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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5번째 연장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고 속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연장은 기존과 달리 6개월 단위의 일괄 연장이 아닌, 금융권 자율 협약에 따라 이뤄지는 데다 기간을 달리해 차주들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만기 연장 조치는 최대 3년, 상환 유예 기간은 최대 1년으로 구분했다. 또 금융사들과 차주들이 1대1 상담을 진행해 차주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차주가 원할 경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연하게 대책을 수립했다고 했다.
금융사들도 갈수록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을 동시에 내놨다.
먼저 금융당국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종료할 것으로 얘기해 왔는데, 종료 한 달여를 앞두고 번복을 하자 은행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앞서 4차례 재연장을 하던 과정에서도 재연장과 종료 사이에서 끊임 없이 논의가 있었으나 금융당국은 결국 재연장을 선택해 왔다. 은행권은 부실 우려에 따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만이라도 종료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해 왔는데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과 논의가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금융당국이 결정을 하면 은행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금융당국이 종료와 재연장 사이에서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환유예 차주를 대상으로 내년 3월까지 수립하도록 한 상환 계획에 대해 실효성이 있을 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경우 재무제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데다 개인 대출과 소상공인 대출이 혼재돼 있어 채무 상환 능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면적으로 면밀하게 차주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은행 인력과 시간도 부족하다. 상환유예 기간 1년을 맞추기 위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것이 은행권 예상이다.
어려운 시기를 겪어온 중소기업·소상공인 재기를 위해 금융권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금융당국 정책의 불분명한 방향은 은행권에 혼란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됐을 경우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확실히 대비할 수 있는 촘촘하고 현실성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재연장을 지속하며 깜깜이 부실을 안고 가는 것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연착륙을 위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