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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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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너지포럼] “정치권은 에너지정책에서 손 떼라”…효율향상·소비절감 최우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02 06:45

본지·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자원경제학회 주최

“정치가 경제 휘두르면 효율성 상실하고 장기적으로 탄력 잃어”

유럽 에너지전환 실패로 GDP 하락…우파 득세, 기후변화 후퇴

독립 에너지위원회 필요…시장 개방하면 공기업 부채문제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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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로 지난 4월 30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서울에너지포럼 2025'에서 주요 참석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정치권의 과도한 에너지 정책 및 산업에 대한 개입을 비판했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개입으로 에너지 요금이 의도적으로 낮아지면 단기적으로는 표를 살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백년대계인 에너지 시스템이 붕괴돼 결국 미래 세대가 그 피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에서는 에너지정책의 독립을 보장하는 위원회 설립과 과감한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탄소감축을 위한 에너지 소비 절감과 효율 향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월 30일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제8회 서울에너지포럼2025'에서 에너지의 탈정치화 주제발표를 통해 “정치권은 에너지정책에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박 교수는 “경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에, 정치는 권력 획득과 행사에 초점을 둔다. 에너지처럼 정치와 경제가 충돌하는 분야에서는 원칙과 현실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면 경제는 효율성을 상실하고 장기적으로 탄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2022~2023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을 때 정부는 국내 에너지 요금을 최소한으로만 인상했다. 2022년 3월 20대 대선을 전후로 정치권에서 정부에 물가안정을 이유로 최소한의 요금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천문학적 적자을 보게 돼 총 300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산업 독점 공기업들의 열악한 재무상태로 설비 유지 및 미래 산업 투자가 타격을 받게 됐다. 한전이 제때 송전망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동해 석탄발전소 가동이 멈췄고, 남쪽의 재생에너지 전력은 계통접속 차단이 일상화가 됐다. 수소유통 전담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가스공사도 수소관망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수소경제가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내세웠고, 다음 정권인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백지화'를 내세우면서 담당 정부부처조차 갈팡질팡을 반복했고, 기업들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책에 투자를 중단한 채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에너지산업이 시장경제와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고, 표심을 의식하는 정치권에 의해 작동되면서 심각한 산업 붕괴가 오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유럽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은 에너지 전환 실패로 에너지 가격이 미국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하고, 기업 이탈과 글로벌 GDP 비중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럽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에너지 전환 정책 재검토, 기업 지속 가능 보고서 면제 등의 옴니버스 패키지를 추진하며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선거 결과 우파 정당 약진, 기후변화 정책 후퇴와 원전 재가동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도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에너지 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독립 규제기관인 에너지위원회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전기·가스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은 약 1000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없이 시장을 규제하며 에너지 시장 발전과 에너지전환을 이끌고 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정부는 독립된 전문가 그룹으로 에너지위원회를 만들고,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 등을 위원회 내부 심의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 “에너지 공기업의 칸막이 규제를 없애 발전사업자는 가스산업에 진출하고, 가스사업자는 발전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특히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송배전 및 판매사업에도 다른 사업자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학계 원로이자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지낸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시장구조개편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이 20년째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력 소매경쟁을 도입하면 소매사업자가 첨두부하를 줄이므로 전력 공급 비용이 줄어들고 따라서 소매요금이 낮아진다. 소매경쟁 도입으로 발전자회사의 민영화가 실현되면 한국전력의 빚 200조원을 돈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관 에너지미래포럼 대표(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는 “전기요금이 정치적 이유로 적정 수준 이하로 지속되면 전체 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결국 지속 불가능하게 된다"며 “차기 정부에선 에너지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함으로써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 요금은 가스·재생에너지는 물론 모든 에너지와 관련돼 있고, 에너지 효율 및 선순환과도 직결돼 있다"“며 효율 향상과 소비절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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