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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손보는 개업 이후 적자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2020년 381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21년에도 65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고 지난해 손실 규모는 795억원에 달했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지난 2019년 업계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이후 연이은 적자로 자본 건전성 악화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선 최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에 영향은 물론이고 그룹 내 승계 구도 완성에 있어서도 캐롯손보의 빠른 흑자전환이 절실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 상반기 실적 ‘반짝’ 개선 성공…흑자전환 요원한 이유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올해 상반기 실적으로 1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여전히 100억대 적자를 보이고 있다. 캐롯손보는 개업 이후 적 자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2020년 381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21년에도 65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고 지난해 손실 규모는 795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량이 줄었지만 이는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전체 손보사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78%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캐롯손보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손해율은 지급한 손해액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낮을수록 보험사 수익성이 높아진다.
이에 상반기에 보인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캐롯손보는 퍼마일 단일 상품에 매출의 85% 의존도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하반기 태풍과 장마, 명절 연휴 교통량 증가, 겨울철 결빙과 폭설 등으로 손해율이 오를 수 있는 잠재적요인이 많다. 손해율이 높아진다면 캐롯손보의 수익성도 직격타를 입게된다는 의미다.
캐롯손보가 곧바로 적자 고리를 끊어내기 어려운 이유는 자동차상품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어서다.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데 성공한 퍼마일 상품은 상품 출시 2년이 지난 올해 2월 누적 가입건수가 138만 건을 넘기고 재가입률도 91.3%(8월 기준)에 달해 인지도 확장에 성공했지만 캐롯손보 자체 손해율이 무려 98%에 달하고 있다. 가입자수가 더 늘어 매출액이 증가하라도 손해율로 인해 대부분 빠져나가는 구조라는 의미다.
업계는 캐롯손보가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로 디지털손보사 특성상 애초부터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인 점을 꼽았다. 미니보험이 주 수익원인 디지털손보사가 그나마 경쟁력 있게 판매가 가능한 상품이 자동차보험인데, 이는 사실상 크게 마진이 남지 않는 상품인데다 캐롯손보 주력 상품인 플러그 사용 상품은 이미 대형사가 시도했다가 수익성 문제로 철수한 영역이다. 이 밖에 일반 보험이나 장기보험을 내세워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야 하지만 기존 대형 손보사가 이미 장악하고 있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단계부터 가로막히기 쉽다고 보고 있다.
결국 캐롯 출범 당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시장 예측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김 사장이 디지털 전문가로 여겨지고 있는데다, 타사 대비 앞서간 자본력과 인지도에 힘입어 획기적인 상품과 마케팅으로 시장 정착이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었지만 이 같은 예견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맡고 있던 김 사장은 소액·단기 보험 전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캐롯손보 출범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원래 수익을 크게 내는 상품이 아니다. 플러그형 상품도 이미 대형사에서 과거 비슷한 상품을 낸 적이 있었으나 수익률 문제로 당국 제재를 받았었다. 캐롯도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대형사가 자동차보험을 압도적으로 점유 중인데다, 수익이 나기 어려운 해당 상품 특성상 인지도 확대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수익성을 위해선 캐롯이 장기나 일반보험으로 상품군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며 "적자가 지속될 것이 예상됨에도 철수하지 않고 자본을 투입해 살려내려 하는 것은 결국 김 사장이 호기롭게 시작한 캐롯을 실패작으로 남길 수 없기 때문인듯하다"고 말했다.
◇ 한화손보에 재무적 영향 우려…김동원 사장, 경영능력 입증 과제
캐롯손보의 수백억대 적자는 최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 장부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재무상 타격을 입히고 있다. 한화손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캐롯손보에 대한 지분율은 50.58%다. 한화손보는 한화생명이 또 다시 지분율 51.36%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구조로, 캐롯손보의 실적이 그룹사에 연쇄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롯손보가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선다면 한화손보는 최대주주로서 출자에 나서야 하는 부담감도 따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회사 등에 재무적 영향을 꾸준히 끼치게 되는 셈이다.
경영측면에선 김 사장이 강조해 온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의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김 사장은 한화생명 부사장 겸 CDO로 재직할 당시 디지털 전문가로 여겨졌다. 김 사장은 지난 2020년 보험금 인공지능 자동심사 시스템 도입을 비롯해 지난해 버추얼 재무설계사 ‘한나’를 개발하는 등 한화생명에서 관련된 성과를 냈지만 캐롯손보에서는 아직까지 관련해 대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상 한화생명이 김 사장의 ‘오너 경영체제’를 대비하는 단계에 들어갔기에 캐롯손보의 흑자전환을 이뤄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 사장은 올해 초 8년여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캐롯손보의 재무적 영향 등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캐롯손보는 손자회사급으로, 아직은 작은 회사며 시작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