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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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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미달 지주사’ 한화그룹, 한화에너지가 해결사 될까

한화그룹은 외형적으로는 지주회사 체계를 갖춘 곳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공정거래법의 기준에는 아직 '과락'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자산 구성에서 직접 영위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비중이 높기 때문에 총자산의 50% 이상을 자회사 지분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최근 한화그룹이 잇따라 사업 재편 작업에 나서는 것도 이런 못미치는 미완의 지주체계를 완성시키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방산, 화학, 에너지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화 된것은 지난 2020년부터다. 당시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어 2022년 7월 한화그룹은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흩어져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한화가 영위하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갖고 있던 한화정밀기계는 한화에, 한화건설의 자회사 한화기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한화 건설 부문의 해상풍력, 플랜트 사업을 한화오션에 양도하고, 모멘텀 부문 내 태양광 장비 사업을 한화솔루션에 넘겼다. 모멘텀 사업은 한화에서 물적분할을 통해 별도 법인으로 떨어져 나갔다. 또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산업용 솔루션 부문을 인적분할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의 방산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됐다. 한화오션은 해양 방산과 해상풍력, 플랜트 사업을 아우르는 종합 해양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하며, 한화는 한화그룹의 지주회사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위에는 한화가 있다. 외형적으로는 한화그룹은 한화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의 자산총액 중 자회사 지분 비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화그룹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을 주당 3만원에 600만 주, 총 1800억 원 규모로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결과, 최종적으로 389만8993주를 매수했다. 그 결과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5.17%를 확보했다. 한화의 자산총액에서 자회사의 주식 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지주비율)이 높아졌다. 이 공개매수는 그룹의 중심인 김동관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 지분 50%와 한화 지분 5.43%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각각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각각 25% 보유 중이며, 한화 지분은 각각 2.14%, 2.17%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18.75%를 보유 중이다. 한편 한화그룹은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뉴 한화'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가장 부각되는 분야는 바로 '방산'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방산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K2 전차 등 한국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무기 체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어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을 통해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끝으로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을 통해 해양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한화오션은 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개편은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며 “김 부회장이 '뉴 한화' 구상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LG전자, R&D 인력 1만명 마곡에 집결

LG전자가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1만명 규모의 연구개발(R&D) 인력을 한데 모아 글로벌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LG전자는 LG사이언스파크 내 4개 연구동을 증설 완료해 총 10개의 연구동(W1~W10)을 확보했다고 3일 밝혔다. 연면적 12만5000평, 부지 2만1000평 규모로, 서울 내 단일 기업 R&D센터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 설 연휴부터 서초, 양재, 가산 R&D캠퍼스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2000여 명이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기존 LG사이언스파크 연구원 1000여 명도 신축 연구동으로 이동했다. 이번 증설로 LG전자 CTO부문과 4개 사업본부(HS/MS/VS/ES) 소속 R&D 인력 대부분이 한 곳에 모이게 됐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23개 해외 연구소를 이끄는 글로벌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별 제품을 넘어 고객에게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R&D 역량을 집중하고 융복합 시너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증설로 LG사이언스파크 전체 연구동은 기존 22개에서 26개로 늘었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4000평) 부지에 LG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R&D 조직과 협력사, 스타트업 등 총 2만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편 최근 LG전자는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AI 로봇 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LG전자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AI 로봇 관련 특허 출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출원 건수의 18.8%에 해당하는 1038건의 특허를 출원하여, 2위 일본 FANUC(97건, 1.8%)와 3위 중국 화남사범대학(83건, 1.5%)를 큰 차이로 앞섰다. LG전자의 이러한 성과는 2017년부터 본격화된 로봇과 AI 분야의 전략적 R&D 투자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AI 분야에서 8대 기반기술(소프트웨어, 시스템온칩, 인공지능, 로보틱스, 소재·부품, 표준, 차세대컴퓨팅, 클라우드/데이터)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2조2467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수준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딥시크’ 쇼크…삼성전자에 기회일까 우려일까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성능 AI칩으로 고성능 AI 구현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HBM의 최신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활로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이번 이슈로 미국의 대중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저성능 