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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생산기지 현장. |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미국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MMBtu당 8.3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가격이 올 들어 123% 급등했다. 이달 초에는 가격이 8달러선을 돌파하면서 2008년 9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통상 천연가스 가격은 5월에 낮은 수준을 보여왔다. 지금까지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작년 이맘때 가격은 3달러선을 밑돌았다"며 "몇 년 전에는 1.5달러까지 내려오기도 했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투자회사 토토이즈 에코핀의 롭 텀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은 보통 에너지 시장이 조용한 시기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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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미 천연가스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츠의 매트 팔머는 "지난달에도 미국 48개 주(州)에서 생산량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재고물량 또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킬더프는 "재고 수준이 작년과 5년 평균치에 비해 각각 18%, 16% 낮다"고 지적했다. 봄까지 지속된 한파, 때이른 무더위 등의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물량 축적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다음 겨울철을 대비하기 위한 천연가스 물량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미국산 천연가스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러시아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맞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이는 등 ‘가스 무기회’로 대응하자 미국산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CNBC는 미국은 생산분의 약 15%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지만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유럽에 더 많은 천연가스를 보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킬더프는 "미국 천연가스가 상당한 수준으로 수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일부 지역에선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냉방용 천연가스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비스포크 웨더 서비스는 이달 말 또는 6월 초부터 더 강한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15일 동안 천연가스 수요는 평균 이상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단 우려가 나온다.
팔머는 "천연가스 수출 시설들의 가동률은 최고 수준이고 미 남부 지역에서 5월과 6월 기온은 평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격 상승을 위한 재료다"며 "이번 여름 천연가스 가격이 두 자릿수를 보일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킬더프 역시 "가격이 10달러까지 오를 것은 거의 확실하고 최고 범위는 12달러에서 14달러일 것으로 보인다"며 "8월 기온이 예상보다 낮더라도 가격은 10달러에서 12달러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혹서기 폭염으로 미국 일부 지역에선 전력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천연가스는 미국 최대 발전원이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이 발표한 2021년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019년 미국의 천연가스 발전비중이 전체 대비 각각 38%, 36%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3일 텍사스주에선 기록적 폭염으로 냉방용 전력 사용이 급증해 과부하로 2900 메가와트 발전소 6곳이 가동 중단됐다.
이에 따라 텍사스, 캘리포니아 주 등은 전력 부족 문제를 우려해 노후 화력발전소들의 연장 가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