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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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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로봇 테스트필드 사업에 거는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09 10:05

고경철 KAIST 기계지능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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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KAIST 기계지능연구단 연구교수

국가 로봇 테스트필드 사업 유치전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충남, 경남 등 주요 광역단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5일부터 3일간 현장점검이 이루어졌고 11일 발표평가를 거쳐 13일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다. 참으로 빠듯한 일정이다.

이 사업은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작년말 시동을 건 사업으로 필드테스트를 통한 빅데이터 축적, 시험/인증을 통한 국제표준 확립, 체험실증을 통한 보급확대 등 로봇산업 진흥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사업이다. 내용만 보면 현행 부지를 사업종료후 현 로봇산업진흥원에 무상 양도하는 등 사실상 로봇산업 육성의 핵심적 역할이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로봇산업진흥원이 본 사업을 기획하면서, 당연히 대구시는 기획단계에서 집중지원했다. 인증, 시험, 평가 기능이 본 사업 추진 도시로 넘어가는 만큼 대구시가 유치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을 것이다. 로봇산업진흥원이 들어서면서, 로봇산업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구시에 현대로보틱스, ABB 스토브리, 야스카와전기 생산시설, 쿠카 교육센터 등 굵직굵직한 산업체가 둥지를 틀었다. 더구나 재작년에는 대통령까지 나서며 대구를 로봇산업을 통해 제조업 중심지로 부활할 것을 선포하는 행사를 가졌다. 따라서 대구시가 이 사업을 가져가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당위성을 주장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발표평가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정말 국가를 대표하여 로봇산업을 진흥시킬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충분조건이라고 본다.

당초 대구시의 유치전을 위협하는 유력한 상대는 경남이었다. 경남은 2007년 로봇랜드사업 2017년 로봇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연달아 유치하면서 사실상 제조로봇 산업의 메카역할을 지난 15년간 해왔다. 그러나 초기 로봇랜드 기획단계에서 시험 평가 실증기능을 담고 있었기에 로봇랜드가 강점이 아닌 오히려 이번 사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 사업을 지원할 명분으로 추진한 로봇비즈니스 벨트사업 또한 재도전 끝에 간신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바 있다. 이러한 두번에 걸친 국가적 지원 사업들의 결과가 국내 제조산업의 메타산업 역할로 이어졌는지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양강구도의 판을 깨뜨린 것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서울이다. 무려 7000억원 상당의 부지를 내놓으면서, 일약 유력주자로 떠올랐다.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대구, 경남의 허를 찌른 것이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등으로 로봇산업을 견인할 미래도시로 떠오르는 마곡 R&D 산업단지가 그 후보지인 것이다. 수도권은 누가 보아도 로봇산업의 65%, 로봇연구인력의 50% 이상이 밀집된 그야말로 우리나라 로봇의 중심지이다. 문제는 과연 땅만 내놓은 것인지 정말 로봇산업 미래를 끌고갈 핵심 발전전략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서울이 이처럼 통큰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로봇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불쑥 나섰기에 지난 10여년간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경쟁 지방자치단체를 물리치려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내용을 함께 내놓아야 할 것이다.

처음으로 국가적 도전장을 내민 충남은 어떤가. 대전 KAIST, 세종 드론특구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등과 연합한 충남 또한 로봇테스트 필드사업을 추진할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현대제철 등 탄탄한 배후 산업 인프라를 갖춘 당진시가 체험형 스마트 메타시티라는 참신한 미래 발전전략을 내세운 것이 돋보인다. 중부권이라는 지역적 접근성도 로봇관련 산업이 타 경쟁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소 미약하다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본 사업은 지역 산업 살리기 보다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주도권 경쟁이라는 국가적 로봇 육성이 걸린 만큼 강력한 사업 추진의지와 성공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평가의 잣대라고 본다. 후발주자로서 최선을 다하여 구체적이고 일목요연한 실행계획을 펼친다면, 의외로 선전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 밖에 에코델타시티에 서비스로봇 규제혁신, 국제수준의 인증체계. 실환경 기반 인프라 구축 등을 내건 부산시와 인공지능을 주축으로 한 빛고을 광주의 도전도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로봇인의 한사람으로서, 이 시업에 많은 지자체가 적극 관심을 보이며 소위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것은 로봇산업 발전에 희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척 기쁜 일이다. 최종 후보지 선정이 다가오면서 각 지자체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다소 걱정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펼쳐질 것이라는 점도 기대에 들뜨게 된다. 이처럼 이번 사업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때, 최종 선정평가가 보다 공정하고, 냉정한 잣대로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온 국민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은 분명하다.

로봇은 이제 하나의 산업이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의 흥망성쇠가 걸린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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