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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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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었나?”…피부열감·식욕부진·전신무력감 극복 건강법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3 15:33

연일 '극한더위' 시달려 자율신경 교란

찬 음료보다 따뜻한 물·차 수시로 음용

꾹꾹지압·쭉쭉스트레칭 심신활력 증진

여의도한의원 변희승 원장

▲여의도한의원 변희승 원장이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인체 균형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여의도한의원

너무나 뜨거운, 가히 살인적인 폭염이 한 달 넘게, 아니 두 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사람도 동물도 농작물도 산천초목도 심하게 시달리고 있다. 노약자나 급·만성질환 환자뿐 아니라 건강에 큰 문제가 없던 사람들도 서서히 지쳐가는 형국이다. 중복과 말복 사이 불볕더위의 막바지에 자칫 건강을 잃고 심지어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보통 광복절(8월 15일)이 지나면 더위가 좀 누그러지지만 올해는 이런 희망마저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한의학에서 보는 여름 또한 쉽게 양기가 소진되는 계절이다. 보통 더위일 때도 그렇다. 그런데 이 무슨 시련인가? 허준 선생이 지은 한의서 '동의보감'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하늘의 기운이 뜨거워 땀이 항상 많으므로 인체의 양기(陽氣)가 체표로 들떠서 흩어지므로 배 안의 양기가 허약해진다"고 한다. 양기가 가장 왕성해져 그 활동 영역이 체표로까지 넓어지지만, 오히려 체내의 양기가 허해져 속이 차가워지기 쉽다는 뜻이다.


여의도한의원 변희승 원장에 따르면, 장기간 더위에 시달려 신체와 정신에 이상이 나타나기(더위 먹었다) 직전의 증상으로는 심한 갈증과 가슴 답답함, 식욕 부진, 전신 무력감, 피부 열감, 줄줄 흐르는 땀 등이 꼽힌다. 장기간 더위에 노출되면서 인체 체온조절 기능의 저하로 인체 내부에 열이 축척되어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이와 반대로 더위를 피하기 위해 너무 시원하거나 추울 정도의 곳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오히려 한기 때문에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 변 원장은 “외부의 더위와 온도차가 너무 많이 나는 상황이 결국 인체 조절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코가 맹맹해지고 오한과 두통, 전신 근육통이 생기기도 한다. 감기증상과 비슷하지만 기침이나 심한 인후통, 고열은 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도 에어컨을 피하고, 따듯한 물이나 차를 마셔서 약간의 땀을 내주고 속을 데워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 (1)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고석재 교수가 더위로 인한 자율신경 교란증 환자를 진맥하고 있다. 사진=강동경희대 한방병원

◇갈증·가슴답답함·식욕부진·무력감·피부열감 '전조 증상'




무더위는 자율신경 또한 교란시킨다. 체온 조절이 어렵고 식욕저하·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더 심해지기 전에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와 과로에 민감한 자율신경 특성상, 평소 피로가 누적된 사람이나 고령층에게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더위 먹음'도 자율신경이 담당하는 체온과 땀 조절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자율신경 실조증을 음양기혈(陰陽氣血)의 불균형으로 본다"면서 “기본적으로 기가 허한 사람에겐 기를 보충하고, 혈이 부족한 사람에겐 혈을 보충하는 방식의 치료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식은땀, 소화불량, 어지러움 등 어느 한 부위만이 아닌 전신 증상이기 때문에 한의학의 체질중심 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생활 속 여름철 보양을 위해서는 우선 냉수(冷水)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차가운 식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아울러 과도한 활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것 또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도한 흥분이나 격한 감정은 체내의 열 생산을 조장하므로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취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쉬우므로 덥다고 찬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배탈, 설사가 나기 쉽다. 또한 체내 양기가 부족하기 쉬우므로 식욕이 떨어지며 자꾸 늘어지고 자주 무기력하게 된다. 이럴 때 체질과 큰 관계없이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 되는 차를 수시로 음용하는 것은 생기를 돋우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죽엽·박하차는 피를 맑게 하고 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여름철 더위로 식욕이 부진할 때, 몸에 기운이 없고 피로할 때, 눈의 충혈과 두통이 있을 때 죽엽·박하·대추를 넣고 물로 끓여 마신다. 백작약·감초차는 여름에 더위를 타고 입맛이 없을 때,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알맞은 건강차다. 백작약·감초·꿀·설탕 약간을 섞어 물로 끓인 다음 섭취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송미연 교수가 여름철 활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지압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경희대 한방병원

