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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빅싸이클'인데···‘출고대란’에 현대차·기아 ‘울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15 15:08

스포티지·K9·코나N·EV6·제네시스 전기차 등 줄줄이 출격대기
반도체 수급대란 여파 출고지연···일부차종 올해중 인도 불가
일정 변경 힘들어···"고객 신뢰도 하락 우려"

(사진 1) 기아, 신형 스포티지 외장 이미지

▲다음달 출시를 앞둔 기아의 신형 스포티지.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신형 스포티지, 안전·첨단 사양이 대폭 추가된 신형 K9, 소형 SUV 코나의 첫 고성능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기아·제네시스의 차세대 전기차.

현대자동차·기아가 수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야심차게 내놓는 신차들이다. 수 천억원대 개발비를 들여 신차 ‘빅싸이클’을 기대해야 할 시점이지만 정작 현대차·기아 내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요는 넘치는 상황이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등으로 차를 만들 여력이 없어서다.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당장 계약해도 올해 안에 차량이 출고되기 힘들 정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영업일선은 최근 신차 ‘출고대란’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구매 계약부터 인수까지의 기간이 길어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인기가 많은 차종일수록 대기 기간이 길다.

기아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최소 대기 기간이 7개월 이상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K8도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는 아예 인도 시점을 예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서울 시내 한 현대차 대리점에 차량 출고에 대해 문의하니 "확답이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차는 1만대 넘게 주문이 밀려 있지만 이달 생산 물량이 600여대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지난 4월 출시된 스타리아 라운지도 차를 받기 위해서는 계약 이후 3개월 이상 대기가 필요하다.

이런 출고 대란은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 차량을 생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부터 공장 휴업·재가동을 반복하다 보니 차량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17~18일 울산 5공장 2라인을 셧다운하고 18일 울산 3공장도 멈춰 세웠다. 같은 달 24∼26일에는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휴업했다. 기아도 지난달 17∼18일 광명 2공장 문을 닫았다.

문제는 당장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이고 당초 예상과 달리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이 없어 (반도체 대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국내 판매 모델에 반도체가 더욱 많이 쓰인다는 점도 변수다. 국내 소비자들은 각종 편의사양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유럽·미국 등에서 팔리는 차량보다 반도체 수요가 더 많다.

현대차와 기아는 일부 선택 사양을 빼면 출고시기를 앞당겨 주거나 대기 기간이 짧은 다른 차종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등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의 고민은 쏟아지는 신차가 팔려나갈 ‘타이밍’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아는 15일 플래그십 세단 K9의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개인 고객 뿐 아니라 법인의 의전용 차량 수요 등도 겨냥해 나온 모델이다. 하반기에 나오는 EV6, 제네시스 전기차 등 반도체 수급 문제에 더해 보조금이 동날 수 있다는 걱정까지 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의 신뢰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현대차·기아 내부에서 나온다.

외부 요인 탓이라고는 하지만 대기기간이 길어지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를 의식해 권혁호 기아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은 최근 대기 고객에게 "기다림의 시간이 더 큰 만족이 될 수 있도록 완벽한 차량 품질과 인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대차 역시 앞서 신차 출고 대기 중인 고객에게 유원하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보내 출고 지연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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