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2월 27일(토)

'쫓기는 FI, 느긋한 신창재'...교보생명 풋옵션이 뭐길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7 08:28   수정 2021.01.27 09:12:42

檢, '공인회계사법 위반' 딜로이트 회계사 불구속 기소

교보 "가치산정 과정 불법" VS 어피너티 "주주간계약 안지켜"

어피너티 투자금 회수 비상...향후 절충안 제시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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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간에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이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 등 주요 임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향후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판정에서 신 회장 측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나아가 딜로이트안진의 기소를 계기로 신 회장 측이 애초에 교보생명에 대한 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정하지 않은 것도 어피너티 측의 잘못된 가치 산정이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권안팎에서는 향후 어피너티 측이 신 회장 측에 풋옵션 가격에 대한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교보생명, 檢고발 카드 통했나...딜로이트 불구속기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간 여론전에 불이 붙은 것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의 불구속 기소가 시발점이 됐다. 검찰은 지난주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 3명과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들의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4월 딜로이트안진이 고의적으로 자사의 주식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딜로이트안진 소속 공인회계사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같은 혐의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기소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내부적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딜로이트안진이 교보생명에 대한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의뢰인인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의 의견을 참고했으면서도 마치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처럼 기재한 것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피너티 측은 "적정가치 산정 과정에서 의뢰인과 회계사 간에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다"며 "이런 사안으로 기소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어피너티 측이 딜로이트안진에 지급한 것은 교보생명 가치평가업무 수행에 대한 용역비 뿐인데, 이 역시 통상적인 수준에 불과한 만큼 검찰의 기소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신 회장, 교보생명 가격 제시 안한 이유는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기소를 계기로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간에 분쟁에서 신 회장 측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회계사와 사모펀드 임원들을 불구속 기소한 것이 극히 이례적인 만큼 해당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어피니티컨소시엄 소속인 IMM PE와 베어링 PE 등은 현재 국민연금공단의 위탁운용사를 맡고 있는 만큼 이번 기소를 계기로 운용역의 평판이나 도덕성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미 검찰이 불구속 기소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성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면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기소는 단순 교보생명과의 분쟁을 넘어 운용역의 도덕성, 전문성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소와 별개로 신 회장이 교보생명에 대한 가치를 산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어피너티 측은 딜로이트안진에 의뢰해 교보생명에 대한 감정가로 주당 40만9000원대를 제시했는데, 신 회장 측은 감정가를 제시하기는커녕 평가기관도 지정하지 않았다. 신 회장 측은 평가기관을 거치지 않고 주당 20만원이라는 가격을 자체적으로 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이 지정한 다른 회계법인이 어피너티가 제출한 가격보다 10% 이상 낮은 36만원대의 가격을 제출할 경우 딜로이트가 제출한 가격은 무효가 되고 제3의 평가기관을 통해 새로운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이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제3평가기관에서 가격을 받는 과정도 이뤄질 수 없었던 셈이다.

이렇듯 신 회장이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애초에 어피너티 측이 공정하지 않은 절차로 가격을 산정했다고 인지한데다 제3평가기관을 선정하는 과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피너티 측은 제3 평가기관을 정할 때 어피너티가 사전에 추린 평가기관 4곳 가운데 신 회장이 한 곳을 정하도록 규정했다. 즉 1차 선정 단계부터 어피너티 측이 자사에게 유리한 가격을 제시하는 4곳을 선별했기 때문에 신 회장 입장에서는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주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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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 신 회장 버티기...FI 중재안 제시 가능성


업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간에 분쟁이 장기화될 수록 결국 불리한 쪽은 어피너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신 회장이 애초에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은 것도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보다는 시간을 끄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평가기관도 선정하지 않고 신 회장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어피너티 측이 신 회장 측에 먼저 중재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2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주당 25만원대에 매입한 만큼 적어도 30만원 선에서 감정가를 제시하며 교보생명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측의 갈등을 중재할 ICC 중재법원의 청문회 일정이 확실치 않다는 점도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ICC는 올해 3월 신 회장과 FI 간에 대면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제시한 주당 40만원의 가격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평가기간을 선정하지 않고 ICC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이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시간을 끌 경우 어피너티는 초기 투자자로부터 투자금 회수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 끝내 가격을 낮추면서 재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피너티 측은 "현재 검찰에 제출된 증거자료는 투자자 측이 ICC에 증거로 제출한 것들로, ICC에서는 전혀 모르는 새로운 증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3월로 예정된 심리기일에 기존에 제출된 양측 주장과 증거에 입각해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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