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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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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핵폐기물] 핀란드, 2025년 세계 첫 핵연료 영구 처분장 ‘온칼로’ 운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2 10:47

③ 해외사례-핀란드



섬 지역 지하 450m 깊이·매립 터널 10㎞ 규모의 ‘숨은 동굴’



지하 450m 깊이…최대 6500t 분량 핵 폐기물 10만년 봉인 계획



핀란드, 국가 전력 40%가 원전…"국민들 친환경 에너지로 여겨"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는 국내 원전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으로 지적됐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고사위기를 맞았던 국내 원전 산업에 다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국내에 핵폐기물 처리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 신세가 되고 있다. 원전 산업 부활만큼 중요한 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다. 원전업계와 학계에서는 진정한 원전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특별법안 입법 조차 국회에 발이 묶인 상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고준위 방폐장 시설 마련에 고충을 겪는 국내 현주소를 알리고 해외사례에서 해법을 찾고자 ‘갈 곳 없는 핵폐기물’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스위스, 핀란드, 프랑스 등 선진국을 찾아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모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국내 실태·대책
② 해외사례-스위스
③ 해외사례-핀란드
④ 해외사례-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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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사용후 핵연료 최종처분 저장소인 ‘온칼로’가 핀란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 섬에 지어지고 있다. 포시바


[에너지경제신문 / 에우라요키(핀란드) = 오세영 기자] "핀란드에 세계 최초 사용후 핵연료 최종처분 저장소인 온칼로(ONKALO)를 짓는 건 굉장히 역사적인 일입니다. 최근 독일에서 온칼로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타국에 가서 설명을 하다 보니 더 큰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온칼로 운영사인 ‘포시바’(POSIVA)의 파시 투오히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이달 핀란드 현지 취재차 온칼로 방문자 센터를 방문한 기자로부터 "세계 최초 사용후 핵연료 최종처분장 운영을 이끌어 가야 할 입장으로서 소감이 어떻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핀란드는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사용후 핵연료 최종처분 저장소를 짓고 있다. 이 사용후 핵연료 최종처분장은 ‘온칼로’다. 이곳은 현재 △ 영구 처분 △ 심층 처분 △ ‘캐니스터’(핵연료봉 밀폐용기) 사용 등에서 모두 세계 최초로 평가받는다. 최신 최고의 처분 방식이 적용된 만큼 안전성도 당연히 가장 우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게 포시바 측의 설명이고 자랑이다.

온칼로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250㎞ 떨어진 해안 지역 에우라요키의 올킬루오토 섬의 지하 450m 깊이에 마련된다. 올킬루오토 섬은 핀란드 내 최대 원자력발전소 밀집지역이다. 핀란드가 보유한 원전 총 5기 중 3기가 이곳 올킬루오토 섬에 자리잡고 있다.

온칼로는 1979년 올킬루오토 섬 원전 건설 이후 총 45년 만에 들어선다. 1983년 시작된 부지선정에만 17년이 걸렸다. 2016년 착공한 실제 건설 기간 만도 9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핀란드는 관련 연구 및 제도 마련, 주민설득 노력을 꾸준히 펼쳐왔다.

온칼로는 지하 심층처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사용후 핵연료를 가장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따라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게 포시바측의 설명이다. 높은 열과 방사선을 방출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용기(캐니스터)에 담아 지하 500~1000m 천연암반 내 시설에 영구 보관하는 방식이다.

핀란드는 원전 도입 후 6년 만에 부지 선정에 나서 심층처분 방식을 적용한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 저장소 건설 45년 대장정의 결실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핀란드가 원전을 이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1977년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원전 도입 후 똑같은 5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채 임시저장시설 포화 상황을 걱정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8일부터 4박 6일간 핀란드 현지를 직접 방문해 온칼로 건설부터 운영까지의 과정, 온칼로 시설에 대한 설명, 온칼로 부지 지역 주민 수요성 해결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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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 투오히마 포시바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지난 9일 온칼로 방문자 센터를 찾은 기자에게 온칼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세영 기자



◇ 온칼로, 지하 450m 깊이·매립 터널 10㎞ 규모의 ‘숨은 동굴’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차를 타고 자작나무 벌판을 지나 북서쪽으로 3시간 30분 정도 이동해 한적한 시골 마을인 에우라요키의 올킬루오토 섬에 도착했다. 이 섬에는 올킬루오토 원전 3개 호기가 위치해 있다. 온칼로는 올킬루오토 원전 부지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투오히마 매니저는 "원전이 무탄소 친환경 전력인 건 맞지만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선 수치가 반감기에 따라 ‘0’ 즉 자연 상태로 돌아가려면 10만년이나 걸린다"며 "핀란드에서는 이런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길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현재 과학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연구된 심층처분 방식을 이용한 처분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어로 ‘숨어있는 곳’, ‘동굴’이라는 뜻의 온칼로는 약 2km²규모의 면적에 마련된다. 지하 400∼450m 깊이로 파여있으며 나선형 접근 터널, 4개의 수직 통로(인원 통로·폐기물 캡슐 운반 통로·2개의 환기 통로), 터널과 기술실들로 구성돼 있다. 지하 끝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영구 보관될 매립 터널들이 나열돼 있다. 매립 터널의 총 길이를 합치면 10㎞다. 온칼로의 총 공간 규모를 합치면 약 200만㎥다.

