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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오른 국내 소설 ‘고래’의 천명관 작가와 김지영 번역가.연합뉴스 |
천명관 작가의 장편소설 ‘고래’가 한국문학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힘을 전 세계에 당당히 알렸다.
‘고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서 아쉽게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지만 최종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우리 고유의 서사가 세계 독자들의 정서에 맞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래’는 2004년 국내 출간 후 19년 만인 올해 1월 영국에서 출간됐다. 영국판을 번역한 김지영 번역가가 번역한 미국판도 지난 9일 미국에 나왔다.
소설은 한국의 전근대·탈근대 시기를 배경으로 전통 가치가 급변하는 현실 앞에서 박색 노파, 금복, 금복의 딸 춘희의 삶과 죽음 그리고 욕망과 성공을 빈틈 없이 풀어낸다. 금복이 제목의 ‘고래’와 만나는 장면에서는 주변 풍경과 분위기를 판타지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를 통해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탐욕을 향한 작가의 풍자와 유머는 읽는 재미와 흡입력을 더했다. 한국의 설화적 배경, 토속적 표현과 소재, 민담 같은 문체를 많이 사용했지만 글로벌 시대에서는 장벽이 아닌 힘으로 작용했다.
‘고래’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배경에 김지영 번역가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김 번역가는 천 작가가 그려낸 특유의 한국적 정서와 냉소적인 유머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구병모, 신경숙, 김영하, 정유정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20년간 영미권에 소개하며 인정 받은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권금주 기자 kjuit@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