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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분위기 바꾼다" 연말 맞아 조직개편 ‘박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9 15:17

SK그룹 조직슬림화 움직임

CJ 지주사 재무부문 통폐합



삼성·현대차·LG ‘선택과 집중’

한진·하림그룹 행보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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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삼성전자 DS부문 V1라인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경영 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필요한 부서 규모를 줄이는 곳이 상당수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에서는 과감하게 조직을 신설하거나 규모를 키우며 승부수를 띄우는 경우도 눈에 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연말인사를 통해 SK그룹 ‘2인자’ 자리에 오른 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주사를 비롯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에서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해진다. 업황이 부진한 SK하이닉스와 SK온 등에서도 대규모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CJ그룹은 최근 지주사인 CJ의 전략기획과 사업관리 조직을 통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묶어서 관리하도록 개편했다. 기존 나눠 운영하던 재무운영실과 재무전략실도 재무실로 합쳤다. 이에 따라 강호성 CJ 경영지원 대표는 전날 사임했다.

재계에서는 CJ그룹이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추가적인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 CJ는 주력사 업황이 롤러코스터를 타며 그간 꾸준히 부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올해 초 CJ ENM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사업본부를 9개에서 5개로 통합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말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첫 임원인사를 단행한 KT는 ‘선택과 집중’을 키워드로 조직을 개편했다. 역할이 중복되는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해체하고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상무 이상 임원은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는 312명에서 264명으로 20% 줄였다. 쓸데없는 군살을 빼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신 필요한 부문에는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법무, 윤리(감사), 경영지원 부서장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서도 업게 최고 수준 전문가를 계속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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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LG 등은 조직개편을 통해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표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신설했다.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다. 백종수 부사장이 비즈니스 개발 그룹장을 맡아 신사업태스크포스(TF)장과 겸임한다. DX 부문 산하 모바일경험(MX)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DA)사업부 등도 각각 같은 명칭의 사업 개발 조직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진행된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직속 ‘미래사업기획단’을 만들기도 했다. 이 곳은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내는 차원에서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브랜드별로 분리돼 있던 디자인센터를 하나로 모아 ‘글로벌디자인본부’로 승격시켰다. 또 이 본부 아래에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과 ‘기아 글로벌디자인담당’ 등 2개 조직을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에도 전동화 체제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가속 등을 위해 연구개발본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각 부문을 세분화하고 독자적 개발 체계를 갖춘 본부급 조직으로 만든 게 핵심이다.

LG전자는 CEO 직속 해외영업본부를 신설하고 기업간거래(B2B) 사업 강화 등 미래 변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회장 연임여부에 따라 조직 모양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 HD현대, GS, LS, 코오롱 등은 총수 일가에 힘을 실어주며 ‘책임경영’ 의지를 다졌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조직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도 있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재계 10위권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팬오션과 HMM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할 경우 경영 전략을 크게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 화물부문을 매각 등 당초 예상과 다른 변수가 생긴 만큼 다양한 조직개편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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