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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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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은 보조금, 한국은 세금 감면…K칩스법, 효과 있을까

한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됐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K칩스법은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환영하면서도, 실제 산업 발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 제도는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도 나타내고 있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의 핵심은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은 기존 15%에서 20%로, 중소기업은 25%에서 30%로 각각 5%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시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 적용 기한이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됐고, 반도체 R&D 세액공제는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됐다. 이는 기업들의 장기적인 연구개발 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국가전략기술의 범위도 확대했다. 인공지능(AI)과 미래 교통수단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반도체 산업과 연관된 신기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K칩스법의 도입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의 CHIPS Act와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책 등 주요국들의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미국의 CHIPS Act는 2022년에 제정돼 약 793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대출, 세액공제, R&D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K칩스법은 규모면에서는 작지만, 세액공제와 우대 대출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발전해왔다. 세제 혜택 확대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R&D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로 직접적인 지원은 아니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장치라는 평가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K칩스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세제 혜택 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지원 정책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은 세제 관련 입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 하락 문제가 심각하고,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저가 전략으로 인한 DRAM 가격 하락, R&D 투자 부족,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많다. 이는 이번 K칩스법과 더불어 산업 전반의 혁신과 구조 개선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경우,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23년 2.3%에서 2025년 2%, 2027년에는 1.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 반도체 산업 구조가 가진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산업 구조의 다각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가 주도해야 할 R&D 투자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매출의 약 20%를 R&D에 투자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약 9%만을 투자하고 있어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K칩스법이 R&D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업들의 자발적인 R&D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전문 인력 양성 또한 중요한 과제다. 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기술 고도화로 인해 고급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산학협력 강화, 해외 인재 유치,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협력 강화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기술 제휴, 공동 연구 개발, 인력 교류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K칩스법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와 업계는 K칩스법의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산업 구조 개선, R&D 투자 확대, 인재 양성, 글로벌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 경쟁 과열에 ‘본말전도’ 우려

정부가 2조500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을 두고 지자체 간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광주, 대구, 포항 등 주요 도시들이 저마다 최적의 입지 조건을 내세우며 경쟁에 나선 가운데, 사업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지난 1월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2027년까지 1엑사플롭스(EF) 이상의 컴퓨팅 성능을 갖춘 AI 컴퓨팅센터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 전력난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해 센터는 비수도권에 구축될 예정이다. AI 컴퓨팅센터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 AI 연구개발(R&D), 초거대 AI 모델 개발, 국산 AI 반도체 활용 등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상위 3대 국가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발표 이후 주요 지자체들은 앞다퉈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나선 모습이다. 먼저 광주광역시는 국가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269억 원을 투자해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2029년까지 9000억 원 규모의 AX 실증밸리 확장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AI 산업은 속도전이며, 기존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이 있는 광주가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광역시도 경제자유구역인 수성알파시티를 기반으로 유치 경쟁에 나섰다.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 지역은 규제 특례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10월 경상북도에 유치 제안서를 제출하고, 포스코홀딩스, 삼성, LG, 구글, AMD, KT 등과 협력해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항은 포스텍 등 우수한 연구기관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AI 가속기센터 구축 계획도 내놓았다. 