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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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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4차 산업혁명 대응할 교육개혁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15 10:18

고경철 KAIST 기계지능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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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KAIST 기계지능연구단 연구교수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비대면사회가 안착되면서, 최근 연구계에서는 새로운 연구 방식인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부각되고 있다. 다수의 연구자들이 온라인상에 모여 협업함으로써, 지식과 정보를 더해가며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 더 탁월한 연구성과를 내는 방식이다.

나보다는 우리가 더 똑똑해지는 그룹천재(Group Genius) 효과는 이제 기업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사회과학적으로도 편협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 인간이 서로 협력하며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면 많은 난제를 풀수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이러한 집단지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바로 오픈 소스코드 저장소인 깃허브(Github)와 무료 논문저장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가 그것이다. 다수의 개발자들은 새로운 인공지능 학습모델을 논문으로 작성하여 신속하게 아카이브에 올리고, 개발한 알고리즘을 소스코드로 과감하게 깃허브로 공유한다.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아이디어를 더하고, 버전을 올리며 인류 최후의 도전, 바로 보편적 인공지능(General AI)에 접근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컴퓨터의 연산능력, 쉴새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이제 우리 인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문(Gate)을 열었다. 그 문고리를 통해 벌어지는 새로운 세상은 어쩌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20여년전 SF영화 ‘매트릭스’가 꿈꿨던 교육과 훈련방식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바로 메타버스를 통한 교육인 것이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구축된 교육시스템에서, 자연과학과 공학적 원리를 수십배의 속도로 습득할 수 있고, 헬리콥터 조종술도 몇분만에 완성하는 것이 현실화된다.

지금도 우리는 지금까지 수천년간 쌓은 지식과 정보를 초고속 정보망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주도할 인재를 4차 산업혁명 인재라고 정의해 본다. 이러한 인재상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독한 입시경쟁을 뚫고 성장했고, 그렇게 자란 우리가 우리의 어린자녀에게 더 혹독한 입시경쟁을 요구한다. 주어진 문제를 제한시간에 풀어 경쟁자보다 1점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문제풀이식 기계적 인력을 악순환적으로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4차산업 혁명시대에는 지식은 도처에 널려있고, 간단한 검색만으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쉽고 신속하게 구할 수 있다. 서로 숨기고 가리며 혼자만의 풀이과정에 익숙한 인재는 새로운 집단 지능 시대에서 결코 주역이 될 수 없다. 이제 이러한 교육시스템은 통째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앞으로 10년안에 현재 대학의 절반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 보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기술의 만남으로 필자는 더 이른 시기에 현실화될 것이라 본다. 우리의 교육방식의 전환 없이는 국가의 경쟁력도 또한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재앙적 예견도 결코 과장으로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첫째, 모든 교육시스템을 이제는 입시중심에서 협업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동이 강조된다. 개인이 갖추어야할 기초역량은 인터넷과 프로그램에 의해 얻을 수 있다. 현장 대면 교육은 프로젝트 중심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며, 집단지능을 발휘하여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필요한 역량은 바로 상호 소통과 배려심, 그리고 리더십이 될 것이다.

둘째, 인성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가상세계를 통해 빠르게 발전한 신인류를 제어할 방법은 사회성, 가치관, 역사관, 세계관에 대한 교육뿐이기 때문이다.

셋째, 평생교육 시스템의 구축이다. 유발 하라리가 주장했듯이 단 20년 배운 것만으로 평생을 먹고 사는 세상은 끝났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교육을 보급하고 훈련시켜, 세계최고의 AI 활용 국가를 만드는 것을 새로운 교육비전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AI 평생교육원을 설치하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신문명을 가르쳐야 한다. 마치 20세기초 문맹률이 높았던 시기의 전국민 문자 교육처럼, 이제 AI문맹과의 전쟁을 벌일 때라고 본다.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에서 전개되는 게임의 법칙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뉴노멀이 될 것이다. 새로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와 개인의 운명은 변화를 직시하고 혁신을 준비할 때 주어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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