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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마, '국민레저'로 자리매김 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29 17:00

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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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지난 주말인 27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을 찾았다. 올 여름 야간경마 시즌 마지막 주말로 오전 개장부터 저녁 폐장까지 서울경마공원에 머물면서 인상에 남는 것은 오후 2시 경마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공원 분위기였다.

주말인데다가 최근 이어진 쾌적한 날씨 덕분인지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20대 커플들이 상당수 들어와 이곳이 경마장인지 일반 테마공원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오후 1시께부터 베팅을 위한 경마고객이 대거 입장하면서 가족·커플고객의 ‘비중’은 낮아졌지만 ‘사람 수’는 계속 늘었다. 경마장의 ‘명당자리’인 경주로 결승선 앞 관람대 1층과 야외 공간에는 아이들이 줄넘기, 달리기를 하며 뛰어 노는 모습이 저녁까지 이어졌다.

약 1시간 간격으로 경주마들이 결승선으로 달려들어올 때마다 아빠들은 아이를 목마 태워 말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를 가리키며 "마사회가 지향하는 모습"이라고 귀띔해 줬다. 경마 유관단체 관계자도 "연령별로 입장객을 분석하진 않지만 최근 가족·연인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거들었다.

한 20대 커플은 기자에게 "서울경마공원이 생각보다 넓고 놀기 좋은 곳"이라며 "바비큐파티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경마는 유럽과 북미에서 ‘귀족문화’로 통한다. 지금도 미국 켄터키더비 경마대회가 열릴 때는 처칠다운스 경마장을 빽빽이 메운 관람객들이 하나같이 정장과 드레스를 입고 경주를 관람한다.

우리나라 경마문화를 ‘귀족문화’라고 하긴 어렵다. 서울경마공원을 찾은 이날 모습은 국내 경마문화가 ‘가족문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경마는 100년의 역사와 프로야구보다 많은 연간 입장객 수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국민 레저’로 취급받지 못했다. 영국·홍콩 등과 달리 정부 주도로 경마산업을 운영하다보니 변화에 더뎠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관이나 특정 유력인사의 입김에 휘둘리기도 했다. 경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고착화될 수밖에 없었다.

마사회는 오는 9월 착공하는 ‘국내 4번째 경마공원’인 경북 영천경마공원을 테마파크형 경마장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마사회 혁신안 중에는 승마산업을 활성화해 말산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국내 말산업계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산업 소멸’의 위기를 겪었다. 그 때문인지 경마업계 안팎에서는 지금 마사회의 혁신에 대한 의지가 과거 어느 때와도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마와 승마산업이 위기를 딛고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계기로 승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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