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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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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되는 천연가스, "겨울에 두 배 더 뛴다"…석탄에 눈 돌리는 美·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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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 배관망.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7년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에 따른 냉방수요 급증, 경제 정상화, 허리케인 아이다, 탈원전·탄소 정책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대폭 줄음과 동시에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이번 겨울에 한파가 불어닥칠 경우 LNG 가격이 앞으로 두 배 더 뛸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에 눈길을 돌리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10월분 헨리허브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2.38% 급등해 MMBtu당 5.03달러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5달러 선을 돌파한 적은 2014년 2윌 이후 처음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서만 98% 급등했다. 천연가스는 냉·난방과 발전뿐만 아니라 화학제품, 비료, 종이, 유리 등의 가공에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원료다.

동북아시아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JKM 현물가격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JKM 현물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8년래 최고치인 MMBtu당 18달러까지 올랐다. JKM은 천연가스 수입강국인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지표다. S&P글로벌플래츠의 제프리 무어 아시아 LNG 총괄은 "아시아 현물시장은 올 여름부터 유가와 연동된 수준을 뛰어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의 스티븐 스테이프친스키는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메가와트시(MWh)당 54유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가격은 풍부한 공급량으로 그동안 대체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지난 수 년간 천연가스 시장에 공급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며 "올해는 공급량 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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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천연가스 가격...겨울에 두 배 뛸 수도 

 


특히 올해에는 미국 북서부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의 유례 없는 폭염으로 여름철 냉방 수요가 급증했다. 겨울철 난방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비축해야 할 물량이 여름부터 줄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하고 뉴욕 일대까지 물바다로 만든 4급 허리케인 아이다 또한 공급부족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만 지역에서 천연가스 생산시설의 77% 가량이 허리케인 아이다 영향으로 가동이 아직도 중단된 상황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미 천연가스 비축량이 5년 평균치 대비 7.4%, 작년 동기대비 16.8% 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과 주요국의 탈원전, 저탄소 정책도 천연가스 수요를 올리고 있다. 미국 천연가스 수출업체 셰니어 에너지의 잭 푸스코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팬데믹 사태로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2달러까지 급감했다"며 "경제회복에 이어 천연가스가 에너지전환에 필수라는 인식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IA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천연가스 주요 수입국은 한국(13.4%), 일본(12.5%), 중국(12.4%) 등 모두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난을 천연가스를 통한 발전력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푸스코 CEO는 이어 "5달러 수준의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과 아시아에선 20달러 이상인 셈"이라며 "우리 회사는 향후 20년 어치의 생산분 중 90%가 이미 판매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 겨울에 한파가 세계를 강타하면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두 배 더 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투자노트를 통해 "혹한이 불어닥치면 천연가스 가격은 1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하게 된다.

킬더프 파트너 역시 "때이른 한파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6달러 돌파는 물론 8에서 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BC는 "유럽 정책입안자들은 올 겨울이 따뜻하길 기도하고 있을 정도로 공급부족 사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석탄에 눈 돌리는 美·英 

 


이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석탄을 다시 찾은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CNBC는 "천연가스 공급부족으로 인해 석탄이 부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 BBC에 따르면 2024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영국은 전력수요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6일 노후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했다. BBC는 "특히 올 여름에는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으로 석탄이 더 많이 연소됐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석탄 소비가 증가할 전망이다. EIA에 따르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이 작년 20%에서 2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EIA는 "석탄 소비 증가로 천연가스의 비중이 내년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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