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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나가는 KB금융...'고차방정식' 된 금융지주 비은행 셈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2 16:19

KB금융, 비금융사 인수로 '빅블러' 대비

신한금융, '신중론'



하나금융, 생보사 인수 추진

우리금융, 증권사 인수 사활



금산분리 규제 걸림돌

일각선 내부통제 정립 우선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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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된 양종희 부회장이 취임 후 인수합병(M&A) 전략에 대해 비은행보다는 비금융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4대 금융지주(우리·신한· KB·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강화 전략이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4대 금융지주 모두 그룹의 외형을 키우는데 집중했다면, 현재는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적정성과 자본효율성 등을 두루 고려한 후 최적의 매물을 적기에 인수하는데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해외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해 글로벌, 비금융을 모두 확장하는 전략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부회장은 전날 KB국민은행 본점 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임 후 M&A 대상으로 단순히 금융사뿐만 아니라 비금융사도 두루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KB금융이 증권, 카드, 보험을 아우르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춘 만큼 비은행보다는 비금융을 강화해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연초 신년사에서 "금융뿐만 아니라 비금융회사들과도 경쟁하는 빅블러 시대에 선의의 경쟁으로 상생, 발전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이와 달리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비은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며 비은행 M&A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상반기 하나은행을 리딩은행 반열에 올려두는데 성공했지만, 비은행 부문은 여전히 KB금융, 신한금융지주 대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검토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보험사가 아닌 증권사에 올인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매물로 나온 MG손해보험 등 보험사 인수전에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기업금융 영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증권사 알짜 매물이 나오기까지 사전에 해야 할 준비 작업들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과 달리 우리금융이 표면적으로는 M&A에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가장 좋은 시기에 최적의 매물이 나오기까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지주는 M&A의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나, 현재 나온 매물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KB금융에 비해 비은행 중 손보업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른 지주사에 비해 신한카드가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손보사 인수전 역시 급할 것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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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비은행 셈법.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비은행 M&A로 외형만 키워서는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들이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을 관망세로 지켜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보험사, 증권사들의 몸값이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아진 상황에서는 그룹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M&A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현재 은행법상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비금융사 출자 한도가 각각 5%, 15%로 제한돼 있어 금융사들이 비금융에서 활로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이자장사에 머물지 않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 유망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고, 해외 시장은 현지 규제 때문에 외연을 확장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에서 잊을 만 하면 내부통제 사고가 발생하는 현 시점에서 금산분리와 같은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초 대비 금융권 규제완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내부통제 사고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며 "금융의 기본 원칙인 내부통제에 대한 틀을 확실하게 다진 후 규제완화가 논의되지 않겠나"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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