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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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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AI 쓰나미에 제대로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15 10:10

고경철 KAIST 기계지능연구단 연구교수

고경철 연구교수

▲고경철 KAIST 기계지능연구단 연구교수

50여년전인 닉슨과 포드 대통령 시절 세계무대의 한복판에서 맹활약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금도 95세의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시진핑주석, 러시아의 푸틴대통령 등과 활발히 교류하며 정치외교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그는 남은 여생을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 기술이 인류를 파멸시키지 않도록 남은 여생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마디로 자의식을 가지고 인간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출현을 경고한 것이다.

현재 컴퓨터의 연산속도는 60년전에 비해 1조배 빨라 졌으며, 이 연산능력을 가진 이 세상의 모든 컴퓨터가 서로 연결되어 쌓인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 환경속에서 인공지능에게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와 다름 없다. 컴퓨터의 계산능력과 메모리의 크기가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적용하면 30년후의 컴퓨터는 다시 지금보다 1조배 진보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도 전문가의 영역을 압도하는 ‘좁은 인공지능(narrow AI)’은 다목적 분야에 확장 응용되는 ‘보편적 인공지능(generic AI)’으로 진화할 것이고, 결국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 출현하는 것은 시간문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19세기초 산업혁명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파괴 폭동인 러다이트와 같은 운동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세계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선진국들과 전세계 시총 규모 100대 기업들의 AI에 대한 집중 투자는 이미 걷잡을수 없는 강력한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변혁의 물결에 동참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사라지거나 쇠퇴하는 운명을 맞게되는 그야말로 선택이 아닌 흥망성쇠의 갈림길로 보는 것이 경제학자나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러한 변혁의 물결에서 자원빈국 우리나라가 취할 스탠스는 분명하다. 경제주체인 기업들이 이 핵심기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 전반을 정비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인재를 많이 양성하는 것만이 우리가 주변국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AI 선도국이 되어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의 준비는 정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기업의 경우 보다 앞을 내다보는 도전과 투자가 미흡하며, 정부 또한 성장주도 보다는 복지 정책에 치중하는 느낌이다. 민생과 가계는 코로나19 사태의 고통으로 신음하며, 눈앞에 닥친 생존에 급급한 형국이다. 한마디로 경제 3주체 모두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실종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우리 방역진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코로나 사태는 오래지 않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우리에게 닥칠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에 우리나라 경제가 통째로 쓸려 나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기업들이 부도로 쓰러지고 국민은 대책없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가운데 경제를 지탱할 우수 인력들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최악의 악몽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기필코 막아야 한다. 이런 걱정이 결코 과도한 우려나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선동이 아님을 우리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당국자들이 깨닫기를 바란다.

지금이야 말로 보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미래 비전을 다시 세우고 이에 대한 실천전략을 대대적으로 다시 짜야 할 때다. 기업인들은 무서운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읽고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현실사회에 대한 공헌을 고민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도처에 널려 있는 미래 기술에 대한 교육자료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에 나서야 한다.

AI를 엑셀 프로그램처럼 흔하게 활용하는 시대가 20년 내에 도래할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예언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 잃고 뼈아프게 후회하기 전에 외양간을 단단히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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