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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日 오염수 방류 결정 반발 타고 흔들리던 국내 탈원전 속도 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13 16:34
후쿠시마 오염탱크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탱크.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후쿠시마 원전 사태 10년만에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국내 ‘탈원전’ 정책이 다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7시 45분 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난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돼 현재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현재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으며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약 125만844t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실제 해양 방류는 필요 설비 심사와 공사 등을 거쳐 오는 2023년 초부터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삼중수소 유해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우리나라 탈원전 정책에 대한 필요성도 떠오르고 있다.

◇삼중수소 유해 논란…"방사능 피폭" vs "안정 수치 내 방류"

문제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이라는 물질이다. 삼중수소가 바다를 타고 흐르면 일본 현지는 물론이고 한국과 중국 등 인근 국가의 수산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포함돼있다. 이 가운데 삼중수소는 양자 1개와 전자 1개, 중성자 2개로 이뤄진 물질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와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경우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세포가 손상돼 갑상선암과 골수암, 피부암, 생식기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해양 방류로 오염수에 노출된 수산물을 섭취할 경우 신체 내 방사성 물질이 쌓여 내부 피폭이 일어날 가능성은 커진다.

바닷 속 삼중수소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최소한 수십 년은 지나야 한다. 삼중수소는 산소와 결합한 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바닷속에 섞여 있으면 물리·화학적으로 솎아내기가 어렵다.

삼중수소 뿐 아니라 ALPS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도 함께 배출된다. 탄소14는 영양분 형태로 생물에 흡수되는데 5000년 반감기를 가지고 있어 수만 년에 걸쳐 유전자 변형을 유발한다.

그러나 일본은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해양 방류를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삼중수소를 해양에 방류할 때 농도 한도를 1ℓ당 6만베크렐(㏃)로 정하고 있는데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 수준인 1500베크렐(㏃)까지 희석한 뒤 배출한다는 구상이다.

◇ 흔들리던 국내 탈원전 목소리 커질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정책에 힘이 실릴 모습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탈원전·탈석탄’을 내걸고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체 전력원을 제대로 찾지 못해 원전이용률을 높이는 결과만 낳았다.

지난해 국내 원전 이용률은 75.3%로 전년 70.6%보다 4.7%포인트 올랐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원전이용률이 83.6%까지 치솟았다.

이번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결정하면서 삼중수소와 각종 오염물질의 유해함이 다시 대두되면서 국내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모양새다.

탈핵시민행동은 "24기의 원전이 있는 우리나라 또한 일본처럼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1978년부터 (국내에서) 원전 사고로 기록된 것만 760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국내에서도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3·4호기 격납건물에서 큰 구멍이 발견되거나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는 등의 논란이 이어져 왔다.

또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비판에 우리나라의 방사능 배출 현황을 반론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리나라와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일본 측에서는 ‘한국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량이나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발생하는 양이나 똑같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원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으니 노후 원전 폐쇄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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