전라남도는 해남군 남쪽 목포에 건설 중인 친환경 스마트도시 '솔라시도'를 후보지로 제안하며 재생에너지 활용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정부가 대구모 투자를 통해 민관 합작 투자를 통해 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예산 투입은 지역 내 건설 및 관련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 네이버, 카카오, 이동통신사 등 대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되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기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AI 컴퓨팅센터가 구축되면 연구소와 기업 등에 GPU 자원을 제공하게 되어, 이는 지역 내 AI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의 유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복합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가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이 본래 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컴퓨팅센터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거점이라는 점 때문이다. 각 지자체가 경제적 효과를 앞세워 유치전에 몰두하면서, 정작 중요한 AI 기술 발전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구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전력 공급 안정성과 인프라 구축 용이성, AI 연구 인력 및 기업 집적도, 초고속 네트워크 연결성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들이 강조하는 논리는 주로 기존 투자 내역과 행정적 지원 수준에 맞춰져 있는 상황으로, AI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기보다, 유치 자체를 목표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은 한국의 AI 경쟁력을 결정할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될수록, 사업의 본질이 흐려질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기술적 필요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속하고도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롯데, 렌탈 사업 매각 임박…어피니티, ‘렌터카 공룡’될까

롯데그룹의 사업 재편 전략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롯데는 다음 달 11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와 롯데렌탈 매각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로, 매각 금액은 1조6000억원이다. 롯데렌탈의 매각 대금 100% 기준으로는 2조8000억원이다. 롯데와 어피니티는 지난해 12월 6일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바인딩 MOU)를 체결한 후 약 2달간의 실사 과정을 거쳤다. 본계약 체결과 함께 어피니티는 롯데렌탈에 약 2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유입된 자금은 대주주 변경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어피니티의 '볼트온(Bolt-on)'(유사기업인수합병) 전략에 있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8월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롯데렌탈까지 손에 넣으며 국내 렌터카 시장의 1위(롯데렌탈, 21%)와 2위(SK렌터카, 15%) 업체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 단순 합산 점유율은 약 36%에 달하며,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절반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이번 매각은 롯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유동성 위기설 속에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번 매각을 통해 유입된 자금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재무구조 개선 및 호텔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는 향후 그룹의 4대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모빌리티 분야를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등 기술 기반 사업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인수 후 3년간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이 기간 동안 롯데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두 회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합병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어피니티가 두 회사를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차량 구매 및 운영 효율성 강화, 데이터 기반 차량 라이프사이클 관리 등에서 통합 운영의 장점이 높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단순 합산을 가정해 연간 매출액은 약 4조원을 초과하며,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롯데렌탈과 롯데오토케어 노동자들은 매각에 따른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로 했으나, 향후 SK렌터카와의 합병 가능성으로 인한 인력 감축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향후 노사 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이번 거래로 어피니티는 두 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거나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합병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이 약 36%에 달하더라도, 법적으로 독과점 규제를 받는 기준인 50%에는 미치지 않아 규제 측면에서 큰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롯데, 유동성 ‘수술’ 나서… 건설 본사 사옥까지 매각

롯데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른바 '수술'에 가까운 이 구조조정이 펼쳐지는 중이다. 최근에는 롯데건설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며 재무건전성 강화에 동참했다. 27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최근 전 롯데그룹 계열사는 사업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며 비핵심 사업과 자산 매각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렌탈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 코리아세븐 ATM 사업을 정리했다. 또한 비효율 점포 정리에 나선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롯데지주와 주요 상장 계열사들은 2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IR 데이'를 개최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는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전략을 공개했다. 2024년 말 기준 롯데그룹의 총 자산은 183조원, 매출액은 80조원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는 6조원대로 2019년 대비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화학군의 수익 감소가 대부분으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올해 중점 추진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리스트럭처링 △본원적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확장 △신성장 사업 육성이라는 4대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각각 8조7000억원, 8조3000억원의 자산이 증가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은 롯데쇼핑이 190%에서 129%로, 호텔롯데는 165%에서 115%로 대폭 축소됐다. 