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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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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진 '머니무브'..."증시 거품 꺼질라" 경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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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투자’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코스피가 장중 3200선을 돌파한 배경에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원동력으로 작용한 만큼 증시의 상승세가 꺾일 경우 빚을 내서 투자했던 이들은 더욱 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22.73포인트(0.72%) 하락한 3125.93에 마감했다. 전일 코스피는 장중 3230.72를 터치하기도 했다. 그간 코스피는 새해 첫 거래일 2944.45로 마감한 이후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새해 첫주에만 278.71포인트 뛰어 역대 최대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다.

코스피가 급등한 배경에는 단연 개인투자자의 힘이 컸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약 4조원 이상을 사들였다. 전일 코스피가 3200선을 찍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사이에도 개인투자자들은 4조4000억원을 사들이면서 역대급 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7258억원)과 기관(3조7432억원)이 내던지는 물량을 모두 받아낸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에도 2조 3000억원 넘게 물량을 사들이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유동자금은 아직도 충분히 남아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지난 7일 기준)은 69조27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보였다.

이같은 유동성은 은행 정기예금과 신용대출, 증권사 신용융자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은행 정기예금 규모는 708조7000억원으로 올 들어 8조원 감소했다. 특히 장기저축성 예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장기저축성 예금은 319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조6000억원 급감했다. 반면 단기저축성 예금은 1044조5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05조7000억원 불어났다.

지난해 연말 중단됐던 은행 신용대출도 풀리자마자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7일 기준)은 134조1015억원으로 올해 들어 4534억원 폭증했다.

마이너스 통장도 올해 들어 7500개가 신규 개설됐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빼낸 건수도 하루 평균 2000건으로 지난해말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금액인 신용거래 융자도 무섭게 늘어났다. 현재까지 집계된 신용융자 잔고(지난 8일 기준)는 20조3221억원으로, 사상 처음 20조원(7일)을 넘어선 지 하루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해 말(19조2221억)과 비교해서도 1조원 이상 급증했다. 즉,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가 ‘증시’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금융당국도 나서서 증시 과열이 위험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한다.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만약 주가 거품이 꺼지면 이는 자연스럽게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22.17% 상승한 35.65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18일 37.30을 기록한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다. 주로 코스피가 급락할 때 급등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 공포를 반영하는 지수로 사용된다.

VKOSPI는 통상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오르는데 이번에는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22선에서 머물다가 새해 첫 거래일에 12% 넘게 뛰었고, 전날까지 6거래일간 61%가 급등했다. 주가 상승이 가파른 상황에서 변동성도 함께 확대됐는데도, 투자자들이 흥분한 상태로 투자에 나서면서 VKOSP를 끌어올린 셈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의 불균형이 심화하는 현재 같은 상황은 상당히 위험하다"라며 "개인들이 예금, 적금이 아닌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자산으로 몰리면서 국내 증시는 이제 위태로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차입을 통한 주식매수는 반대매매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고 단기 주가 급등 이후 반전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라며 "현재는 옵션 시장 투자자들이 증시 과열로 진단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심화되는 추세로 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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