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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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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간암 유발 B형·C형 간염, 조기검진이 ‘완치 열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7 17:50

28일 '세계 간염의 날'…조기진단 등 캠페인 활발

혈액 검사로 항체·항원 확인해 적극 치료받아야

B형은 예방 접종과 약물 관리로 건강 유지 가능

C형은 백신 없지만 약물 치료로 99% 완치 도전

혈액이 전파 고리…불결한 성접촉·문신은 금물

강동경희대병원 이문형 교수가 간염의 원인과 조기 검진 및 예발·치료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동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이문형 교수가 정복이 가능해진 간염의 원인과 조기 검진 및 예방·치료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동경희대병원

매년 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간염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질병 부담을 줄이고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학계 및 보건당국 차원에서 각 국가별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인식증진·홍보 캠페인이 진행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오는 2030년까지 B형과 C형 간염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험 종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간염 예방과 조기 진단, 치료율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간염은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B형 간염과 C형 간염이 대표적이다. 전세계적으로 B형 간염은 약 2억9600만명, C형 간염은 약 5800만명이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바이러스는 만성 간질환과 간세포암(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간세포암의 약 80%가 B형 또는 C형 간염과 관련되어 있다. 문제는 간세포암이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간염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0~2024 진료통계를 보면, B형 간염은 증감을 반복하며 연간 40만명 내외의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진료 환자 숫자가 감소 추세다. 2020년 3만8451명에서 매년 약간씩 줄면서 2024년에는 2만6395명 수준이다.


간염은 발생 시기와 경과 기간에 따라 급성 간염과 만성 간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급성 간염은 일반적으로 피로감, 식욕 저하, 오심, 구토, 발열, 우상복부 불쾌감 등의 비특이적 증상과 함께 황달, 진한 소변, 가려움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은 자연 회복되지만, 일부는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돼 응급상황을 초래하기도 하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반면, 만성 간염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간의 염증과 섬유화가 지속되면 간경변(간경화)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B형 간염은 감염자의 혈액, 정액, 타액 등 체액을 통한 점막 또는 비점막 접촉으로 전파된다. 특히 출생 시 산모로부터 신생아에게 전달되는 수직감염이 국내를 포함한 고유병 국가에서 가장 흔한 전파 경로로 알려져 있다.




C형 간염은 주로 혈액을 통한 전파가 중심 경로이며, 과거에는 수혈이나 주사기 공동 사용이 주요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비위생적인 문신 시술과 주사기 공유를 통한 약물 사용, 특히 비공식 시술 환경에서의 감염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외에도 B형·C형 공히 감염자의 체액이 묻은 면도기, 칫솔 등의 생활용품 공유, 성접촉, 무면허 시술 등 일상생활 속 노출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B형 간염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과 간암 등 간 손상 과정. 출처=국민간강정보포털

◇B형, 체액 통한 접촉 주의C형, 비위생적 문신시술 감염 증가세


간염은 비교적 간단한 혈액 검사로 확인 가능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는 “B형 간염은 표면항원(HBsAg)과 표면항체(HBsAb)를 검사해 감염 여부와 면역 상태를 알 수 있다"면서 “표면항원이 양성이면 현재 감염 상태, 항체가 양성이면 백신 접종이나 과거 감염을 통해 면역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C형 간염은 먼저 항체 검사(anti-HCV)를 시행한다. 이 항체가 양성으로 나올 경우, 실제 감염되었거나 과거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드물게 위양성(실제 감염이 없는데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확인을 위해 추가로 C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HCV RNA)를 시행해야 한다. 이 검사를 통해 현재 바이러스가 몸 안에 있는지 여부를 정확이 알 수 있다.


간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장기다. 특히 간에 염증이 생기는 간염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는 “간은 암(악성 종양)이 발생하거나 바이러스 감염이나 일부 손상이 일어나도 별다른 이상 신호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고위험군이나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과 혈액검사를 통해 미리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형 간염은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지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간 손상을 줄일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있다. 약물치료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치료의 '금과옥조' 1호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투여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문형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면서 “자의적으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간 손상을 악화시키거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C형 간염은 최근 개발된 직접작용 항바이러스제(DAA) 덕분에 8∼12주 정도의 약물치료만으로 99%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어 국가선별 검사를 더 확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기 검진이 이뤄져야 한다. 고위험군은 스스로 주치의와 상의해 정기 검진을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재영 교수(소화기내과)는 “만성 B형간염은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므로 예방접종과 함께 발병시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B형간염 보유자의 가족, 수혈을 자주 받아야 하는 환자, 혈액투석 환자, 의료인 등의 경우 B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재영 교수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재영 교수가 간염을 방치하면 간암으로 이어진다면서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손상에도 무증상 많아…정기검진 중요


40세 이상의 B형 간염 보유자는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간암이나 간경변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건강검진사업을 통해 B형 간염 보유자에게 간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무료 또는 10%의 본인 부담금으로 제공하고 있어 적극적인 검진 참여가 권장된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방치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지만, 감염자 수에 비해 실제 치료받는 환자가 매우 적다는 점이 문제라고 학계와 전문의들은 걱정한다. 대한간학회는 국내 C형 간염 감염자가 약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실제 진료받은 환자는 2만6395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1명만 진료를 받은 수준이다.


이는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매우 경미하게 나타나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C형 간염 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는 56세가 되는 국민(1969년생)을 시작으로, C형 간염 항체 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어 생애 한 번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간염환자뿐 아니라 가족력, 습관성 음주, 빈번한 과음·폭음, 심한 지방간, 비만, 당뇨(고혈당), 독한 약 복용 등 고위험군은 정기검진으로 간경화나 간암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이순규 교수는 “특히 C형 간염은 백신이 없어 혈액 전파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라며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있는 만큼 빠른 진단과 치료를 통해 완치를 하려는 전향적인 정책과 의료 제공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B형·C형 간염 외에도, A형과 E형 간염처럼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파되는 간염도 있어 국내외 여행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A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있어, 해외 여행 예정자나 항체가 없는 20∼40대 젊은 층에게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E형 간염은 국내 유병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환자 수와 항체 양성률이 증가하고 있다.


간염을 포함한 간질환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피로감이나 식욕 저하를 감기로 착각하고 지나치기 쉽다. 이문형 교수는 “간기능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반드시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원인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간기능 검사를 통해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간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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