AI칩 H800에 장착된 이전 세대 HBM으로 최신 AI 모델 수준의 성능을 구현했다. H800에는 80GB HBM3가 탑재됐는데, 이는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 B200에 탑재된 180GB HBM3E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특히 딥시크는 개발 비용을 560만달러로 크게 절감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기존 AI 기업들이 투자하는 비용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믿을 수 없는 정보라는 논란도 있지만 기존 AI 관련 서비스 대비 개발비를 크게 줄인 것였으리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례가 반드시 최신 HBM이 아니어도 고성능 AI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전 세대 HBM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HBM 판매의 약 20%를 중국 고객에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CXMT를 중심으로 한 HBM2 생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HBM3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내 입지가 상당하리라고 보는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내 주요 AI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이전 세대 HBM 확보에 나서고 있어 삼성전자에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딥시크의 성공이 미국을 자극해 결국 삼성전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딥시크가 저성능 AI칩으로도 최신 AI 모델과 동등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이 미국 정부와 업계에 큰 충격을 주면서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사례가 미국의 기존 수출 통제 정책의 허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제한된 컴퓨팅 환경에서도 중국 엔지니어들이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고성능 칩의 수출을 막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AI 발전을 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이 미국의 심각한 경쟁자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수출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AI 개발에 필요한 “수백만 개의 칩"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AI 칩 수출 제재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제재 대상을 늘린다면 현재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삼성전자에 부담이 된다. 이번 딥시크 쇼크로 미국이 현재 중국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H800 칩에 대한 수출 제한을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800에는 삼성전자의 HBM3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결국 엔비디아의 공급사가 되기 위해서 미국의 제재를 무시할 수 는 없다. 결국 활로는 기술력 강화에 있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ES 2025에서 “삼성전자가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며 HBM3E 품질테스트 통과를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HBM3E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발열과 전력소비 문제로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4 개발에 300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하고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새로운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손영수 부사장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특히 파운드리와 패키징 기술을 결합한 독자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7년 이후 커스텀 HBM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전 세대 HBM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만, 관련 규제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빠른 시기에 HBM4 기술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납품까지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순환출자’ 해결할 정의선의 마지막 퍼즐…핵심은 현대모비스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지 못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가속 중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순환출자 해소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재편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1월 기준 국내 88개 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281조3690억원으로 2위다. 1967년 설립된 현대자동차를 모태로, 자동차 제조를 중심으로 건설, 철강, 금융, 물류 등 다양한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지난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본격화됐다. 정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주주 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졌다. 이러한 순환출자 구조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에는 유리하지만, 경영 투명성 저하와 대주주 이익 편취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 전에도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작업을 시도한 바 있었다. 2018년 현대모비스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고, 사업회사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당시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제 현대모비스를 활용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 현대모비스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를 실행할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현대차와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 지분을 각각 2.62%, 1.74%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경우,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셋째,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0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사업회사와 합병할 경우, 정 회장은 합병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합병은 주주들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우선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지에 관심이 높다.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3월 장내 매수를 통해 현대모비스 주식 30만3759주(지분율 0.33%)를 취득했다. 