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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퓨얼셀이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연료전지 프로젝트에서 82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내고도 자금조달을 위해 4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발행에 나섰다. 일부 선수금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 지급이 제품 인도 시점에 집중돼 원재료 구매와 생산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수주가 오히려 회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킨 역설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지난 13일 영구 전환사채(CB) 30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결정했다. CB 발행액은 연료 전지 사업 관련 원재료 구매를 비롯한 운영자금이다. BW 발행액은 기존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자금조달의 배경에는 수주 확대에 따른 매출 성장 기대가 있다. 메리츠증권은 두산퓨얼셀의 내년 매출액 상승폭을 약 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매출 확대가 오히려 단기적인 운전자금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를 먼저 확보해야 하는 데다, 제품을 납품하더라도 판매 대금이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퓨얼셀이 지난달 수주한 8236억원 규모의 미국 AI 데이터센터 연료전지 프로젝트는 선수금 20%, 중도금 75%, 잔금 5%의 대금 지급 조건을 가지고 있다. 선수금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 6588억원은 제품 인도 시점에 가서야 지급되는 셈이다. 해당 계약은 지난달 시작돼 오는 2028년 종료된다. 통상 수주를 통한 매출 증가는 매출채권 증가와 재고자산 투입으로 이어진다. 메리츠증권은 재고자산 투입부터 판매대금 회수까지 자금이 묶이는 기간을 약 6개월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 예상 매출 증가액 6000억여 원에 대응하려면 약 3000억원의 운전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7년 매출액 상승폭이 약 6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2000억~3000억원의 순운전자금이 당장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에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순운전자금 대응에 주로 쓰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방식에는 두산퓨얼셀의 재무 여건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와 재무구조 악화로 일반 회사채가 아닌 메자닌 발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만기 30년에 최초 3년간 표면이자율이 0%인 구조를 활용해 금융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주가가 전환가액을 넘지 못한다면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날 현재 두산퓨얼셀의 주가는 3만3350원이지만 CB와 BW의 전환가액과 행사가액은 4만3704원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 전환가액과 행사가액을 낮춰주는 리픽싱 조항은 두 사채 모두 없다. 최근 한 달간 두산퓨얼셀의 주가는 29.29% 하락했다. 채권자들이 해당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유인을 느끼지 못한다면 두산퓨얼셀은 3년 내 부채 상환과 고금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실제로 두산퓨얼셀의 재무부담은 커지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024년과 2025년 각각 80억원과 13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 2024년 134.7%에서 지난해 221.5%로 86.8%p 늘어났다. 동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증가 추세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번에 발행 예정인 CB와 BW를 통해 초기 금융 비용 부담을 일반 차입보다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영구채 형태로 자본을 조달하면서 이 중 일부를 기존차입금 상환에 사용함에 따라 차입금 만기 구조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자금조달을 둘러싼 불확실성 자체는 완화됐지만 후속 수주 등을 통한 실적 개선 여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번 자금조달 구조에 포함된 콜옵션과 금리 상승 조건을 고려할 때, 실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무 부담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발행에 포함된 CB와 BW의 금리는 발행 이후 3년이 지나면 5%로 늘어난다. 이후 매년 1%씩 가산되는 구조다. 문 연구원은 “고금리와 재무 구조 악화를 고려할 때 이번 메자닌 발행은 두산퓨얼셀 입장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라며 “이번 발행으로 최대 리스크이던 자금 조달 우려는 해소됐지만, 후속 수주와 추가 증설 소식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2026-10-16 09:13 김태환 기자 kth@ekn.kr

기업들이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오르고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면서다. 시장에서는 중소형 성장기업 중심이던 메자닌 시장이 우량 기업까지 활용하는 자금조달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AA-등급) 3년물 금리는 작년 3%대에서 올해 4.4%대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국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올해 들어 우상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부담을 키운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고물가 지속성을 거론하며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 들어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회사채 발행시장은 축소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월1일부터 이날까지 순발행된 회사채 규모를 5조5841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4% 감소한 수치다. 시장 금리 상승과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로 회사채 상환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 역시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정정요구를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최근 에코프로비엠과 SK디앤디, 상지건설, 한울반도체 등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썸에이지는 아예 유상증자 계획을 취소했다. 회사채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자 기업은 메자닌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이 섞인 금융상품이다. 채권의 이자수익을 얻으면서도 주가 상승 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메자닌 발행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누적 기준 메자닌 발행액이 8조원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세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메자닌 발행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1년과 상법 개정 이전 교환사채(EB) 발행 수요가 있던 작년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자닌 중에서도 CB가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각됐다. 증시 활황으로 주가가 우상향 추세를 그리면서 CB에 딸린 전환권 가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환권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다.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높으면 채권자는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얻을 수 있다. EB는 상법 개정의 영향으로 창구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교환사채 보유자는 채권을 발행사가 보유한 자사주나 타기업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을 금지했다. 자금조달 수단으로 CB 매력이 높아지자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좋은 기업도 대규모 CB 발행에 나섰다. 올해 한국항공우주와 삼성SDS, 현대건설은 각각 5000억원, 1조22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며 자금 조달 수단을 다변화했다. 향후 메자닌 발행시장이 중소형 성장기업 외에도 우량 회사채 발행사의 대안적 자금조달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메자닌 관련 규제가 강화된 점도 시장의 변화를 견인할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금융당국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콜옵션(주식 매수 권리) 행사 한도를 제한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해왔다. 최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분 확대를 비롯해 시장에서 제기됐던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메자닌 시장의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반도체와 방산, 조선 섹터에서 메자닌 발행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우상향 흐름과 기업의 자금 수요, 높은 회사채 조달 비용이 맞물리면서다. 특히 구조적 성장세가 뒷받침되는 우량 기업은 리픽싱(CB 전환가액 하향) 조항 등 투자자 안전장치가 없더라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회사채 조달 비용 상승 국면에서 주식 가치가 높아지면서 메자닌을 통한 조달 매력도 커진 상황"이라며 “메자닌 시장의 질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자닌 시장이 회사채 발행사의 대안적 자금조달 창구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2026-08-14 16:38 김태환 기자 k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