롯데건설은 PF 우발채무를 2022년 6조8000억원에서 2024년 3조7000억으로 크게 줄였으며, 2025년에는 2조원대로 낮출 계획이다. 현금성자산도 1조4000억원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재무특약 조건 미준수 문제에 직면했으나, 은행 보증과 월드타워 담보 제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관련 조항을 제거하고 재무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이어 롯데웰푸드는 Health & Wellness 분야 강화와 인도 시장 진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8년까지 매출 5조5000억원, ROE 8~10%, 글로벌 매출 비중 35%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Zero 탄산 라인업 확대와 해외법인 경영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롯데쇼핑은 백화점 핵심상권 강화와 그로서리 사업 확장으로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Asset Light 전략을 통한 비핵심 사업 축소와 2차전지 소재, 수소에너지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본사 사옥 매각 검토와 함께 '유휴자산', '사업토지' 등 자산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150%로 낮추고, 경상이익도 1000억원 이상 추가 증가시킬 계획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블랙웰’의 힘…엔비디아, 연매출 114% ‘폭증’

엔비디아(NVIDIA)가 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년 대비 142% 성장하는 폭발적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블랙웰 아키텍처는 출시 첫 분기만에 14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장악했다. 엔비디아는 27일 오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5 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에 매출은 393억3100만달러(약 52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78%,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간 매출은 1304억9700만달러(약 174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114% 늘었다. 데이터 센터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으며,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 센터 부문의 매출은 356억달러(약 4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3%, 전 분기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 데이터 센터 매출은 1152억달러(약 153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게임 부문 매출은 25억44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11%, 전 분기 대비 22% 감소했다. 전문 시각화 부문 매출은 5억1100만달러(약 7000억원)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자동차 부문은 5억7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로 103% 성장했다. 이익률도 개선됐다. 4분기 영업이익은 240억3400만 달러(약 32조원)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순이익은 220억9100만달러(약 29조5000억원)로 80%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814억5300만달러(약 109조원), 순이익은 728억 8000만 달러(약 97조8000억원)로 각각 147%, 145% 증가했다. 희석 주당순이익(EPS)는 4분기 0.89달러(약 1200원), 연간 2.94달러(약 4000원)를 기록했다. 특히 블랙웰의 성과가 실적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블랙웰 아키텍처 제품이 출시 첫 분기 만에 11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인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등이 엔비디아의 GB200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기술인 블랙웰 아키텍처는 이전 세대인 호퍼 아키텍처 대비 큰 폭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블랙웰은 AI 추론 작업에서 최대 25배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며, 대규모 AI 추론 작업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25배 절감했다. 또 5세대 NVLink 기술을 통해 GPU 간 통신 속도를 1.8 Tb/s까지 끌어올려 대규모 AI 모델 처리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러한 혁신으로 블랙웰 아키텍처는 최대 10조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AI 모델의 실시간 추론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추론 AI가 또 다른 확장 법칙을 추가함에 따라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놀랍다"며 “학습을 위한 컴퓨팅 증가는 모델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장기적 사고를 위한 컴퓨팅 증가는 답을 더 스마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는 AI 기술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AI는 '학습'과 '추론' 단계를 거치는데, 기존에는 '학습' 단계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추론' 단계에서도 컴퓨팅 파워를 늘리면 AI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새로운 '확장 법칙'이 발견됐다. 쉽게 말해, AI가 답변할 때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면 훨씬 더 똑똑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아이디어는 2024년 말부터 여러 AI 회사들이 실험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5년 1월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이 방법으로 만든 AI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는 이 두 단계 모두에서 성능을 크게 높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다. 한편 엔비디아는 AI PC 시장 성장과 함께 차세대 RTX 50 시리즈 출시로 장기적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 성장도 기여했다. 엔비디아의 DRIVE 플랫폼이 현대차, 토요타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의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 채택되면서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생산이 제한됐다. 특히 게임용 GPU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게임 GPU 공급 부족 문제는 엔비디아의 생산 우선순위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엔비디아는 높은 수익성을 가진 데이터 센터용 AI 칩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이는 게임용 GPU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또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TSMC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 엔비디아의 전반적인 칩 공급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430억달러(약 57조40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AI 시장 확장이 지속되면서 데이터 센터 부문 성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AI 반도체 시장 내 경쟁 심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가속기 시장의 70~95%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AMD와 인텔이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으며, AMD는 2024년 데이터 센터 GPU 매출이 2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스타트업들이 AI 추론 시장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는 종합적인 AI 생태계와 CUDA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있지만, 기술 발달에 따라 경쟁 구도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매번 재확인하고 있다"며 “ 데이터 센터와 AI 컴퓨팅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AI PC, 자율주행, 산업용 AI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롯데그룹, ATM도 매각…선택과 집중으로 유동성 확보 가속화

