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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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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들, 인플레 우려에 ‘돈줄 죄기’ 시동?...한국도 예외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30 10:16
FOREX-ESG/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돈 풀기 정책에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에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언급된 가운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 또한 ‘돈 풀기’ 정책에서 선회하는 움직을 보여 주목을 받는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부터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올들어 터키와,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는 자본유출을 억제하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양적양화 정책의 출구 전략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30일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회의록에는 "다수 위원이 경제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를 향해 빠르게 개선되면 향후 회의 중 언젠가 자산매입 속도 조정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문구가 실렸다.

연준의 통화정책 최고 결정기구인 FOMC가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을 언급한 것인 만큼, 지난 19일(현지시간) 이 회의록이 공개되자 시장은 한순간 긴장했다.

연준은 코로나19로 경제에 충격이 오자 작년 3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0.00∼0.25%)으로 내린 데 이어 그해 6월부터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해왔다.

월 채권 매입 규모는 미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 등 1200억달러에 달했다.

시장이 긴장하는 배경 중 하나로는 높아지는 물가 압력도 있다. 이달 12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월보다 4.2% 올라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튿날 공개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6.2% 올라 2010년 미 노동부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연준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을 이유로 테이퍼링을 조기에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CNBC 방송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부동산 과열 가능성과 그 밖의 인플레이션 신호들을 근거로 연준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축소를 천천히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카플란 총재는 "1년 전과 반대로 이 시점에서는, 예를 들어 모기지 매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부작용을 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카플란 총재는 "우리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일부 제한과 완화가 이러한 과잉과 불균형을 경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데다 교외의 넓은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연일 급등하는 상황이다.

이에 카플란 총재로서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연준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해도 괜찮다는 시각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차라리 일찌감치 코로나19 위기 때 도입한 (자산)매입 프로그램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의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 산업에서 "역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다수 연준 인사들의 시각과 달리 카플란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너무 선제적으로 나섰다가 회복이 멈추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만, 반대로 흐름에 뒤처질 만큼 너무 늦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연준의 ‘넘버2’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도 25일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때가 올 것이다. 그 시점에서 우리는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돈 풀기 기조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25%로 동결하면서 2022년 3분기에 0.5%로 올리고 이후 점진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앞서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달 21일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채 매입 규모의 4분의 1가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큰 개도국 터키와 러시아, 브라질 등은 올해 들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어찌 보면 지난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을 연상시키는 상황이다.

당시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자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다"면서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은 고려하되, 거기에 일대일로 매칭해서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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