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추락하는 국제유가, 문제는 美금리인상이 아니다..."결국 원유수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6.22 07:35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간 이어지던 역사적인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양적완화(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투입하는 일)를 통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섰던 미국은 본격적인 ‘돈줄 죄기’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결정회의인 FOMC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마감한 이틀간의 정례회의에서 현재 0.75∼1.00%인 기준금리를 1.00∼1.25%로 올렸다. 이번 금리 인상은 지난 3월 0.25% 포인트 인상 이래 3개월 만이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올해 들어 2번째다. 또 연준은 올해 모두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낳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이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원유시장의 운명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 3년간 유가 추이. (사진=마이크로트렌드)



가뜩이나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9개월과 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린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유가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는 달러로 표시된다. 때문에 달러 강세는 일반적으로 원자재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들어 수요를 위축시키고 가격 하락세를 이끈다.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에너지 섹터에 좋을 리 없다. 

그러나 금리인상과 상관없이 원유시장은 균형을 찾을 것이라며 금리는 하나의 부분이지 유가를 좌지우지하는 핵심요소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 연준 금리인상을 둘러싼 시장의 반응은 ‘과하게 비이성적’  

▲지난 3년간 미국 기준금리 추이. (표=마이크로트렌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분야의 저명인사인 켄트 무어스 전문가는 "0.25% 포인트 금리가 올랐다는 사실이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인이 되지 않는다"며 "채권시장에 이미 금리인상 요인이 선반영된 상황에서 원유시장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금리인상은 원유가격에 즉각적인 하방 압력을 가한다. 금리인상은 달러로 표시되는 채권의 투자를 유인하면서 달러 강세를 촉발한다. 전세계 원유 거래의 대부분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같은 양의 원유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올라간다. 달러를 사서 구매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을 비싸게 만드는 셈이다. 

금리가 원유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크고 직접적인 부분이다. 이 점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이 원유 수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 "문제는 수요야" 장기 유가 결정요인은 금리 아닌 '원유수요의 회복'

그러나 무어스 전문가는 원유 수요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달러 가치나 유가가 아니라 거시적인 경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에너지 수요는 궁극적으로 실질적 수요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고 단순히 시장에서의 절대가격이 싸다고 해서 수요가 촉발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모든 종류의 에너지에 대한 시장 수요는 저가 매수에서 촉발된 기술적 요인이 아니라 실질 수요가 궁극적으로 결정한다는 게 무디스 전문가의 입장이다.

물론 거의 예외적인 경우 없이 가격 하락은 에너지 수요의 증가를 낳고, 최종 소비자 역시 휘발유 등의 소비를 늘린다. 그러나 가격 하락은 보다 근본적으로 금속, 가공 제품, 천연가스, 전력까지 산업계, 글로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전에는 유가의 하락이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였지만, 현시점에는 낮은 유가가 반드시 수요 증가를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저유가 국면은 중국의 공급과잉에 대한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수요부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경제 부문 전문가는 "저유가 타격은 산유국만 입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철강기계 건설업 등 직간접적 피해를 입힌다. 몇몇 산업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다른 산업의 부진을 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가하락이 내 일자리를 위협하고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상태에서 유가가 하락한다면 소비를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 당장 시장을 좌우하는 더 큰 요소는 원유의 실제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는 투기세력이다. 현재 원유시장은 공매도 세력과 막대한 양의 파생상품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투기세력들은 없는 현물을 팔아 이득을 취한다. 

무디스 전문가는 "당분간 시장에서 거품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겠지만, 결국 거품을 형성한 투기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당신들 업보"라고 비꼬았다. 


◇ 금리 오르든 내리든…원유 시장, 균형 찾는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부분은 미국 연준의 행보와 상관없이 원유시장은 균형점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준 행보의 중요성을 뛰어넘는 에너지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제로금리 시대의 종언 이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나, 그와 무관하게 글로벌 원유 수요 예상치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 경제가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면서 글로벌 원유의 일일 수요가 올해 13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 증가와 여행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IEA는 분석했다. 

석유 카르텔 OPEC이 2018년 3월까지 감산 합의를 연장했다는 점도 유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무어스 에너지 전문가는 "연준이 돈줄을 풀든 조이든,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원유시장의 공급 요인을 좌우하는 것은 펀더멘털적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원유의 장기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금융 부문이 아니라 결국 원유 수요라는 분석이다. 

무어스는 "세계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 에너지 섹터는 번성할 수밖에 없다. 금융 요인이나 단기적 변동성과 별개로 투자자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펀더멘털 요인이 궁극적으로 원유시장을 움직이겠지만, 단기적으로 기술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늘어나므로 금리인상과 유가를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상품 수요는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금융 비용의 상승은 단기적으로 매도 수요를 촉발한다. 비용이 올라가면 포지션을 일부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