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공급한 '대구 범어 2차 아이파크' 투시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이 상반기 영업이익 1343억원, 수주 2조85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40.7%, 68.5%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특히 주택 부문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조6758억원의 수주를 따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아파트 '프리미엄'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하이엔드 브랜드 없이도 성과를 낸 점이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의 '명품 아파트' 선호가 높아짐에도 아이파크 브랜드를 유지하며 운영하고 있다. 조합 눈높이에 맞춰 현대건설이 디에이치(DH), 롯데건설이 '르엘' 등을 내놓는 등 대형 건설사들이 기존과 차별화한 하이엔드 상품임을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이다.
실제로 국토부의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중 프리미엄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는 회사는 삼성물산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뿐일 정도다. 다만 삼성물산은 강남 등 주요 지역에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이곳 아파트에는 기존 래미안에 하나를 뜻하는 '원'을 덧붙이고 있다. GS건설도 지난해 자이 브랜드를 재단장하며 새 가치를 부여해, 기존 가치를 유지하며 브랜드를 그대로 운영하는 곳은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 뿐인 셈이다.
이에 HDC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까지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로 선보일 계획은 없다"며 저희가 지금까지 약 50만 가구를 공급하면서 보여준 실적들이 유효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프리미엄 브랜드 없이도 삼성동 아이파크나 해운대 아이파크처럼 랜드마크 건물로 지어드릴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상반기에는 사업비가 9244억원에 이르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에서 포스코이앤씨의 프리미엄 브랜드 '오티에르'와 경쟁해 수주를 따내는 승리를 거뒀다. 원주 단계주공, 부산 광안4·연산10구역 등 지방 대도시에도 깃발을 꽂았다.
덕분에 상반기 HDC현대산업개발의 매출은 2조689억원, 영업이익은 1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40.7% 증가했다. 수주도 2조8548억원을 기록하며 68.5% 증가해 잔고를 두둑히 채웠다. 상반기 수주한 주택 실적은 2조6758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93.7%에 달할 정도이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하반기 실적 확대를 위해 송파 한양2차 재건축정비사업 및 성수1지구 등 주요 정비사업지를 노리고 있다. 강남에도 깃발을 꽂고자 최근 개포우성4차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연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도 참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강남을 비롯한 '노른자위' 지역을 노리기에는 '아이파크'만으로 경쟁력이 부족할 거라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R114와 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1.3%가 “건설사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바 있다. 특히, 수도권 거주자는 이보다도 더 높은 92.5%가 긍정 응답을 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하이엔드라고 하지만 결국은 브랜드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라며 “예시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처음 도입된 2000년대 초반, 입지가 뛰어난 곳에 짓는 아파트에만 브랜드명을 붙여줬지만 최근 현대건설에서 짓는 아파트는 전부 힐스테이트"라고 말했다. 즉, 지역별로 브랜드가 평준화돼 경쟁력이 사라진 만큼, 분양가를 높이고 고급 아파트로 짓는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인기 지역에만 붙인다는 설명이다.
이어 “기존 주민들은 아이파크 브랜드에 익숙할 수 있으나 시장은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돼 아이파크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압구정처럼 조합의 기준이 높은 곳에서는 결국 새 브랜드가 필요하다. 최근 맞붙은 포스코이앤씨의 오티에르도 프리미엄 브랜드라 하나, 브랜드 인지도 부족으로 재건축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 주요 인기 지역 진입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