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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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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불법 쓰레기산' 조장 폐기물 정책 손질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24 09:00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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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필자는 이달초 국회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환경부의 폐기물 처리 정책에 대해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답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쓰레기 처리는 우선 감량 그 다음으로 물질 재활용, 에너지 재활용 즉 에너지로 회수하여 열과 전기 공급을 최대화해서 매립을 최소화, 아예 안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국내 쓰레기 처리 관련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흔히 알고 있는 ‘물질로 다시 재활용하는 정책에만 올인’이라는 것이다. 한쪽으로 쏠린 정책은 늘 그렇듯 폐해를 야기하고 있어 균형 잡힌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

환경부 통계인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전국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에 약 50만톤(2019년)이다. 그중 86.6%를 재활용하고 6.1%를 매립, 5.2%를 소각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재활용률인데, 그러면 전세계 어느 국민들 보다 분리수거를 잘하는 국민의 노력 덕분이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러 기사에서 다뤘고 환경부도 이미 인정했듯이 재활용률은 30%도 채 안되고 있다.

그러면 통계로 잡히지 않은 부분은 어디로 갔을까. 상당부분이 불법으로 지역 어딘가에 몰래 적치된 ‘쓰레기 산’으로 나타나고 있고, 매년 그 숫자는 커지고 있다. 이는 에너지 재활용 즉 에너지 회수 정책이 동시에 고려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태흠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명산에 불법으로 투기된 폐기물은 총 7066톤으로 조사됐다. 산림청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처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2020년까지 처리된 폐기물량은 총 1만4369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조사 된 양 대비 두 배가 넘는다.

불법 쓰레기 산 발생 주요 원인으로 꼽는 것이 무분별한 재활용 우선 정책으로 비롯된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시행한 ‘폐기물처분부담금’ 제도이다. ‘매립 제로화, 소각 최소화 원칙으로 가능하면 다 재활용해라’ 는 취지로 페기물을 소각 또는 매립장으로 보낼 시 톤당 1만~3만원을 내라는 것으로 취지는 좋다.

하지만 폐기물배출업체가 에너지 회수 시설에 보낼 수 있는 정책 유인책은 전혀 없으니 폐기물배출업체는 폐기물 소각·매립 부담금을 피할 목적으로 재활용업체에게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까지 떠넘기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영세한 재활용업체는 역시 소각·매립비용 절감을 고민하다 이를 악용하는 폐기물 세탁 전문 브로커에게 넘기는 식으로 처리하고 이들 브로커가 야산에 폐기물을 몰래 쌓아놓고 도망가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이 제도는 에너지 회수 소각 시설에 대한 대책 마련이 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빨리 사라져야 마땅하다.

유럽은 매립을 방지하기 위해 매립세를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이는 에너지 회수 시설이 충분하게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에너지 회수 소각 시설에 대한 정책 지원은 전무한 채 한쪽에서만 압박을 가하고 있으니 이러한 불법과 폐해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법 쓰레기 산이 가져오는 온실가스 문제의 심각성이다. 불법 폐기물 산은 이산화탄소 보다 지구온난화지수가 21배나 높은 메탄이 나온다. 지하수, 토양 오염은 말할 것도 없다. 한쪽으로 쏠린 정책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선진 유럽에서 순환경제가 기후위기 대응의 한축을 차지하는 것이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리고 유럽의 순환경제를 이루는 큰 축에 폐기물의 에너지 재활용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자원순환, 폐기물 처리 정책에 이 부분은 비어 있다. 유럽이 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술적 한계가 있는 재활용과 이를 보완할 에너지 회수 소각 정책을 같이 추진하는 것이 비로소 매립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재활용 육성 정책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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