롯데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롯데렌탈,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 매각이 잇따랐고, 이번에는 ATM 사업도 매각했다. 최근 3개월 새 사업구조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26일 금융자동화기기 전문업체 한국전자금융과 ATM 사업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600억원 이상의 현금은 재무구조개선과 본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으로 코리아세븐은 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편의점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매각 후에도 한국전자금융과의 중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기존 매장 내 ATM·CD기 유지보수와 신규 설치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 매각은 최근 롯데그룹이 전반적으로 진행 중인 비핵심 사업 정리 및 자산 매각의 일환이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확보 전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계열사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15년 만에 보유 토지 자산을 재평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평가 결과, 토지 장부가는 기존 8조2000억원에서 17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190.4%에서 128.6%로 대폭 감소했다. 자산 재평가를 통해 롯데쇼핑은 재무구조개선, 투자자 신뢰 회복, 자금 조달 조건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리테일 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비효율 자산 매각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롯데마트 수원영통점과 롯데슈퍼 여의점을 매각했고, 현재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검토 중이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2000억~3000억원의 추가 현금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실적 부진과 부채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 축소 및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투자 규모를 1조3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2조5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며, 2026년에는 5000억원 이하로 더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추가로 1조3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국내 4대 은행과 2조5000억원 규모의 신용보강 계약을 체결했다. 이 조치를 통해 기존 회사채의 신용도를 높이고, 만기 연장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신용도가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전략은 강력한 유동성 방어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텔롯데 역시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적자 운영 중인 해외 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 현재 일본, 베트남, 호주 등지에서 운영 중인 8개 공항 면세점과 4개 시내 면세점 중 일부를 정리할 계획이다. 또한, 호텔 부문 운영 효율화도 진행 중이다. 서울·부산·제주 등 일부 특급 호텔에서 운영 방식 조정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롯데 측은 “현재 면세점 사업의 실적이 불안정한 만큼, 수익성이 낮은 해외 점포를 정리하고 핵심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투자 축소는 미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케미칼 산업은 장기적인 투자와 R&D가 중요한데, 현재와 같은 대규모 투자 축소는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유통 부문의 자산 매각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될 경우, 핵심 사업 역량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쇼핑의 백화점·마트 매각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기, 15년 만에 중국 쿤산법인 청산 완료

삼성전기가 중국 쿤산법인의 청산을 최종 완료했다. 지난 2019년 이사회에서 결정된 지 약 5년 만이다. 이로써 삼성전기는 2009년 설립한 쿤산법인을 15년 만에 정리하게 됐다. 24일 삼성전기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쿤산법인(Kunshan Samsung Electro-Mechanics Co., Ltd.)은 지난 해 청산이 완료됐다. 당초 쿤산법인은 삼성전기가 중국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거래선을 다각화하기 위해 2009년 설립한 곳이다. 2010년 6월부터 스마트폰용 고밀도 회로기판(HDI) 생산을 본격화했다. 초기에는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중국 내 주요 생산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수익 규모가 커지던 곳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중국과 대만의 저가 경쟁업체들의 공세로 인한 가격 하락 압박이 주된 원인이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1%대로 떨어지면서 쿤산법인의 실적 악화는 가속화됐다. 결국 쿤산법인은 2014년을 마지막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에는 매출 2086억원, 순손실 30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그해 2019년 12월에 열린 삼성전기 이사회에서 쿤산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당시 회사는 HDI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잔여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청산 결정 이후 삼성전기는 쿤산법인의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고 처분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청산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해 38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그러나 청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자산 매각에 시간이 걸렸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청산 지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중국 현지 법규에 따른 복잡한 절차와 행정적 지연도 청산 과정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삼성전기는 2019년 말 쿤산법인 관련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지만, 상당기간 이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결국 삼성전기는 청산을 결정한 지 5년여 만인 2024년에야 쿤산법인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삼성전기는 15년간 지속된 HDI 사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됐다. 