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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임팩트 투자’ 세션에서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SK식 전략과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SK그룹이 ‘최태원 체제’ 25년간 눈부신 성장을 보여줘 재계 이목을 끌고 있다. 힘든 시기 과감한 결단을 통해 ‘통큰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석유화학과 통신 사업을 주력으로 삼아 ‘내수 기업’으로 분류됐던 SK그룹은 최 회장이 선장이 된 이후 전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자산총액이 10배 늘고 영업이익은 9배 성장하며 재계 2위 그룹사로 우뚝 솟았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98년 9월1일 SK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외환위기로 뒤숭숭하던 시기였지만 최종현 선대회장이 타계해 ‘젊은 총수’ 역할을 해야했다.
SK그룹의 자산총액은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당시 약 32조8000억원이었다. 재계 순위는 5위였다. 최 회장이 25년간 이끈 이후 올해 5월에는 자산이 약 327조3000억원 규모로 10배 커졌다. 재계 순위도 삼성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각 계열사 실적 성장도 눈부시다. 1998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매출은 32조4000억원에서 224조2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8조8000억원으로 각각 뛰었다. 매출액은 6배 늘고 영업이익은 9배 급등한 셈이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신성장동력을 찾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선대회장의 경영능력 덕에 SK가 대기업이 됐지만 앞으로 개척할 분야가 더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은 내수 위주로 구성됐던 그룹 체질을 해외쪽으로 돌리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른 성과로 SK그룹의 수출액은 1998년 당시 약 8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83조4000억원으로 10배 넘게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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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서린사옥 전경. |
SK그룹이 ESG 경영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는 최 회장이 사회적가치(SV)와 ESG를 사업에 내재화해야 기업 가치를 높여 지속가능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경영 지론을 실천한 데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 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SPC)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그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탄소중립에도 진심이다. 지난 2020년 11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그룹 8개 관계사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했다. 2021년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는 최 회장이 SK그룹 차원의 ‘넷제로’ 조기 추진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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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3 신임임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신임임원 패널과 토론을 하고 있다. |
SK그룹의 최근 관심사는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수소 등 신사업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사내에서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인수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최 회장은 그룹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라며 밀어붙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업계가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비를 비롯한 투자를 늘리며 대응했다. 이후 키옥시아,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 OCI머티리얼즈, LG실트론 등을 연이어 인수하기도 했다.
SK그룹 위상이 높아지며 최 회장의 경영 보폭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하고, 작년 5월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을 맡았다. 기업 경영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뜻이다.
대한상의의 경우 최 회장 체제에 들어서며 존재감이 상당히 커졌다. 삼성, 현대차, LG, 롯데 등 재계 주요 기업들이 부산엑스포 지원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최 회장의 리더십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내실 다지기’다. 그간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그룹의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졌고, 최근 들어 주력인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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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로고 |
그룹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야 하지만 업황 부진으로 한동안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은 탄소중립 달성과 새 먹거리 창출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화끈한 승부사 기질이 있지만 소통경영과 현장경영에도 능숙한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25년간 그룹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만큼 앞으로 한동안은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