온칼로 시공과 운영은 에너지회사인 테오리수든보이마(TVO)와 포르툼 전력회사가 출자해 설립한 포시바 주식회사가 맡는다.

핀란드가 지난 1977년 원전 가동을 시작한 다음해부터 원전 운영사들이 방폐장 건설을 위한 기금 축적에 나섰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 1983년 의회가 결정한 ‘방폐물에 관한 원칙 및 관리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2000년 부지를 확정했다.

이후 2015년 핀란드 정부로부터 온칼로 건축 허가를 받은 포시바는 이듬해인 2016년 12월 온칼로 착공에 돌입했다. 온칼로는 내후년인 2025년부터 최종처분을 시작하면서 운영될 계획이다.

온칼로가 원전 부지인 올킬루오토섬에 지어지는 이유는 원전을 생산하는 곳에서 폐기물도 처리해야 한다는 핀란드의 인식 때문이다.

오스카리 람피 주한핀란드대사관 정치·기후·녹색전환 담당 서기관은 "핀란드 정부가 1970∼1980년대부터 방폐장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써왔던 연료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오늘부터 원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가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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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바 직원들이 온칼로 시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시바


◇ 최대 6500t 분량 핵 폐기물 10만년 봉인 계획

포시바는 최대 6500t 분량의 사용후 핵연료를 약 10만년 동안 온칼로에 봉인한다는 계획이다.

온칼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설비는 캐니스터다. 온칼로 지하에 깔려 있는 터널들은 사용후 핵연료봉을 담은 캐니스터를 묻는 공간이다. 온칼로에는 3250개의 캐니스터가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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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에우라요키 올킬루오토섬의 온칼로 방문자 센터에 전시된 ‘캐니스터’ 모형. 사진=포시바/오세영 기자


캐니스터는 주철로 된 내부 밀폐용기와 구리로 된 외부 밀폐용기로 구성돼 있다. 캐니스터는 지름 1m, 길이 3.5m~5.2m 크기다.

투오히마 매니저는 "사용후 핵연료를 연료봉으로 조립해 내부 캐니스터에 넣은 뒤 구리로 된 외부 캐니스터에 담는다. 최종 캐니스터를 점토의 일종인 벤토나이트로 감싼 뒤 화강암 암반 속 터널에 깊숙이 묻는 게 온칼로의 심층처분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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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칼로의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 처리 방식. 포시바


사용후 핵연료를 캐니스터에 담는 작업은 로봇이 진행한다. 각 캐니스터에는 2t의 핵 폐기물 연료봉이 담긴다. 이후 전용 이송 및 설치 차량(KSAA)으로 캐니스터를 퇴적지까지 운반한다. 캐니스터를 묻고 나면 지하수 침투를 막기 위해 구덩이와 터널을 진흙으로 메운 뒤 입구를 콘크리트로 밀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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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너지(Energiateollisuus)가 지난해 핀란드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핀란드에너지(Energiateollisuus)


◇ 핀란드, 국가 전력 40%가 원전…"국민들, 신뢰하며 친환경 에너지로 여겨"

핀란드는 원전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이 국가 전체 전력의 40%를 차지한다. 핀란드는 발트해 지역에 5개 원전(로비사 1·2호기, 올킬루오토 1·2·3호기)을 가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 가동되기 시작한 올킬루오토 3호기는 1600MW 설비용량으로 유럽 최대이자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투오히마 매니저는 "핀란드에서는 전력의 90%를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탄소 없이 생산한다"며 "그 중에서도 올킬루오토에서 가장 많은 원전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협회인 핀란드에너지(Energiateollisuus)는 "핀란드의 원자력 발전소는 용량 규모에 있어서 21세기에 해마다 세계 정상에 올랐다"며 "국가 전력의 40%를 원전으로 생산하는 만큼 핀란드 사람들은 원전을 신뢰하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핀란드에너지 자료에 따르면 ‘국가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어떻냐’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980년대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이 많았던 반면 지난해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은 1983년 24%에서 2022년 60%까지 올랐다. 반면 ‘부정적이다’라는 답변은 같은 기간 38%에서 11%로 줄었다.

특히 에우라요키 주민들 사이에서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 저장소를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됐다. 원전을 운영하면서 직접 원전 산업의 장점과 경제적으로 지역에 이득이 되는 부분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투오히마 매니저는 "주민들과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원전 산업으로 경제적 이득을 누릴 수 있고 안정적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을 충분히 하고 실제 사업을 하면서 이를 실현시켰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신뢰가 쌓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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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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