한편 쿤산법인 청산은 삼성전기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몇 년 동안 비주력 사업과 생산 거점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중국 동관법인의 청산을 결정하고 지난 2023년 완료한 바 있다. 동관법인은 2015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모터 사업 정리 이후 MLCC 테이핑 업무를 맡았다. 삼성전기는 중국 내 MLCC 생산 시설을 통합해 비용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동관법인의 자산을 중국 천진법인으로 이관했다. 또한 2022년에는 태국 생산법인인 삼성일렉트로메카닉스(Samsung Electro-Mechanics Thailand)의 청산을 진행하고 일부는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는 와이파이 통신모듈 사업 철수에 따른 조치였다. 2021년에는 베트남 생산법인 내 경연성회로기판(RFPCB) 사업도 정리했다. 일련의 해외법인 구조조정은 삼성전기가 주력 사업을 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위주로 재편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모듈, 반도체 패키지기판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쿤산법인 청산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대응한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7천억으로 7조원 AI 인프라 확보한다는 정부의 ‘무리수’

정부가 한국형 LLM(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s) 개발을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실적인 난관이 예상된다.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GPU(Graphics Processing Unit) 확보를 위한 예산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라는 지적이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제3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통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이 공개됐다. 계획은 3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AI 커뮤팅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GPU 1만8000개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AI 연구와 모델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이렇게 확보한 인프라를 통해 한국에 맞는 차세대 LLM을 개발하는 것이다. 각종 경진대회와 육성책을 통해 AI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독자적인 AI모델 개발을 진행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개발된 AI를 실제로 적용하는 단계가 다음이다. 교욱과 의료, 문화 ,법률 등의 분야에서 AI를 활용하자는 게 정부의 방안이다. 이 계획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적은 수의 GPU로도 효율적인 AI 모델 개발에 성공하며 주목받은 사례가 한국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GPU 확보 계획부터가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정부는 7700억원의 예산으로 1만8000개의 GPU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최신 AI용 GPU 칩인 H100은 한 개당 약 3만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만8000개를 확보하려면 최소한 약 5억4000만 달러, 즉 한화로 약 7조원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크게 초과하는 금액이다. 정부의 7700억원으로는 2000개의 H100 확보가 고작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선보인 LLM인 Grok 3는 GPU 10만개를 활용해 학습한 모델이다. 정부의 계획은 예산적으로도, 목표 구매량으로도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지난해 AI 관련 자본 지출로 총 1000억 위안(약 14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했다. 미국의 경우 메타(Meta)와 마이크로스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구글(Google)의 4대 기술 기업에서만 연내 AI 인프라에 총 3200억 달러(약 42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 문제도 정부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H100 GPU의 공급 부족 현상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가 크게 높기 때문이다. H100의 후속 모델인 H200이 지난해 3분기부터 출하돼 인도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H100의 주문도 적체된 상태다.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이 이미 GPU에 대한 대규모 주문을 걸어 둔 상태다보니 한국 정부나 국내 업체의 주문과 실제 인도, 이후 설치와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요인도 반도체 수급에 중요한 변수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 보호주의 강화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기술과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중이다. 이는 한국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이나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GPU를 확보하더라도 기술적 제약도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나 AI 칩 분야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큰 격차가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산업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산업 구조적 한계는 한국형 LLM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자원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AI 관련 인프라를 직접 국내에 구축해 LLM까지 만들기를 원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대신 데이터 센터 관련 기술이나 에너지 저장 시스템,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 액체 침지 냉각 등 AI 인프라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도 투자해 세계로 수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가 GPU를 대량으로 확보한다고 해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LLM 개발에는 단순히 하드웨어뿐 아니라 데이터 접근성, 알고리즘 설계 능력,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등이 필수적인데 현재 국내 환경으로는 이러한 요소들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허송세월한다면 AI 경쟁에서 크게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공정거래법 구멍’ 해외법인 활용에 ‘속수무책’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법인을 활용한 규제 우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LS그룹이 미국 자회사를 통해 국내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공정거래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LS그룹의 미국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가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이를 두고 대기업이 해외법인을 활용해 국내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의 '손자회사'인 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의 '손자회사'로, LS㈜의 '고손자회사'에 해당한다. 