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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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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의료용대마는 마약, 합성니코틴은 공산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7 23:29
김철훈 유통중기부장

▲김철훈 유통중기부장

지난달 대법원은 대마초에서 추출한 의료용 성분 '칸나비디올(CBD)'도 마약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 화장품 원료 수입업자가 환각작용이 없는 성분인 CBD를 수입하려다가 통관이 거부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현행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상 대마초가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 만큼 대마초에서 추출한 성분은 환각성분 유무와 관계없이 마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행 국내법이 모든 대마초 품종을 마약류로 분류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유엔과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은 뇌전증 등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천연성분인 CBD를 다량 함유하면서 환각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은 거의 없는(THC 건조중량 0.3% 이하) 새로운 대마 개량품종 '헴프' 종을 기존 마약 제조에 사용하는 '마리화나' 종과 별개의 품종으로 분류해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법적으로 헴프종도 마약류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헴프 종에 미량 남아있는 THC를 100% 제거해 순수한 CBD만 생산해도 국내 상용화는 물론 해외수출 길도 사실상 막혀있다.


이 때문에 국내 CBD 생산기업은 제조공장을 해외로 옮기기도 한다. 6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CBD 시장에서 우리나라보다 CBD 추출 기술이 뒤쳐졌던 일본이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는 것도 업계의 한탄이다.




마약 규제를 엄격히 하려는 입법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성분이나 효과'가 아니라 대마 식물이라는 '출처'만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현행법의 경직성은 품종 개량 등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규제의 경직성은 담배 산업계의 '합성니코틴' 논란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행 담배사업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상 '담배'는 '연초(담뱃잎)'를 원료로 한 제품에 한해 규제대상으로 삼는다.


합성니코틴은 담뱃잎에서 추출되는 천연니코틴과 화학적으로 동일하지만 인공적으로 제조된 화합물로, 천연니코틴보다 순도가 높아 중독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담배 식물에서 추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합성니코틴으로 만드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 판매 금지나 경고문 부착 등 담배에 적용되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청소년은 무인판매기나 온라인 등에서 합성니코틴으로 만든 액상전자담배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코카인 등 마약 성분을 섞어 국내에 들여오려던 해외 일당이 검거되는 등 액상형 전자담배가 새로운 마약 전달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합성니코틴 액상담배를 담배로 정의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도 일부 국회의원과 합성니코틴 수입업자의 반대에 막혀 국회 통과가 계속 불발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022년부터 합성니코틴 제품도 미국식품의약국(FDA)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켰고 일본, 영국 등도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품종 개량, 화합물 합성 등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마약 및 중독성 기호품에 대한 입법체계의 경직성은 국민보건증진과 신흥산업육성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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