이후 추가 지분 인수가 없어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추가 지분 확보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로, 현대차와 기아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7.29%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정의선 회장이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모비스 지분을 증여받을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지분인수 대신 최근 현대차그룹이 집중하는 부분은 사업 재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3년 4월 현대오토에버,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 등 3개 IT 계열사를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내 SW 전문기업으로 위상을 강화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재편도 추진 중이다. 2023년 4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개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추진 중이다. 순환출자 해소라는 숙제가 남아있는 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끝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최근 진행하는 사업 재편과 정의선 회장의 지분 확대 등은 모두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전기차와 자율주행,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그룹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 전환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다만,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재편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저성능으로 AI 혁신 이룬 딥시크의 역발상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고성능 하드웨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저성능을 기반으로 훌륭한 성과를 거둔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딥시크는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해 자신들이 개발한 모델과 관련 기술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분석결과 딥시크가 하드웨어의 한계를 깬 방법은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에서 혁신을 이룬 것이다. 자동차 경주에서 고성능 엔진 대신, 차량의 구조를 변경해 속도를 높여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딥시크의 방식이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AI 기술 개발에 있어 하드웨어의 성능보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최적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미국의 수출규제로 고성능의 AI 칩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딥시크가 성능을 개선시킨 방법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의존했다는 설명이다. 요리사가 값비싼 식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저렴한 식재료로 최고의 기술을 사용해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만든 PTX(Parallel Thread Execution) 라는 저수준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GPU의 연산 능력을 극대화했다. PTX는 GPU 하드웨어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지만 개발이 힘들고 사용이 까다롭다. 마치 기계어나 어셈블리어 처럼 최고 수준의 개발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통 엔비디아의 GPU를 제어하기 위해 AI업계가 사용하는 언어는 CUDA다. CUDA는 개발이 편리하고 대부분의 개발자가 쉽게 배워 익힐 수 있지만 작동을 위해 GPU의 자원을 PTX보다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딥시크는 PTX를 이용해 AI를 구현하면서 GPU의 코어, 메모리, 캐시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해 필요한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PTX를 통해 GPU의 코어들을 각각의 역할에 맞춰 세밀하게 배치하고, 메모리 접근 방식을 최적화하여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등 하드웨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예를 들어 GPU의 코어 중 일부는 AI 모델의 연산에 집중시키고, 다른 일부는 데이터 전송에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딥시크는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 기존 AI 대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훌륭한 성과를 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만이 AI 기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뜨리면서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출렁일 정도였다. 딥시크의 성공을 분석한 개발자들과 업계에서는 중국 개발자들의 실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41만 명이 넘는 AI 연구자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상위 2% AI 연구자 중 26%가 중국 출신이다. 이는 28%를 차지하는 미국에 근접한 수준이다. 중국의 AI 인재 양성은 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의무화했으며, '국가 청소년 AI 혁신 인재 양성 기지'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 학교를 선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디지털 경제 관련 새로운 전공을 도입하고, 학제간 교육을 강화하는 등 미래 지향적 교육 체계를 구축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AI 인재 확보를 위해 주택 지원, 창업 투자 지원, 자녀 교육 지원과 배우자 취업 기회 제공 등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고 전해졌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엄청난 자원 압박에도 그들은 방법론을 알고 있고 이대로 밀어붙일 것"이라며 “AI 하드웨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전망하면서 딥시크과 같은 기업들의 혁신적인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블룸버그 “삼성전자, 8단 HBM3E 공급자격 획득”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자격을 획득했다고 블룸버그가 31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국내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8단 적층 방식의 HBM3E 공급 자격을 엔비디아로부터 획득했다고 전했다. 이 제품은 중국 시장용 엔비디아 AI 프로세서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업계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와 여전히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초 8단 적층 HBM3E 양산을 시작했고, 연말에는 12단 적층 제품 공급까지 개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1년 넘게 엔비디아의 승인을 기다린 상황이었다. 전영현 DS부문장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과 엔비디아 인증 지연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엔비디아의 주력 공급업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중이다. 