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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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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호제강, 또 의견거절…경영권 분쟁 힘 잃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15 15:37

회계법인 “제반자료 주지 않아 검토 못해”

고의 상폐 의혹 나와…회사 측 잃을 게 없어

증권가 “엠케이에셋 시간 흐를수록 불리”

만호제강 CI

▲만호제강 CI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거래 정지 중인 만호제강이 반기검토보고서도 의견거절을 받았다. 현 경영진은 회사에 장기투자를 이어왔던 엠케이에셋 측에 이미 최대주주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고의로 의견 거절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엠케이에셋 입장에서도 분쟁을 이어갈 동력에 한계를 보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보고서에 이어 반기검토보고서도 '의견거절'


15일 만호제강에 따르면 회사는 6월 결산법인으로 지난 반기(2023년 7월~2023년 12월)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14일 공시했다.


검토를 진행한 인덕회계법인은 회사가 보고기간에 대한 반기포괄손익계산서, 반기자본변동표, 반기현금흐름표, 재무제표의 주석 등의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제반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의견을 거절했다.




인덕회계법인은 또 “대체적인 방법에 의하여도 기초재무제표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미 만호제강은 지난 감사보고서(2022년 7월~2023년 6월)도 의견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 중인 곳이다.


당시 인덕회계법인은 만호제강이 이미 폐업한 거래처를 대상으로 매출을 인식하거나 거래처에 출고되지 않고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재고자산 등이 있었다며 회계부정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에 대한 진술서도 제출하지 않고 그대로 의견거절을 받아들였다.


◇재무위기 없던 회사가 갑자기 상폐위기


이번 외부감사 이슈가 불거지기 전만 해도 만호제강은 현금과 부동산, 공장 등 수천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회사로 호평을 받던 종목이다. 여기에 무차입 경영까지 이어지면서 장기투자를 이어가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엠케이에셋도 만호제강의 장기투자자다. 엠케이에셋은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을 만호제강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회사가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에 무신경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지분보유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바꾸고 공격적인 지분매입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초 11%대였던 엠케이에셋의 만호제강 지분율은 현재 21.60%까지 늘었다.


이는 창업주 3세인 김상환 만호제강 대표와 그 특수관계인 지분보다 높은 수치다. 사실상 최대주주가 바뀐 것이다.


◇시간 흐를수록 경영권 분쟁 '흐지부지' 가능성 ↑


공격적인 지분확보로 경영권 분쟁 승기를 잡았던 엠케이에셋이 일격을 맞은 계기가 바로 지난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만호제강이 고의로 의결거절을 유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호제강 측은 그동안 엠케이에셋의 공세에 꼼수를 활용한 방어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해 8월에는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려 한 일도 있었다.


이 전략이 막힌 뒤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 나온 과정도 석연찮다. 회계 부정과 관련한 내부감시기구 감사 결과를 회계법인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편 이처럼 만호제강이 시간을 끌수록 엠케이에셋의 분쟁 동력이 크게 약해지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엠케이에셋 측은 만호제강 지분을 14명의 특별관계인과 공동보유하는 방식으로 들고 있다. 엠케이에셋의 특별관계인 중 8명(지분율 5.93%)은 오는 12월 31일로 공동보유약정이 끝난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김 대표 측은 활발하게 지분 매입을 하고 있지만 엠케이에셋은 주춤한 상황"이라며 “거래정지가 길어질수록 경영권 분쟁은 현 경영진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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