만약 이 회사가 국내 기업이었다면 공정거래법상 상장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해외법인이라는 이유로 상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 외에도 또 다른 고손자회사인 슈페리어에식스 ABL(SEBAL)의 상장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다. 국내 소재 지주회사의 고손자회사 두 곳이 동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허점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8조의2(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등)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보유할 경우 100% 지분을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는 기업집단의 과도한 확장을 막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규정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며, 해외법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해외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함으로써 이 규제를 손쉽게 우회할 수 있게 된다. 또 공정거래법 제8조(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에서도 해외 계열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시 자산총액 산정에서 제외된다. 이 규정 역시 기업들이 해외법인을 통해 국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실질적인 기업 규모를 축소하여 보고하거나, 규제를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상법 제542조의8(사외이사의 선임)에서도 해외 상장법인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선임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구조다.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장치인데, 해외 상장을 통해 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법인을 통해 법적 허점을 활용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외법인을 통한 간접출자 건수가 2023년 25건에서 2024년 32건으로 28% 증가했다. SK그룹(9건), 원익(4건), LX·동원(각 3건) 등 다수의 기업이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법인을 통한 규제 우회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해외법인 활동까지 규제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해외 시장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해외법인의 자유로운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내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해 기업 활동을 제한한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공정거래법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의 취지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것인데, 해외법인을 통한 규제 우회로 인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해외법인 관련 규정이 제정된 뒤 제도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업들의 우회 전략에 취약한 구조"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외법인의 활용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가격은 올리고 맥세이프는 뺀 ‘아이폰 16e’ 승산 있을까?

애플이 주력 제품보다 가격을 낮추면서도 성능은 높인 새로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성능 자체에 대해서는 괜찮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보급형 모델 기준 비교적 높은 가격과 맥세이프 기능이 빠진 것에 대해 불만이 높아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평가다. 애플은 19일(현지시간)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16e'를 공개했다. 2016년 첫 보급형 모델 출시 이후 네 번째 제품이다. 한국도 1차 출시국에 포함되면서 오는 28일 출시될 예정이다. 이번 신제품의 가격은 599달러로 책정됐다. 국내 가격 기준으로는 99만원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 16 시리즈 기본형(799달러)보다 200달러 저렴하지만, 3년 전 선보인 보급형 모델(429달러)과 비교하면 170달러가 올랐다. 아이폰 16e는 최신 A18 칩을 탑재했다. 이 칩은 6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와 4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코어, 16개의 신경망 엔진을 갖췄다. 특히 이전 보급형 모델 대비 CPU 성능이 40% 향상됐다. 카메라도 개선됐다. 후면에는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가 탑재됐으며, 광학 손떨림 방지 기능과 2배 광학 품질의 줌 기능을 지원한다. 초당 60프레임의 4K 돌비 비전 HDR 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배터리 성능도 눈에 띈다. 최대 26시간의 비디오 재생이 가능하며, 30분 충전으로 5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무선 충전도 지원한다. 애플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모뎀 칩 C1도 탑재됐다. 또 위성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통해 인터넷이 없어도 문자 전송과 긴급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애플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도 지원해 이미지 생성과 알림 요약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의 이번 보급형 모델 출시는 최근 부진한 아이폰 판매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 감소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와의 경쟁 속에 매출이 11% 줄었다. 아이폰 16e의 성능은 경쟁 제품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구글의 픽셀 9a와 비교하면, 픽셀 9a가 120Hz 주사율의 OLED 디스플레이와 더 밝은 화면, 추가 초광각 카메라를 제공하지만, 아이폰 16e는 프리미엄 디자인과 A18 칩의 우수한 성능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A18 칩은 픽셀 9a의 텐서 G4 칩보다 약 72%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아이폰 16e가 맥세이프를 지원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맥세이프는 아이폰 12 시리즈부터 도입된 기술로, 편리한 무선 충전과 다양한 액세서리 사용을 가능케 했다. 맥세이프 미지원으로 인해 관련 액세서리를 사용할 수 없고, 무선 충전 속도도 7.5W로 제한된다. 아이폰 16e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도 다소 냉담한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이다. 128GB 모델의 출고가가 99만 원으로 책정되면서, 60~70만 원대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크다. 한 소비자는 “이 가격대라면 차라리 아이폰 16이나 갤럭시 S25가 더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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