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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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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3- 청도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14 08:15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지방의 재구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의 조건이다.에너지경제신문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시리즈를 통해,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붕괴, 돌봄 공백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전환을 모색하는 전국 기초지자체의 실험을 조명해 본다.그 첫 번째 순서는 경북 청도군. 행정과 농업, 의료, 지역 공동체를 '머무는 삶의 기반'으로 바꾸기 위해 작은 군이 내딛은 발걸음에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1-1.청도군, '머무는 농촌'을 위한 실험


1-2.“머무는 청도 만들기"… 정착·농업·의료, 3년 변화 눈에 띄네


1-3.“머무는 여행, 살아 있는 지역경제"… 청도가 선택한 체류형 농촌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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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와인터널 내부 전경 모습 제공=청도군

◇스쳐 지나던 청도, 머물 공간이 없었다




청도=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북 청도는 오랫동안 '스쳐 가는 농촌'으로 불렸다.


반시축제, 와인터널, 레일바이크 등 이름난 관광 자원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반나절도 채 머물지 않았다.


지역 내에서 숙박하고 식사하고 쇼핑하며 여유를 누릴 공간은 부족했고, 소비는 외지에서 끝났다.


관광객 수는 일정했지만 지역경제에 돌아오는 실질적 이익은 제한적이었다. 청도는 말하자면 '오긴 오지만, 남지 않는' 곳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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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레일바이코를 타고 있는 관광객 모습 제공=청도군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에 주목한 군정 전환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청도군이 꺼내든 해법은 '체류형 관광'이다. 민선 8기 이후 김하수 군수는 관광정책의 핵심을 '많이 오는 것'이 아닌 '오래 머무는 것'에 두고 정책 방향을 재편했다.


관광을 지역 경제와 일상, 마을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김 군수는 “관광은 외부에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지역민의 삶과 풍경을 공유하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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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테마파크 제공=청도군

◇수치로 드러난 변화의 흐름


그 변화는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1년 126만 명이던 연간 관광객은 2024년 204만 명을 넘겼고, 관광소득의 지역 환류율은 8.1%에서 11.4%로 상승했다.


소비가 지역 안에 머물기 시작한 것이다.


청도역에서 내린 관광객이 철도공원, 군립미술관, 전통시장, 반시체험장을 거치는 '도보형 관광 루트'는 도시재생과 관광을 연결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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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수군수가 명절을 앞두고 청도5일장에서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제공=청도군

◇전통시장에 숨결을 불어넣다


​청도 전통시장은 '청도 느린시장'이라는 이름 아래 주말마다 플리마켓과 공연이 열리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청년 창업 셀러와 수제공방이 입점해 관광객과 지역 주민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엇갈린다. 시장은 단지 장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는 여행의 일부가 됐다.


귀촌 청년 17명이 시장 안에서 창업에 성공하며, 관광이 곧 정착의 기반이 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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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신화랑풍류마을에서 캠핑을 즐길수 있는 화랑촌 제공=청도군

◇체류가 정착으로, 관광이 농촌으로 스며들다


체류형 관광은 농촌 일자리와 귀촌 정착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험마을 운영, 로컬푸드 판매, 농가 민박 등 관광을 매개로 한 경제활동이 실제 정착 동기로 이어진다.


2022년 이후 청도에 유입된 1,630여 가구의 귀농귀촌 인구 중 일부는 관광 체험을 계기로 청도와 연결됐고, 이후 군의 청년농 창업자금, 주택 수리비 지원 등 정책을 활용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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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산품인 '청도감말랭이'가 산림청 지리적표시 제62호로 등록됐다 제공=청도군

◇농업과 관광의 맞손… 융복합 구조로 진화


청도군은 반시, 미나리 같은 대표 작물을 단지 생산 품목으로 보지 않는다.


이제는 농산물 가공, 수확 체험, 마을 축제 등과 연결되는 융복합 산업의 중심축으로 재정비 중이다.


관광 수입은 지역 농업 기반 확장으로 이어지고, 농업은 관광객이 머무를 이유가 된다.


이 순환 구조는 청도의 체류형 전략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구조 전환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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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하수 청도군수

◇“관광은 개발이 아니라 회복의 도구"


김하수 군수는 “청도는 이제 단순히 많이 오는 관광지보다, 의미 있게 오래 머무는 지역으로 가야 한다"며 “작은 군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이 개발의 수단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회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머무는 여행'은 곧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시작점이다. 청도의 실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방향은 전국 농촌 지자체에 조용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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