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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르네상스’ 외치는데 고준위방폐장 계획은 ‘제자리 걸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09 10:28

韓, 원전 보유 세계 5위…尹 정부도 ‘원전 르네상스’ 정책 기조

원전 강국이지만 사용후핵폐기물 처리 시설 마련 시급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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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이던 2021년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해외에서도 원전을 보유하거나 운영하는 나라들은 이미 경각심을 가지고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원전 보유국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 원전을 확대하거나 수출을 하려면 고준위 방폐장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정동욱 전 한국원자력학회장)

9일 원전 전문가들은 "고준위 방폐장 없이 원전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자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정책"이라며 "에너지 안보와 공급 측면에서 원전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핵폐기물 시설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원전을 운영하는 상위 20개국 가운데 벨기에와 파키스탄을 제외한 16개국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부지를 확보했거나 선정 절차를 시작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발 빠른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웨덴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 부지 선정과 건설계획 승인까지의 절차를 완료했다. 핀란드는 이미 건설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오는 2025년에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스위스,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일본 등은 부지를 선정했거나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원전 운영 상위 10개국 중 유일하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현행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설의 부지 선정 절차 등의 근거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산업부가 지난 2016년 수립한 ‘1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폐기됐다. 산업부는 지난 2021년 현행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을 근거로 ‘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 핵연료의 임시저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만 포함돼 있다.

따라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을 세울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 3건의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이 발의돼 있지만 첫 단추인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발이 묶인 상태다.

방폐장 설립이 부지 선정 및 주민 설득도 하기도 전에 정치권의 친(親)원전·탈(脫)원전 논란으로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신한울 3·4호기 외 추가 원전 건설을 검토하는 등 원전 확대로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송전선 미비로 현재 있는 원전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원전확대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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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 및 포화예상시기

구분고리한빛한울새울신월성월성
저장률(%)87.677.974.731.875.4
예상발생량
(만 다발)
1.21.32.71.60.472.2
포화시기(년)203220302031206620422037

* 저장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이며 예상발생량 및 포화시기는 올해 재산정한 것임

*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은 탄소를 발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달성에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발전원으로 꼽힌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스리마일 섬,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와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 환경적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맞은 이후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다시 원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실제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전쟁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전기료와 천연가스료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에너지 공급 위기에 따라 제조업도 타격을 받으면서 소비 침체까지 이어졌다.

독일은 올해 2분기 에너지 순수입이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독일 발전규모는 234테라와트시(TWh)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입을 늘려 상반기 전력수입량은 31%(7.2TWh) 급증했다. 특히 최근 원전 가동을 확대한 프랑스로부터 수입한 전력이 4.4TWh로 가장 많이 늘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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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꾸준히 원전산업을 부활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수급 안정을 최우선으로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등을 고려해 원전 중심의 실현 가능하고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원전 10기 계속운전과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등 신규 원전 5기 적기 준공을 통해 원전 비중을 2021년 27.4%에서 2030년 32.4%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최종 운영허가를 받았다. 윤 정부 들어 첫번째 원전 운영허가를 받은 신한울 2호기는 6개월여 시운전 시험을 거쳐 이르면 내년 4월 상업 운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공사도 재개된 상태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지 정지 공사에 착수했다. 부지 정지는 본격 건설에 앞서 터를 다지는 작업이다. 지난 2017년 건설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는 지난해 7월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사업재개가 결정됐다.

정부는 기본 운영 허가 기간이 40년인 원전에 대해 안전성 검증을 거쳐 10년 단위로 운영기간을 늘리는 ‘계속 운전’ 추진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됐거나 만료될 예정인 총 10기의 원전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운전을 신청해 운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40년의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나는 원전은 고리·한빛·한울·월성에 걸쳐 모두 10기다. 10기의 총 설비용량은 8.45기가와트(GW)에 달한다.

또 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두고 경제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claudia@ekn.kr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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