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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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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자본성증권 발행 57% 늘어 ‘역대 최대’…K-ICS 맞추려 보험사 ‘울며 겨자먹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10 15:00

금융회사 자본성증권 발행액 2024년 21.7조
보험·증권 등 비은행권이 주도
자본성증권 의존도 커지며 ‘자본의 질적 저하’ 우려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가 21.7조원으로 재작년(13.8조원)에 견줘 크게 늘었다. 금융사의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본의 질적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 자본성증권 발행 추이

▲금융회사 자본성증권 발행 추이./출처: 한국기업평가

8일 증권정보포털과 한국기업평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사는 자본성증권을 21조7000억원 발행했다. 전년 대비 57%나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1분기에만 8조70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 자본성증권 발행은 증권·보험 등 비은행권이 주도했다. 비은행 금융회사 발행금액(13.5조원)이 은행 발행금액(8.3조원)을 앞질렀다. 비은행 금융사 중에서도 특히 보험권 발행액이 크게 늘었다.


보험사가 당국에서 정한 재무건전성 지표를 충족하기 위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자본성증권을 대거 발행하기 때문이다. 자본성증권으로 자금 조달과 동시에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한 점도 발행 유인 중 하나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이 속한 자본성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자본성증권은 상환 우선순위가 낮아 일반 선순위채에 견줘 낮은 신용등급이 매겨진다. 다른 회사채에 견줘 조달 금리가 높다.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일반 공모 회사채에 견줘 1~2%포인트 더 높은 편이다.




보험사가 높은 이자를 주면서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정한 자기자본 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금융회사들이 후순위나 신종자본증권 같은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규제 자본 비율을 맞추는 형식으로 자본 적정성 지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 리스크에 대비해 금융회사가 최저 자기자본 규모를 충족할 것을 요구한다. 대표적으로 2023년 도입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킥스) 비율이 있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견줘 현재 보험사가 어느 정도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통해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킥스 비율은 150%다. 권고치이지만 후순위채 중도상환 허용 기준, 보험업 허가, 자본감소나 자회사 소유 허가 등 각종 인허가 감독 기준이 된다.


보험사가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린 시점도 킥스가 도입된 2023년 부터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보험사는 자본성증권의 발행 규모를 크게 늘렸다. 보험사는 지난해 8조7000억원을 발행해, 2023년 3조2000억에 견줘 272% 늘었다.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올해 1분기 기준, 4조7250억원이다.


킥스 규제는 금리나 시장의 변동성 같은 위험을 더 엄격하게 반영해서 보험사가 갚아야 할 부채가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만든다. 그러면서 보험사가 충족해야 하는 자본 비율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김 전문위원은 “작년부터 보험사 킥스 비율이 급격히 내려갔다"며 “이에 자본성증권을 발행해서 자본 비율을 맞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 연초부터 대규모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한화손해보험은 1월 5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2월 메리츠화재는 3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3월 KB손해보험은 6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자본성증권 발행 전성시대' 리포트에서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금융회사들은 차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 발행하지만 관례적으로 5년 콜로 중도 상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문위원은 “금융사의 건전성 측면에서 자본성 증권 발행보다 보통주 자본, 그러니까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자본 위주로 자본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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