▲경희대 한방병원 송미연 교수가 여름철 활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지압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경희대 한방병원

◇죽엽·박하차, 백작약·감초차 “피 맑게 하고 열 식혀"…스트레칭·지압 도움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불쾌지수는 높아지고, 밤새 이어지는 열대야에 수면의 질마저 떨어지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간다. 에어컨 바람에 익숙해진 실내 생활, 그리고 바깥 활동의 제약은 혈액순환과 근육 긴장을 악화시켜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쉽다. 일상 곳곳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송미연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의식적으로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짧지만 효과적인 스트레칭과 지압은 뻐근한 몸을 풀어주고, 깊은 호흡과 함께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칭은 깊은 호흡과 함께,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일 10~15분씩 꾸준히 해주는 것이 금상첨화이다. 송 교수는 “차가운 실내에서 갑작스런 스트레칭은 금물"이라며 “워밍업을 통해 체온이 약간 올라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지압은 아침 기상 직후 또는 오후 피로가 누적될 무렵뿐 아니라 수시로, 시간이 날 때마다 3~5분씩 꾹꾹 자극을 준다.


<지친 심신 추스르는 스트레칭·지압>


더운 날씨로 움츠러든 몸을 부드럽게 이완시키고, 지친 심신에 작은 휴식을 선사하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지압법으로 오늘 하루, 체력과 기분을 함께 잡아보자.


○장요근 스트레칭=장요근이란 장골근과 대요근을 합쳐서 일컫는 용어로, 장요근은 허리의 척추에서부터 장골, 다리의 대퇴골에까지 이르는 근육이다. 쉽게 말하면 상체와 하체를 이어주는 근육으로, 허리 건강과 요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네발기기' 자세에서 오른손 옆에 오른발을 놓아주고 상체를 일으켜 오른쪽 무릎에 양손을 올려 균형을 잡는다. 마시고 내쉬는 숨에 오른쪽 무릎을 앞으로 밀며 왼쪽 장요근을 스트레칭한다. 이때 골반이 뒤로 빠지지 않게 복부에 힘을 주고 골반이 비틀어지지 않게 해야 좀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장요근 스트레칭

▲경희대 한방병원 김병찬 전공의가 장요근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장요근을 스트레칭하면 장요근의 단축(짧아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장요근이 짧아지면 골반과 몸통을 굴곡시켜 허리가 구부정하게 될 수 있으며, 요통을 유발한다. 장요근 스트레칭은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요추에 전해지는 과도한 스트레스(부하)를 감소시켜 요통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풍지혈 지압=수면패턴이 깨지고 긴장 상태에서 지내다 보면 특히 목과 어깨의 근육이 뭉치면서 긴장성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풍지혈은 목 뒷덜미에 위치한 혈자리이다. 귀 뒤에 튀어나온 뼈(유양돌기)를 지나 움푹 파인 곳으로, 뒤통수뼈가 끝나는 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풍지혈

▲경희대 한방병원 김병찬 전공의가 풍지혈 지압 시범을 보이고 있다

압통이 심한 혈자리이므로 엄지손가락 혹은 두세번째 손가락을 이용해 조금 힘주어 마사지하듯 주물러주면 강렬한 자극을 느낄 수 있다. 긴장성 두통에 효과가 있으며 눈의 피로에도 같이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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