 걷힐 수 있기 때문에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무엇보다 ‘가장 선구화된 전력 도시’라는 에우라요키 지자체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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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에우라요키 지자체에서 지난 1984년부터 2013년까지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 핀란드 에우라요키시


에우라요키가 주민들에게 원전과 최종 처분장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까지도 반세기에 가까운 기간이 걸렸다.

베사 시장은 "원전이 지어진 1979년부터 지금까지 40년 넘게 주민들과 소통해왔다"며 "에우라요키 주민들은 원자력 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주민 설득을 위해 1970년대부터 에우라요키 내 협력위원회가 설립됐고 1995년에는 에우라요키, 에너지회사인 테오리수든보이마(TVO), 포시바 협력단이 구성됐다. 에우라요키가 주관해 고용경제부, 방사선원자력안전청(STUK)와 함께 공식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온칼로에 대한 기술 설명과 시설 모형 등이 전시된 방문자 센터에는 해마다 1만5000명이 방문한다.

베사 시장은 "주민과의 소통방식은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며 "해마다 4∼5번 공개 토론을 진행하고 주민들과 언론, 소셜미디어, 이메일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우라요키시가 주민들을 상대로 지난 1984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용후 핵연료를 핀란드 암반에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비율이 30년 동안 30% 이상 올랐다.

베사 시장은 "정부, 지자체, 원전사들이 함께 주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노력 끝에 원전 및 최종 처분장 건설 찬성률이 최근에는 8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claudia@ekn.kr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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