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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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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시장에 중국산 공습…에너지 안보 문제없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25 10:25

국내 산업 보호 없이 '가격경쟁' 유도하니…中 기업이 안방 공격



업계 "이대로면 국내 생태계 다 무너진다…국산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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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현장.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다수 참전하면서 에너지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이 커지고 있으나, 중국산 저가 공세에 정작 우리 기업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해상풍력 입찰에서 중국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사업자가 입찰을 따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업계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상한가 비공개’ 정책을 유도했는데, 이번 낙찰 결과를 보면 사실상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 업계에선 가격 경쟁력에만 매몰돼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이 침투할 길만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전남 영광낙월해상풍력의 입찰을 따낸 명운산업개발은 태국 비그림파워, 중국에너지건설유한공사(CEEC) 등과 다국적군을 꾸렸다. 터빈의 경우 중국 골드윈드가 인수한 독일 벤시스(Vensys)의 제품을 쓰고, 케이블의 경우 내부망은 대한전선, 외부망은 중국 전선업체 형통광전에 맡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 결과를 두고 업계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의 가격 경쟁 유도로 입찰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결국 저가 공세로 몰아붙이는 중국 기업에만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경제성만 따지다가 정작 자국 전력산업 보호는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해상풍력 기자재 업체 관계자는 "일전에 태양광 사업에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국내 생태계가 다 무너지지 않았나"라며 "해상풍력도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는 국가 핵심 사업에서 만큼은 외국 기업의 참여에 대한 ‘진입장벽’을 설정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손을 놓고 있다"며 "규모가 크든 작든 에너지 계통은 국가 핵심시설로 다뤄야하는데 중국 업체에 20년 넘게 운영을 맡긴다는 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도 "중국의 거대한 해상풍력 물량을 토대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시장을 노리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풍력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시장 육성과 기자재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국산 우대 정책 폐지로 시작된 中 공습…관련법 처리 ‘시급’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중국 업체들의 텃밭이 된 데는 국내 기업에게 주어지던 인센티브 제도가 폐지된 영향도 있다. 풍력의 경우 국산 부품 사용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가중치를 부여하는 제도를 운영해왔으나, 유럽연합(EU)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지난 4월 제도 운영을 중단했다.

현재 국회에는 제도 운영 중단으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관련법이 발의된 상태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신·재생에너지의 기본계획에 설비 국산화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국내에서 생산되고 국내에서 유통되거나 판매되는 설비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되 △해당 설비를 사용한 자에 대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해상풍력발전 사업 추진과정에서 국산 부품비율을 50% 이상 사용할 경우 보조금을 주던 정책을 폐지함에 따라 국내 해상풍력 사업의 경제성이 나빠지고, 가격 측면에서 값싼 중국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산업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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