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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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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李 대통령은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7 10:56
이원희 기후에너지부 기자.

▲이원희 기후에너지부 기자.

2030년에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계획인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 가능하느냐는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에너지 업계는 물론, 대다수 전문가들도 달성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말만 못할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2035 NDC 수립 상황을 점검하며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가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현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았을지 모르겠다. 아무리 강구하라 해도 불가능한 일을 이룰 수는 없다.


2030 NDC가 실패하면 2035 NDC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35 NDC는 국제기준을 참고할 때 2018년 대비 2035년에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안팎으로 줄이는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2030 NDC보다 약 20%포인트(p) 높은 수치다.


그러나 2030 NDC 미달성 시나리오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2035 NDC를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2030년에 못 줄인 배출량을 반영해서, 2035년까지 급격하게 줄여야 하는데 국가 경제에 부담을 너무 준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 차라리 지금부터 2030 NDC 미달성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게 2050년 탄소배출량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더 나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업계와 전문가들이 2030 NDC 달성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풍력발전 보급 목표 미달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이 총 14.3기가와트(GW)를 설치한다고 했는데, 현재 착공 중인 해상풍력 사업의 규모는 총 0.3GW 수준에 그친다. 발전(전환)부문에서만 2030년까지 총 1억237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는 전체 목표 감축량의 42.5%를 차지한다. 설비용량으로만 원전 14기 규모의 해상풍력 없이는 발전부문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




지금 진행 중인 사업들이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모자를 판에 사업의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하려면 빨라도 2033년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빨리 지으라고 재촉해도 바다에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짓는 공사기간을 줄이는 건 어렵다.


수송부문은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420만대 보급, 전기차 충전기 123만기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차는 누적 100만대, 충전기는 30만기도 못채운 상황이다.


내년부터 4차 탄소배출권 기본계획이 시행되더라도 배출권 가격이 제역할을 할 만큼 오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배출권 가격이 실제 기업들의 탄소감축 설비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는 언제 마련될지 모른다.


열심히 해도 2030 NDC 달성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여기저기서 따지는 건 또 많다.


일부 환경단체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민간 대신 공공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북유럽 국가들이 탄소중립 발전원으로 잘만 쓰고 있는 산림바이오에너지에 대해선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용해선 안된다고 한다.


일부 업계나 정치권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외국 자본 유입 및 외국산 부품 사용도 문제 삼는다. 조단위 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국내 자본과 국내산 부품만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외국 자본과 외국산 부품 사용이 허용 가능한 기준점을 잡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전담 부처 후보인 기후에너지부 혹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언제 활약할지 모른다. 게다가 기후전담 부처를 만들어 전남 나주로 보낸다고 하니 시간을 더 잡아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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