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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남긴 탄소중립 시민대토론회…"발표 인사 '편향', 자료 '부실'에 통계는 치우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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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기구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동안 비대면으로 ‘탄소중립 시민회의-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화면 캡처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발표자는 편향적으로 선정됐고 발표 자료의 출처는 빈약할 뿐만 아니라 통계도 치우쳤다."

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주말인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비대면으로 개최한 ‘탄소중립 시민회의-대토론회’의 참가 시민의 반응과 평가다.

이번 시민 대토론회에는 지역·성별·연령 등을 고려해 무작위 추출한 만 15세 이상 국민 530명이 참여했다.

많은 참여 시민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정부분 부담을 감수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탄소중립 추진은 속도와 방법 등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과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는 데 다수 참여 시민들이 공감했다. 특히 탄소중립에 찬성하는 일방적 의견 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의견도 들을 수 있는 기회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표자가 그간 적극적인 기후변화를 주장한 인사들로 구성된데다 발표자료들이 부실하게 제시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 11일 첫째 날에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1세션)와 전원믹스(2세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식생활 개선(3세션) 등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이날 주제 발표와 질의응답에는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와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전의찬 세종대 기후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원 교수, 이성호 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위원,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사로 업계 등에선 분류하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들은 원자력 등 에너지산업 전문가들은 대부분 배제된 채 기후변화 등에 적극적인 대응 입장을 보여온 대학 교수, 연구원, 시민단체 인사 등 편향적으로 구성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토론회에 앞서 토론회 발표자 및 발표자를 사전 공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토론회 이틀간 각 토론 직후 실시한 참여시민의 설문결과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번 토론회를 공론화의 일환으로 개최한다면서 말뿐인 반쪽짜리 깜깜이 공론화란 지적이 제기됐다.

참여 시민들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지난 7월 출범 이후 8월 한달 동안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관한 온라인 학습을 진행했다. 이번에 진행된 종합대토론과 설문조사를 마치고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권고안은 10월 말 확정될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 일부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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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기구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동안 비대면으로 ‘탄소중립 시민회의-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화면 캡처

 

시민대표단 "NDC 실현가능성 있나?…
불가피한 전기료 인상 인정, 환경부담금 내역 투명해야" 

 


이번 시민 대토론회는 탄소중립과 관련된 주제를 두고 8개의 전문가 발표와 6개 쟁점과 관련한 분임토론, 질의 응답으로 진행됐다.

대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대표단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치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수준인지를 우려했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요금이 불가피하게 오르는 건 이해하고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환경부담금에 대한 투명한 절차와 사용처 공개 등을 요구했다. 식생활 개선에 대해서는 의미 없이 폐기되는 농수산물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시민대표단은 "탄소중립, 목적달성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 국민에게 지나치게 부담되지는 않는지 계속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세션인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대한 조용성 교수의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이 다수 나왔다.

시민대표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게 잡는 게 중요한가 실제 감축하는 게 중요한가",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느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일자리 보장은 어떻게 되는가", "탄소포집 등 미래 기술들이 어렵고 막연해 보이는데 실현 가능한 것인가"라고 질문하며 NDC의 현실성에 대해 우려했다.

2세션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력요금 문제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전기료 인상에 대해서는 동참하고 감내할 의향들이 있지만 환경비용 부담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표단은 "환경부담금 사용처나, 부담 원칙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부담금을 투명하게 사용한다는 걸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며 "단순한 인상액보다 공정한 조세정책에 따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전기요금이나 환경부담금이 쓰이길 바라고 미래세대가 이 혜택을 향유하기를 바랄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컬푸드 판매경로를 활성화하는 게 더 시급하지않겠냐. 사용할 방안이 없어 폐기되는 농산물을 줄이는 데 주력하는 게 우선적이라고 본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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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기구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동안 비대면으로 ‘탄소중립 시민회의-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화면 캡처

 

"탄중위, 여전히 불친절한 설명과 자료"…
일반 시민 위한 프로그램 필요성 제기 

 


이번 대토론회는 시민 500여명이 모인 만큼 큰 규모로 진행됐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남아있다. 탄소중립위원회에 시민대표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과 위원회와 반대 주장을 내세우는 집단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민대표단은 "위원회에서 우리에게 배포하고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자료는 출처나 빈약하거나 통계가 치우쳐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기요금 관련도 산업용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자세한 설명은 없다. 산업용 전력 이용 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두 배라고 하는데 자세한 설명이 없다"며 "시민들은 전력요금을 부담의향이 있지만 정부가 설명을 자세히 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확한 자료를 요구하지만 받지 못했다"며 "식생활 파트에서도 채식주의자처럼 고기를 먹지말자는 뉘앙스로 들리기만 할 뿐"이라며 "분명 고기만으로만 채울 수 있는 영양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양소를 채울 대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국가 정책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어떤 형태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탄소중립위원회와 반대 노선에 있는 의견을 공유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반 청취자들도 쓴소리로 지적했다.

이번 시민대토론회를 온라인으로 참관한 A씨(27세)는 "전문가들이 발표하는 부분에서는 자료를 같이 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료집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며 "일반 시민들을 위한 절차는 없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시청자인 B씨(53세)는 "내용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며 "탄소중립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의 상황을 알아야 하는데,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반 시민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홍보나 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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