한편 HBM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2024년 182억달러에서 2025년 467억달러로 156%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를 기록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2025년 생산물량 대부분이 판매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수요 대응을 위해 2026년부터 신규 GPU 출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요 증가로 HBM 가격이 2025년에 5~10%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DRAM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 개혁 압박하는 ‘12조 상속세’ 딜레마… ‘M&A 신호탄’ 되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재계의 최대 관심사다. 한국 최대 기업이다보니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다. 삼성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금산분리'다. 순환 출자는 끊어냈지만 완전한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지 못하다보니 그룹 내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고리가 있다. 여기에 추가로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 문제도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수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과거 삼성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룹을 지배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3%를 보유, 이를 그룹 지배의 핵심 고리로 활용했다. 이후 삼성은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며 지배구조 단순화에 적극 나선다. 먼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뤄졌다. 합병 비율은 1:0.35로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0.35주를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합병 후 존속회사의 상호는 삼성물산이 됐다. 합병 이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2018년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진행됐다. 이로서 순환출자 구조가 제거됐다. 순환출자 해소는 공정거래법상 규제 해소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합병 후 삼성물산은 이 회장의 그룹 지배를 위한 핵심 고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숙제가 남았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지주회사 전환 여부다. 현재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는 고리는 향후 관련 규제가 강화할 경우 금산분리 규제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산업자본에 대한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취지다. 삼성은 과거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검토했으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삼성생명의 비금융 자회사 지분 처리 등 법적·제도적 제약과 복잡성으로 인해 보류했다. 현재 금융당국도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보니,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동력은 실종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에 시급한 문제가 더 있다. 바로 상속세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6년의 투병을 마치고 지난 2020년 10월 사망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가 유족들에게 부과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등 상속인들은 12조원이 넘는 막대한 상속세를 5년간 6회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중이다. 2021년 4월 첫 납부를 시작으로 2024년 현재까지 총 8조원을 납부했다. 향후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약 2조원씩 추가 납부가 예정됐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규모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 오너 일가는 삼성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활용하거나,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 모두 여의치 않다면 주식담보 대출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삼성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를 기준으로 삼성물산의 경우 오너 일가가 총 3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재용 회장 19.1%, 이서현 이사장 6.6%, 이부진 사장 5.9%, 홍라희 여사 1.0%로 구성된다. 삼성생명에서는 총 17.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재용 회장 10.4%, 이부진 사장 5.8%, 이서현 이사장 1.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너 일가는 총 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재용 회장 1.6%, 홍라희 여사 1.6%,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0.8%씩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재용 회장은 삼성SDS 9.2%, 삼성화재 0.1%, 삼성E&A 1.5%의 지분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상속세 납부라는 현실적인 과제와 맞물려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유지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해 해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제다. 그 시기와 방식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리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자금은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사기의 진화…AI가 노리고, AI가 막는다

인공지능(AI)이 사기꾼의 무기가 된 동시에 방패가 되는 시대가 됐다. 사기꾼들은 AI를 이용해 더욱 교묘한 수법을 개발하고, 기업들은 AI로 이를 막아내는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28일 엔비디아와 인터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기 피해액이 1조달러에 달했다. 주당 5억5000만 건의 사기 전화가 걸려왔고, 미국에서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 4통 중 1통이 사기 의심 통화로 분류됐다. AI를 이용한 사기는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다. 홍콩의 한 기업은 화상회의에서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짜 임원들과 대화하다 25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 사기범들은 공개된 영상과 음성을 AI로 학습시켜 여러 고위 임원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사기 수법이 급증하고 있다. 음성 복제 기술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대표적이다. 단 3초 분량의 음성만으로도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어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한 긴급 자금 요청 사기가 늘고 있다. AI기반의 사기를 막는 것도 AI가 필요하다. 토스뱅크는 실시간 AI 시스템을 통해 위조 신분증을 탐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94% 이상의 정확도로 위조 신분증을 식별하며, 도입 후 6개월 동안 600건의 위조 신분증을 적발해 약 120억원 규모의 잠재적 사기를 예방했다. IBK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앱 'IBK 피싱스톱'을 개발했다. 