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지분형 모기지' 제도가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온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금융당국이 정부와 차주가 주택의 소유권을 나누는 '지분형 모기지'의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은행권의 각종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은행권은 당국 정책에 따라야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위험부담이 늘어나는 구조가 되는 것엔 우려를 표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지분형 모기지' 제도가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가 시범사업에 약 4000억원을 투입해 1000가구 내외를 대상으로 운영에 들어가며, 시범지역과 시범물량은 점진 확대할 방침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주택을 매입할 때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일정 지분을 투자해 초기 자금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부동산 매수자는 주택 가격의 10~20% 가량의 초기 투자금이 필요하며 나머지는 공공기관과 은행이 채워주게 된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주금공이 최대 40~50%의 지분을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LTV(담보인정비율) 70%를 적용받아 자기자본 1.5~1.8억원만으로도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엄밀히는 매수자와 주금공, 은행이 집의 지분을 나눠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기에 집값이 상승하면 차익은 지분 비율대로 나누고, 하락 시 손실은 주금공이 우선 부담하게 된다.
당국은 급격하게 치솟는 부동산 가격 관리와 가계대출 쏠림 현상 해소를 위해 지분형 모기지 제도를 고안해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취임 직후부터 우리나라 금융 구조를 부채에서 자본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언해 온 바 있다.
시장은 당국의 도입 취지와 제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지분형 모기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적지 않게 따라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오히려 자극하게 되거나, 반대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시 '눈먼 돈'인 세금의 누수가 예상된다는 시각에서다.

▲은행권은 기존에 운영하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줄고 리스크는 커질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규제나 상품 변화가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기존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로 이뤄졌지만 지분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 새롭게 도입되기 때문이다. 지분형 모기지의 경우 매수자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만 담보로 잡아 대출을 내주는 방식이 예상된다.
은행권은 기존에 운영하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줄고 리스크는 커질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 규제 변화 속 혼선이나 대출금 회수의 어려움도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제까지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내주는 게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담보가치 평가부터 대출 회수 방식에 대한 리스크들이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분 담보의 경우 경매 시 낮은 낙찰률 등 회수 위험이나 실무적인 난감함이 지적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탄탄한 구조로 운영하겠지만 은행의 대출은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담대는 안전하게 팔아왔는데 이전보다 전체적으로 위험부담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우선 내달 당국이 내놓을 구체화 된 정책을 기다리고 있다. 담보 설정 범위나 대출 한도, 회수 구조 등 구체적 방안이 명확히 나와야 대비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나온 내용들만 봐서는 따로 대응책을 꾸리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현재 디딤돌과 같은 정책대출의 수요가 지분형 모기지 관련 대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공공에서 진행하는 대출 규모 등 수요층과 공공기관 측 가이드가 제시되면 그에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