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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이어진 금융지주 CEO 인선…빛 발한 '내부 후보자 육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1 15:48

작년부터 4개 금융지주 CEO 모두 교체

KB금융 내부 육성 프로그램으로 후보자 관리



비은행장 출신 인물 양종희 차기 회장 발탁

우리·농협금융, 외부 출신 CEO 선임…외풍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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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KB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선정까지 마무리되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지주 CEO 인사가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융지주 CEO 인사 키워드는 ‘변화’로 압축된다.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기존 관행과 다른 혁신의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외풍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기에 금융지주사들은 체계적인 내부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비은행장 출신인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발탁했다. 그동안 그룹 내 계열사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행장이 금융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던 관례가 있었지만, 회추위는 이를 깨고 양 부회장에 표를 던져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양 후보자는 은행에서 20여년을 근무한 뒤 2008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로 5년간 재임했고 KB금융이 부회장직을 만든 첫 해인 2021년 부회장으로 선임돼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고객, 자산관리, 중소상공인(SME) 등의 부문장을 역임했다.

양 후보자는 11일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은행 경험이 없다는 질문에 "은행장 출신 한 사람이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그룹 지배구조 시스템에 각 사업부문장, 부회장직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비은행장 출신이더라도 경영승계 후계자로 꼽힐 경우 부회장직을 통해 그룹 전반을 학습할 수 있다는 의미다.

KB금융뿐 아니라 앞서 진행된 금융지주 CEO 선임 과정도 이변의 연속이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12월 당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진옥동 현 신한금융 회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며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조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 등에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정하며 예상보다 빨리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는 외부 인사를 새 CEO로 맞이하며 외풍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금융은 금융위원장과 농협금융 회장직을 맡았던 임종룡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농협금융도 외부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새 회장으로 발탁됐다. 우리금융의 손태승 전 회장과 농협금융의 손병환 전 회장이 각각 내부 출신이라 앞으로 내부 인물이 회장직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외부에서 다시 CEO를 꿰차면서 아직 금융사들이 외풍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변의 연속이었던 금융지주 CEO 인사의 특징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 분위기가 사라지고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인사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새로 취임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변화를 강조하고 있어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KB금융에서 행장에서 회장으로 선임되는 관행적인 수순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비은행 CEO도 성과가 좋다면 회장으로 발탁될 수 있다는 선례가 나왔다는 점도 고무적이란 평가다. 금융그룹에서 비은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더는 은행장 출신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남아 있는 외풍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융그룹 스스로 탄탄한 내부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증명됐다. KB금융의 경우 외부 후보자도 함께 숏리스트에 올랐지만 KB금융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서 관리됐던 내부 인물들의 발탁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됐다.

앞서 내분으로 발생한 KB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KB금융은 2014년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취임한 9년 전부터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내부 후보자를 양성했다. KB금융은 내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외부 후보자는 전문 기관인 서치펌의 추천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부회장직을 신설해 본격적인 후계자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이번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관료 출신 인물에 대한 별다른 하마평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운영했던 내부 승계 프로그램이 빛을 발한 결과란 분석이다.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회장 연임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지주사들은 자체적인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깜깜이 인사와 외풍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장기적으로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내부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인 후계자 양성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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