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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이제는 금융리스크] 안전 외면한 기업, ‘돈줄 죄기’ 나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5 16:33

李 대통령 “산재 기업 주가 폭락시켜야”
중대재해 대응에 금융 동원 ‘전면전’ 선포

은행권 ‘신용평가 내규’ 반영 등 검토
신용등급 내리고 대출 제한 추진

‘산재가 금융 리스크’ 새 기준 생기나
“인센티브 등 당근·채찍 병행해야”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정부가 산업계의 중대재해 대응에 금융을 끌어들이며 산업재해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안전을 외면한 기업에 대한 '돈줄 제재'가 가시화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는 살인"이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하자 은행권이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행권은 앞으로 중대재해 기업의 자금줄을 죄는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계의 중대재해 대응에 금융을 끌어들이며 산업재해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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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른 포스코이앤씨와 SPC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또 명색이 10대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연간 1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하다 죽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일하다 죽는 일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하게 하고, 투자를 안 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단순한 법적 제재를 넘어 기업의 자금 조달 자체를 막아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에는 투자와 대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보고했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평가에서 중대재해 기업의 평가 등급을 하락시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유인을 막고, 은행 내규에 명시된 기업 평판 요소를 강화해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경제적 제재를 실제로 해야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금융까지 동원해 중대재해에 칼을 빼든 것은 최근까지도 산업 현장의 안전 실태가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129건, 사망자는 137명에 달했다. 작년 1분기(사망사고 136건, 사망자 138명) 대비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건설·제조업에서 사고가 집중되고 있다. 올해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63건(48.8%), 사망자는 71명(51.8%)으로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제조업에서는 29건의 사고(22.5%)로, 29명(21.2%)이 목숨을 잃었다.


은행권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 1일 은행권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를 은행의 기업 신용평가 내규에 직접 반영하고, 은행권 공동 기준을 만드는 내용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업재해가 대출 심사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산업재해가 금융 리스크가 된다'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평가 모형에 특정 항목을 비중을 높이거나 새 항목을 추가하는 건 어렵지 않은 작업"이라며 “기업대출 시 기업의 재무뿐 아니라 비재무 요소도 평가하는데, 비재무 요소에서 중대재해 부분을 포함해 강화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당국과 협의가 되면 은행권이 빠르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돈줄 제재가 건설·제조업 등 특정 업종과 영세 중소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산업 간 편차와 기업 규모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중대재해 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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