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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빼오기 논란’에 업계 떠들썩…무리한 GA 확대가 위험한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2 16:40

AIA프리미어파트너스, 한 달 만에 400명 이상 설계사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승환계약 유도나 불완전 판매, 보험사 양극화 등 각종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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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A생명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AIA프리미어파트너스’가 출범 후 높은 스카우트 수당을 내걸며 설계사를 끌어모으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최근 AIA생명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AIA프리미어파트너스’가 출범과 동시에 높은 스카우트 수당을 내걸며 설계사를 끌어 모으자 업계 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업권 질서 혼란과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A프리미어파트너스가 지난 한 달 동안 업계 전반으로부터 400명이 넘는 설계사를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AIA프리미어파트너스에 등록하는 설계사 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 GA설계사의 최소 인원 기준이 500명인 만큼 공격적인 리크루팅에 나설 것이란 예상에서다.

AIA프리미어파트너스는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GA 최종 승인을 받은 직후 높은 이직보너스 등을 내거는 등 공격적으로 소위 ‘알짜 FC’들을 자사로 끌어 모으고 있다. 정착지원금으로 직전 연봉의 최대 200%를 제시하는데, 이는 시장 관행(20~50%)보다 최대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실적 인센티브도 1년 가량 최대 200%를 추가지급하며 마일리지 보너스도 챙겨준다. 다만, 적용대상은 최근 6개월 200만~300만원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는 우수경력자다.

대체로 신규 GA의 출범 후 외형 확대는 자회사 설계사들이 이동하는 형태를 보여왔는데, 이번에는 대규모 스카우트를 통해 타 GA로부터 영입하고 있다는 점이 주된 논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업계는 AIA프리미어파트너스의 설계사 영입 과정에 법적인 위반 소지가 없었는지 검토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도 설계사의 대규모 이동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없는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AIA프리미어파트너스 뿐만이 아니라 최근 미래에셋·흥국생명도 GA를 신설하면서 규모 확대를 꾀하고 있다. GA는 설계사 수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시장이 커지면서 설계사를 대상으로 스카우트 경쟁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보험사들이 GA 확장에 힘쓰는 이유는 GA가 수익성 확대에 효과적이며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때 투자가치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로부터 1000억원 투자 유치를 받았다. 지난 2021년 출범 당시 총자본 6500억원이었던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지분가치는 투자유치 후 9000억원으로 뛰었다.

업계는 GA시장 확대와 경쟁적인 리크루팅이 펼쳐지는 것은 그렇다 쳐도, ‘부당 스카우트’가 이어질 경우 각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알짜 FC’ 이탈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대규모 고객 이동과 여기 따르는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다. 실제로 GA 의 경쟁적 확대는 승환계약 유도, 불완전 판매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스카우트 경쟁이 나타나면 보험사 양극화나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직이 잦은 소위 ‘철새FC’ 들은 본인이 계약한 고객들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이 이직한 곳이나 추천하는 상품에 따라 고객이 상품 갈아타기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승환계약 등에 따른 부담은 사실상 고스란히 고객이 신계약비 등 추가 발생에 따라 손해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철저하게 인센티브제로 운영되는 FC의 직무 특성상 이직을 막기 어려운 구조며 이에 따라오는 리스크도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영업직무 관계자는 "FC들은 철저하게 자본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타 회사에서 단 10만원이라도 더 지원해 주는 조건을 준다면 바로 옮길 수 있다. 실제로 내일 출근하기로 결정했던 직원이 옆 회사가 조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출근 당일에 이직을 결정해 통보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A로부터 이직지원금을 받아도 이직 이후 특성 수준의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다시 토해내지 않으려면 설계사가 이전 회사에서 계약을 맺은 고객에게 승환계약을 요구할 수 밖에 없고, 철새FC의 고객이라면 중도 해약이 늘어나는 등 보험사에도 피해가 가해지기에 이런 악순환 구조가 우려됨에 따라 이번 논란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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