이 앱은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이스피싱 위험도가 80% 이상일 경우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여 개 은행이 사용하는 국제 은행간 통신 네트워크 'SWIFT'는 글로벌 은행들을 대상으로 AI 기반 사기 탐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연간 수십억 건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의심스러운 활동을 감지하게 된다. 해외 금융사들의 대응도 활발하다. 최근 엔비디아는 자사의 관련 서비스를 통해 보안을 강화한 사례를 소개했다. 뱅크오브뉴욕멜론은 AI 시스템 도입 후 사기 탐지 정확도가 20% 향상됐다. 페이팔은 GPU 기반 AI 추론 시스템으로 실시간 사기 탐지율을 10% 개선했고, 서버 용량은 8분의 1로 줄였다. 정부 기관들도 AI 사기 탐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 재무부는 2022년 말부터 AI 머신러닝을 도입해 수표 사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4 회계연도에만 40억달러 이상의 사기를 예방하거나 회수했다. 엔비디아 측은 “전통적인 사기 탐지 방법에는 규칙 기반 시스템, 통계적 모델링, 수동 검토 등이 있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디지털 시대에 증가하는 사기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와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AI와 가속 컴퓨팅 시스템을 결합하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고 사기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트럼프 2.0을 맞아 뜨는 4대 테마 ‘EAR US’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Energy), AI·로봇(AI·Robot), 우주(Space), 안보(Security) 등 4대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EAR US' 테마다.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과의 패권경쟁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환경규제 완화를 통한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NG 프로젝트 및 수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생산을 늘리고,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 전력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운영 중인 LNG 수출터미널은 총 7개이며, 신규 건설 중인 5개 터미널이 완공되면 2029년까지 LNG 수출량이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AI·로봇 분야에서는 'AI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패권 확보에 나선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로 국제 안보 지형을 바꾼 것처럼, 이번에는 AI를 통해 기술 헤게모니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AI가 국방 및 방산 분야에 활용될 경우 중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분야에서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한 달 탐사가 본격화된다. 지난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중단됐던 유인 달 탐사를 약 50년 만에 재개하는 것이다. 2027년까지 달의 남극 지역에 미국인 우주비행사 착륙을 성공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달 기지 구축 및 2030년대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각자도생 정책이 글로벌 자주국방 강화 추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안보 무임승차 불가론을 내세워 NATO 회원국들에 대대적인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의 방위는 NATO 동맹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책임지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는 미국산 LNG 도입 확대를 통해 트레이딩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호주 등에서의 가스전 개발을 통해 천연가스 매장량을 2021년 0.9TCF에서 2030년 2.5TCF로 확대할 계획이다. SNT에너지와 비에이치아이는 중동과 북미 지역의 LNG 프로젝트 증가로 수주가 확대될 전망이다. 성광벤드는 LNG 관련 프로젝트 물량이 늘어나면서 제품 믹스 변화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성화인텍은 LNG선 초저온 보냉재 수주 증가로 4년치 물량을 확보했다. AI·로봇 분야에서는 고영이 뇌수술 로봇 및 AI 솔루션으로, 루닛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우주 분야에서는 AP위성이 우주 빅사이클 도래로, 인텔리안테크는 지상용 위성통신 안테나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 분야에서는 현대로템이 사상 최대 실적과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SNT다이내믹스는 K2 전차 및 K9 자주포 수출 확대로 실적 개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STX엔진은 민수 및 특수사업 실적이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헌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0 시대 정부정책 추진은 트럼프 1.0 시대 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한 물가 안정, 규제 완화, 에너지 독립 등의 정책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 및 미중 패권전쟁에 기반한 통상 및 산업 정책 확대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中 TI 반덤핑 조사, 트럼프 2기 반도체 전쟁 ‘1라운드’

중국 상무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를 겨냥한 반덤핑 조사에 나서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중 반도체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의 레거시 반도체 칩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미국 기업들이 칩스법(CHIPS Act)를 통한 보조금 혜택을 받고 중국에 저가로 성숙공정 칩을 수출하고 있다는 중국 국내 기업들의 민원에서 비롯됐다. 중국 측에 따르면 TI는 지난 2023년 5월 중국 시장에서 재고 감축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전력관리 칩과 신호체인 칩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칩 부족 시기 최고가 70위안에서 몇 전까지 하락했다. 중국에서는 TI가 중국 제조업체의 견적이 얼마든 상관없이 5-10% 더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며, 중국 업체의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사는 WTO 규정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며, 12개월의 조사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40% 수준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으며, 2월 1일부터는 우선 10%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미국 상무부로부터 칩스법에 따라 최대 16억 달러를 지원받고 텍사스와 유타에 3개의 300mm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불공정 경쟁을 야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TI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산업용 제어 관련 업체들이 TI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I는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용 칩 시장에서 인피니언, NXP, 르네사스와 함께 선두권의 공급업체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도 자국 기업 보호와 기술 자립을 위한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며 “양국 간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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