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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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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탄소중립 정책, 국민소통이 최우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21 10:02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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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필자가 속한 기관과 한국환경연구원 등이 함께 ‘탄소중립 대국민·전문가 인식조사’ 를 시행했다.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과 전문가 인식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는 의도다. 이때 일반 국민과 전문가 간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도에 차이가 있다는 가정 하에 두 그룹 간 인식조사 구성 및 질문 내용에 차이를 두어 진행했다. 일반 국민 인식조사는 전국 20대 이상 국민 1600명이 참여했는데,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탄소중립’ 이슈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를 확인·비교하고자 2030세대, 4050세대, 60대 이상으로 세대를 구분했다. 전문가는 환경·에너지·기후 분야의 정책·기술·금융 관련 100명이 참여했다.

눈여겨볼 만한 주요 결과를 중심으로 향후 정책추진시 고려해야야 할 부분을 살펴보려 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질의한 결과, 일반 국민은 어렵지만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42.7%)과 어렵지만 실현가능할 것(40.2%)이라 답한 반면 전문가는 어렵지만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77%)과 어렵지만 실현가능할 것(9%)이라 답해 목표 실현 가능성에 큰 차이를 보였다.

국민이나 전문가 모두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모두 동의한다. 앞으로 더 이상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현재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기를 볼 때 그 과정이 엄청나게 도전적이고 힘들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앞으로는 알릴 필요가 있다.

이상적인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은 시기별 동일한 감축노력을 유지하는 선형 경로를 가장 바람직한 온실가스 감축 경로로 꼽은 반면(47.1%), 전문가 그룹은 초기보다는 중후기 감축을 강화하는 볼록형을 가장 바람직한 경로로 꼽았다(60%). 특히, 볼록형을 선택한 응답자들 중 80%가 국내 여건을 고려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두 그룹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온실가스 감축 경로는 상이했지만, 해당 경로를 선택한 기준은 ▲(1순위)국내여건 고려, ▲(2순위)기후위기 대응 시급성, ▲(3순위)국내 정책 도입 단계 고려로 1~3위가 모두 동일했다.

두 집단이 다른 경로를 선택한 부분은 알고 있는 정보의 깊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이겠지만 모두 국내여건 고려를 1순위로 선택한 것은 눈여겨봐야한다. 50년까지 가는 경로는 현재 국내 산업구조, 감축 기술 현황 등을 고려해 볼록형의 경로로 감축 로드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경제·사회 변화로 인해 국민들의 탄소중립 의지까지 떨어뜨릴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전체 응답자의 61.3%에 해당하는 국민이 국가 차원의 이익을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답했다. 그리고 탄소중립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50.5% 이상이 탄소세, 전기요금, 세금 등 추가비용 발생을 꼽았다. 아울러 탄소중립 이행에 의한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삶의 질이 낮아지지 않는 수준 또는 혜택받는 만큼 감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답했다.

앞으로 국민들과 소통할 때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기후위기를 유발한 온실가스에 비용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반드시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경제성장이라는 명분하에 탄소를 펑펑 써왔던 행태를 고치고 저탄소 사회로 가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탄소 사회로 전환되었을 때 직접적, 간접적으로 받는 혜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구체화될 것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비용은 수반되고 부담하겠다는 의지도 확인됐으나, 정치는 여전히 국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막고 있다. 비정상적인 전기요금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통제가 안될 정도로 늘고 있고 저탄소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고장난 채 멈춰있는데도 말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탄소중립 달성은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란 의견이다. 선진국은 오랫동안 기후대응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과 소통해왔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부차원에서 결정한 후 추진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길이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니 그러한 방식이 이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탄소중립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교육을 통해 전문가와 국민간의 생각 차이를 좁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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