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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반기' 보낸 우리금융지주...'기업금융' 전략 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4 16:31

대손비용 증가 변수, 올해 순이익 2조원대 그칠 듯



당국 '가계대출' 옥죄기...은행권 기업대출 경쟁 심화



우리은행 기업금융 전략, 타사와 차별성 의문부호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상반기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저조한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기업금융을 무기로 실적 반전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지주사를 향해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가계대출 옥죄기로 은행권 간에 기업금융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도 변수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연간 지배주주순이익 2조9488억원으로 전년(3조1417억원) 대비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상반기 순이익이 1조5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7% 감소했다. KB금융(2조9967억원), 신한금융(2조6262억원), 하나금융(2조209억원), NH농협금융(1조7058억원) 등 타사 순이익과 비교해도 우리금융이 가장 낮다. 당국이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우리금융은 충당금 적립 부담을 상쇄할 보험, 증권사가 없어 대손비용 증가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꺼냈지만, 이것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양적, 질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기업금융을 놓고 은행권 간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여기에 다른 시중은행들은 2020년 이후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린 반면 우리은행은 한정된 자본 아래 효율적인 자산 성장 전략을 유지하면서 영업력을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을 보면 KB국민은행이 167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161조원, 하나은행 155조5690억원, 신한은행 155조168억원 순이었다. KB국민은행(164조원)에 이어 2위다. 이 중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잔액이 작년 말(158조원) 대비 1.9% 성장하는데 그친 반면 하나은행은 144조8280억원에서 155조5690억원으로 7% 넘게 성장했다.

우리은행

▲우리은행 기업지원 시스템 요약.(자료=우리은행)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해 앞세운 주요 전략들 역시 타 은행과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11개 대기업그룹의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2027년까지 대기업 여신을 약 15조원 늘리고, 2028년까지 300개 중견기업에 총 4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나아가 방산, 이차전지,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는 매년 4조원씩 금융지원을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산업통상자원부, 전문기관 추천으로 선정된 ‘라이징 리더스 300’ 중견기업들에 향후 5년간 총 4조원 규모의 여신을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회사채 금리 방향성에 따라 기업들의 선호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은행의 영업 역량을 가동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회사채 금리가 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을 경우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대외적인 신인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은행이 기댈 수 있는 분야는 중견기업,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경우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우리은행만의 특색 있는 전략을 가동하지 않는다면 기존 은행들의 경쟁 구도를 흔드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은 회사채, 은행 대출 가운데 금리가 낮은 쪽을 선택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대기업에서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결국 은행들이 특화된 전략을 가동할 수 있는 분야는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인데, 우리은행의 전략이 타사 대비 특색있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은행과 그룹사가 협력해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여신, 투자를 망라하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부분은 우리금융만의 차별점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25년 기업대출 점유율 2위, 2027년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한다면, 기업들도 당행의 철학을 신뢰하며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 중소, 중견, 대기업까지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안은 타사와 차별화된 우리은행만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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